[박영옥의 주식 이야기 28] 탐욕 내려놓고 상식과 치밀한 정보로

주식투자는 투전판 같은 한판의 승부가 아니다. 보편적인 상식과 치밀한 정보가 해답이다.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해 몇 년간 일한 20대 여성이 있었다.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녀는 매년 200만~300만원을 복권을 사는 데 썼다. 그러나 꿈에서도 그리던 1등 당첨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던 그녀가 선택한 것은 주식투자였다.

복권을 사던 돈으로 주식을 샀고 2년만에 50억원의 수익을 냈다. 현재 그녀는 외제차 7대를 보유하고 있고 매일 차를 바꿔 타고 클럽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주식을 모르던 사람이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녀는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투자정보 제공업체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줬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50대 후반에 퇴직한 그는 새로운 일을 찾지 못했다. 경비원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주식을 떠올렸다. 2년만에 35억원이라는 수익을 올렸고 얼마 전에는 1년 가까이 호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지금 투자수익금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 역시 투자정보 제공업체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솔깃한(?) 투자 제안

솔깃한가? 인생을 바꿔주는 업체가 어디인지 궁금해지는가? 인터넷에서 아무 기사나 클릭한 후 좌우에 있는 많은 문장 중 부자, 몇십 억, 돈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는 기사(처럼 보이는 광고)를 클릭해 보라. 장담컨대 5분 안에 당신의 인생을 바꿔준다는 업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을 찬란하게 바꿔줄 준비가 되어 있다.

굳이 자세히 알려주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몇 번쯤은 어떤 업체가 알려주는 정보대로 투자해서 수십억을 벌었다는 기사 형식의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돈을 들여 하는 광고들이다.

책을 쓰기 위해 나도 한 업체에 전화번호를 남겨봤다. 저녁에 남겼는데 다음날 아침 장이 열리기도 전에 문자가 오기 시작해 오후까지 7건의 종목추천 문자가 왔다. 그중에는 “당신 참 답답하다. 무료로 주는 종목의 수익도 이만큼인데 유료로 추천해주는 종목은 얼마나 멋진 종목이겠는가. 내가 이렇게 기회를 주는데도 왜 우리에게 전화하지 않는 거냐?”라는 식의 내용도 있었다. 곧 대박 날 종목인데 유료 가입을 하면 알려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인의 말로는 회원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를 제공받으려면 회비를 내야 하는데 월 회비가 3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월 회비 70만~100만원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100만원을 내는 회원 100명만 확보해도 월 1억 원이 들어온다.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일까?

잠깐만 생각해보자. 앞서 7대의 외제차를 가진 여성은 복권을 사던 200만~300만원으로 2년 동안 50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원금을 500만원으로 잡더라도 1000배로 불어난 것이다. 그녀를 재력가로 만들어준 업체의 사장이 같은 시기에 딱 1억원만 투자했다면(정보를 제공해주기 전에 이미 투자의 귀재였기 때문에 많은 투자금은 아니다)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자기 시간을 들여 문자를 보내고 있다. 향후 2년 동안 같은 수익률을 거두면 100조원의 거부가 될 텐데 도대체 왜 회원비 따위에 욕심을 내는 걸까?

주식시장의 천사들을 조심하라

이렇게 허술하고 허황된 이야기에 속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3~2017년 유사투자자문업과 관련한 불공정거래 부당이득이 210억원으로, 같은 기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피해액은 엄청날 것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통신매체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을 이용해 종목을 추천해주거나 신비한(?) 기술이 들어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법이 아니다. 또한 그들 모두가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고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 시간에 왜 자기 투자에 더 집중하지 않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어떻게 그 많은 기업을 공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들의 광고를 실어주는 언론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유사투자자문업이 문제라는 기사 옆에도 그들의 광고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언론사가 광고하는 모든 제품을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품의 성능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광고를 실어준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 조금만 알아보면 정체를 알 수 있는데도 전문가 혹은 투자의 귀재랍시고 방송에 출연시키는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비상식적인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현혹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100억 만들기’류의 카페가 늘어나고, 회원수 역시 늘어나고 있다. ‘혹시나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없을까’ 하고 문을 두드리면 텔레마케팅, 블로그, 단톡방,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유혹한다.

그들은 유료회원 100명만 모으면 매월 1억원을 벌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법적인 제재가 가해져도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할 것이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역할이 아쉽지만 그 역시 한계는 있을 것 같다. 결국 투자자들이 이런 뻔한 수작에 속지 않는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 속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5분 동안만 탐욕을 내려놓고 상식선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면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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