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34] 불황에 튼튼한 회사에 투자하라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투자를 한 뒤, 처음 판단했던 것보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금을 늘릴 수 있다. 반대로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혹은 경영자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투자금을 늘리거나 철회하겠다는 판단은 투자한 시점이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현황을 제대로 알려면, 그리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면 투자한 이후에도 기업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투자행위가 ‘낙장불입’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자한 뒤에는 방관자 입장이 되어서 주가만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1~2년 동안 기업을 관찰하면서 단계적으로 매수를 한다. 관찰 결과 확신을 주는 기업이면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2~3년을 기다린다. 특별한 경우에는 짧은 기간 내에 매수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해당 업종에 대한 공부가 이미 끝난 상태이고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이전부터 일정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경우다. 가장 짧은 매수 기간은 6개월 정도였다.
이때부터 진짜 투자가 시작된다. 기업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투자했으니 이제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태도로는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없다. 기업이 내가 확신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지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뉴스나 공시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식 담당자와 통화하고 주주총회에 나가고 현장 방문도 한다. 업종에 대한 공부도 계속한다. 투자는 믿고 맡겨두는 것이 아니다. 믿어주되 그 믿음을 실행해 나가는지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투자다.
위기는 결코 두려움 대상이 아니다
경제의 역사를 보면 위기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미래 어느 시점에 위기가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올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등 세계적인 규모의 악재가 발생하면 주가는 급락한다.
그렇다면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위기가 지나갈 즈음에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투자를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실은 지나간 다음에야 알 수 있다.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떨어지면 그때가 바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서 1500포인트까지 회복되었다면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시적인 반등을 거쳐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정말 두려워해야 할 위기는 기업 그 자체의 위기밖에 없다. 경제위기는 주기적으로 나타났지만 그때마다 다시 회복되었다. 경제의 역사를 큰 흐름으로 보면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당신이 투자한 기업이 이 위기를 극복할 만큼 튼튼한가 하는 것이다. 위기가 오면 경쟁 기업 중 부실한 기업은 사라진다. 반면에 위기를 잘 넘긴 기업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크게 성장한다.
우리는 주가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호황기에도 부도가 나는 기업이 있고, 불황기가 와도 큰 위험을 겪지 않고 잘 대처해 나가는 기업이 있다.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기업 외적인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위기는 늘 온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지만, “위기는 늘 극복되어 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기다리려면 반드시 여윳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몇 개월 후에 갚아야 할 돈이면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몇 개월 후에 써야 할 돈으로 투자를 하려 하면 저평가된 기업을 찾을 여유도 없다. 위기를 인내할 여유도 없고 생활 속의 기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쫓기는 마음이 생겨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농부처럼 계획대로 담대하게 투자하라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감에 휩싸여 매도한다. 또는 본전 생각에 아쉬워서 이익이 난 종목을 매도해 물타기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악재인데도, 혹은 악재라는 기사만 나와도 불안해서 바로 매도한다. 주가가 상승해 목표가에 도달해도 왠지 더 오를 것만 같아 매도하지 않는다. 또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추격 매수를 한다. 호재인지 악재인지 제대로 판단하지도 않고 주가가 오르면 일단 호재라고 생각해 무모하게 매수한다.
농사도 계획에 따라 지어야 하듯이 투자 역시 계획에 따라야 한다. 투자를 할 때는 그 기업의 성장 시나리오를 만든다. 기업이 그 시나리오대로 성장하면 투자를 지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련 없이 매도하고 나온다. 예상한 시나리오와 기업의 성장이 딱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큰 틀에서의 흐름이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독자적 판단에 따라 매도한다. 꼭지에서 팔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었던 기업에 새로운 주인이 된 사람들이 손실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투자를 지속할 때는 주가의 흐름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보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