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29] “타인의 ‘기회’를 탐하지 말라”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면 HTS(Home Trading System, 개인투자자가 인터넷을 통해 집 또는 사무실에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한 관심종목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투자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관심종목이 몇개나 되는지 확인해 보시라. 전업투자자인 필자의 관심 종목은 30개 정도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상 투자한 기업 이외의 종목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문을 봐도, HTS를 잠시 살펴봐도, 혹은 포털사이트에 접속해도 관심을 유도하는 종목들이 보인다.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보이고, 정책의 수혜를 입은 기업도 보이고, 기관 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주일째 매수하고 있다는 종목도 보인다. 직장 동료가 투자했다는 종목, 친구가 추천해준 종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등록을 하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관심 종목이 생긴다.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만 잘못 디디면 “어쩌면 이렇게 바보 같을 수 있을까”라며 혀를 찼던 전형적인 실패의 길에 합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과 관련된 뉴스가 나왔다고 하자. 기업의 성장에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소식이다. 이 뉴스가 주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해서 관심종목에 등록하고 주가의 흐름을 예의 주시한다. 주가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하락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직은 자신의 공부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릴 것이다. 그런데 소폭이나마 상승한다면?
당신은 이렇게 말할 지 모른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뉴스를 보자마자 매수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어.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특별한 뉴스가 없으니 한동안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거야. 그렇다면 호재가 있는 종목을 사서 약간의 수익을 내고 다시 현재 보유종목을 매수하는 게 현명한 투자가 아닐까?”
보유 종목의 주가가 평화로울수록 이런 유혹은 더욱 강해진다. 만약 여러분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종목을 갈아탔다면 약간의 손실을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몇 차례 이런 식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한다면 ‘농사짓듯이 투자한다’ ‘기업과 동행한다’ ‘기업의 본질을 본다’ 등 주식투자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방식임이 증명되고 또 증명된 단기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스들도 있다. 며칠씩 상한가를 기록하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뉴스가 나오고 상한가까지 갔다가 하루 만에 슬금슬금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거액의 납품 계약을 했다는 공시가 났는데 알고 보니 출혈경쟁이 심해 이익은커녕 손해만 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주가는 풀쩍 뛰었다가 종전보다 더 하락한다.
나는 <아시아엔> 독자들이 투자를 하면서 “모른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면 한다. 내가 강연회에서 질문을 받을 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강연이 끝나면 꼭 따라와서 특정 종목의 전망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내가 투자한 종목이면 대답을 해드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간에 잘 알려진 종목이라도 나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뉴스를 읽었다고 해서 그 뉴스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다. 어떤 건설회사가 1000억원짜리 공사를 수주했다고 하자. 호재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아직은 모른다”이다. 1000억원이 그 회사의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가? 공사 규모와 비교했을 때 수주 가격은 적당한가? 달리 말해 그 공사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얼마인가? 공시가 나기 전에 정보가 흘러나왔다면 새로운 수주가 주가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이 정도다. 그런데 기업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나 공시자료만 보고 쓰는 언론의 뉴스를 보고 ‘호재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다면 초능력자임에 분명하다.
건설업종의 성격을 꿰고 있고 해당 기업의 상황과 시공 능력 등을 샅샅이 공부한 사람이 ‘1000억원 수주’라는 공시를 보았다면 단번에 그 가치를 파악할 것이다. 그리고 주가의 흐름을 보지 않고 투자금을 늘리거나 투자를 철회할 것이다. 주가의 흐름을 참고한다는 것은 뉴스의 가치를 모른다는 의미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뉴스는 그 자체로는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전체 판을 읽고 그 판도 내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읽을 수 있어야 뉴스의 의미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동안, 혹은 투자금을 마련해 기업을 고르고 있을 때 관심을 가져야 마땅할 것 같은 종목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
관심 종목 전체를 공부하지는 못한다. 전체를 다 공부하려고 욕심 내다 보면 한두 가지 정보를 가지고 주가의 향방을 예측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냥 감으로 홀짝을 맞추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식시장에는 ‘기막힌 기회’가 참 많다.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치지만 않았어도 단기간에 수십 %의 수익을 가져다주었을 종목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기회는 독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기회는 모두 ‘달콤한 독’일 뿐이다. 마음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라.
“나는 저 기업과 업종에 대한 내용을 꿰고 있는가?”
자신 있게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 운은 반드시 칼이 되어 돌아온다. 오만한 투자자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