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33] 주식은 ‘로또’ 아냐···’삶의 터전과 밀접한 기업’을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기업의 존재이유는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윤은 필요한 것들을 잘 만들어서 잘 판매한 대가다. 어떤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정말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더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 아니다.
정말 디자인이 예쁘고 성능이 뛰어난 무선호출기를 만들어봐야 아무도 사지 않는다. 제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업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직업이 사라지듯 업종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철보다 강하고 가격도 저렴한 어떤 물질이 개발된다면 철강업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미래는 향후 5년 정도다. 그러니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다. 5년 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고 있을 기업인가.
단순히 상상만으로 “이게 어디 쉽게 사라지겠어?”라고 단정하지 말고 전문가 견해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해당 업종에서 일하고 있거나,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관심이 있던 분야라면 더 좋다. 그러면 해당 업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쉽고 개별기업의 장단점도 파악하기 쉽다. 해당 업종과 개별기업을 명쾌하게 이해한다면 투자할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투자자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정보는 없다.
손바닥 보듯 단순하고 훤하게 보여야
“최근 BW를 발행한 적이 있다. 작년에 비해 재고자산이 늘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었다. 자회사가 많다.”
기업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일까, 부정적인 신호일까? 이것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다. 잦은 BW 발행은 위험신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사업확장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타당하다면 좋은 신호다. 올해 팔아야 할 것을 팔지 못해도 재고재산이 증가하지만 내년에 많이 팔릴 것을 대비할 때도 재고자산은 증가한다. 기술개발에 자금을 투자하면 이익은 줄어든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그렇다. 반면 장사가 되지 않아서 헐값에 넘겨도 이익은 줄어든다.
이 역시 이것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부실한 자회사가 끼어 있으면 위험이 늘어나지만, 튼실한 자회사들이고 모회사와의 관계가 투명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편적인 사실 하나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에 대한 공부는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가.
남들은 너무 복잡하다고 하는 것을 아주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부하면 된다. 그래야만 해당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소문과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호재와 악재도 단번에 구별해낼 수 있다.
또한 돈을 투자하기 전에 먼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공시를 꼼꼼하게 읽고 몇년치 재무제표를 들여다봐야 한다. 경쟁업체와 비교도 해야 하고 애널리스트의 평가가 어떤지도 봐야 한다. 수학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에게 미적분은 간단한 문제지만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게 미적분은 암호문이다. 해당 기업에 암호가 남아 있다면 아직은 투자할 때가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택하라
당신이 직장인일 경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경영자는 당신에게 갑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라면 당신이 갑이 될 수 있다. 동업자를 구하고 해고하는 모든 결정권은 투자자에게 있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여유를 마음껏 누려보라.
우리는 그가 경영자의 자리에 앉은 이후의 성적표를 재무제표와 공시 그리고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다. 그의 과거 행적을 찾아볼 수도 있고 주총에서의 태도를 보고, 배당 정책을 보고 동업자인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동업자로 선택하지 않을 수 있고 선택했더라도 언제든지 동업자 자리에서 해고할 수 있다.
한 기업에서 경영자 자리는 너무나 중요하다. 무능한 경영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영자는 우량한 기업을 몇 년 이내에 부실기업으로 만든다. 부도덕한 경영자는 동업자인 주주들의 재산을 빼돌린다. 경영자의 정체가 사기꾼인지, 무능력자인지,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고 투자한다면 동업이 아니다. 위험하고 무모한 도박일 뿐이다.
사실과 기대를 구별하라
우리는 도인이 아니다. 여러분은 투자를 하는 동안 흔들릴 것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탐욕은 수시로 문을 두드릴 것이다. 관심을 가졌던 다른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를 철회하고 싶을 것이다. 오랜 공부와 동행을 통해 기업과 경영자를 신뢰하더라도 내적, 외적 악재가 터지면 의심이 생길 수 있다. 그 의심이 불안으로 바뀌면, 머지않아 매도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신뢰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는지를 되짚어보면 된다. 해당 기업과 동행하기로 했을 때, 신뢰를 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없다면 투기를 한 것이다. 그것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계속 신뢰해도 된다. 하지만 어떤 신뢰의 요소가 사라졌다면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사실과 기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3년 동안 투자했고 현재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했다. 3년 동안의 기회비용과 손실이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아직 투자하지 않은 기업을 보는 것처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인데 “그래도 동업자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인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동행할 기업 5개면 노후가 편안하다
우리는 노후를 위해서 살지 않는다. 언제나 현재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가 불안하다면 현재의 삶도 평안할 수 없다. 노후 대비는 그날이 현재가 되었을 때 유용하지만 현재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행복한 노후 조건은 무엇인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아직 노후를 겪어보지 못했으니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내 기준으로 보면 우선 외롭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면 몰라도 주위에 온기를 나누며 대화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가깝게는 가족과 오랜 벗이 있어야 하고 동호회 같은 사회적 관계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건강도 빼놓을 수 없다.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체력이 약해 혼자서는 집을 나서기도 힘들고, 입맛이 없어 좋은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른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다. 노후의 건강은 지금부터 잘 관리해야 하지만 어찌 되었든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건강 등 행복한 노후의 조건을 유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다고 반드시 노후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이 조건들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노후의 조건에 ‘5개 기업과의 동행’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기업들과 동행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공유한다면 행복한 노후의 전제조건은 갖출 수 있다. 불안한 노후 대신 기대되는 노후가 있다면 현재의 삶도 좀더 행복에 가까워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