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34] “코로나시대 ‘농심 투자’가 서민의 희망”

<아시아엔>은 2019년 12월 30일부터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의 칼럼을 독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박영옥의 주식이야기] 문패를 달고 첫회 “‘대주주만’ 기업의 주인? ‘투자자 모두’가 주인!”을 시작으로 오늘 34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박영옥 주식농부는 “농사짓는 마음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량기업에 투자한다면 실패할 리 없다”며 “코로나사태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좋은 기업을 선정해 투자해 기업도 살리고 가정경제도 윤택해지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많은 이가 필자에게 묻는다. 그 정도 자산을 가졌으면 상당 부분을 팔아서 현금화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절반만 팔아서 그냥 은행에 넣어두고 꺼내 써도 손자들까지는 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게 위험한 주식시장에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지 않느냐고.

그런 생각이 바람처럼 스칠 때가 있다. 기업이 좋아지는 길이 보여서 힘들게 주주제안까지 했는데 묵묵부답일 때, 대주주가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 기업을 경영할 때, 비상식적인 합법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질 때는 그냥 현금을 두둑하게 쌓아놓고 편하게 지낼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전업투자자라는 직함을 버리고 자산의 극히 일부만 투자하면서 한가하게 지내는 ‘한량 투자자’로 살고 싶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나를 일컬어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라고 말하고, 나 역시 그렇게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나는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 나는 기업에 투자했고 그 덕분에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무이자 보람으로 여긴다. 물론 수익이 나면 기분이 좋고 손실이 나면 속이 쓰리다. 그러나 수익을 투자의 유일한 이유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기업 성과를 공유하자는 것이 내가 투자하는 이유이자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걱정했다. 좋은 이야기는 드물고 온통 주식시장의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점들만 거론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지적했다. 대주주의 횡포를 말했고 견제할 길이 막막한 개인투자자의 답답함을 말했다.

“역시 주식시장은 나 같은 개미가 있을 곳이 아니었어.”“역시 주식시장은 소문에 듣던 대로 개미지옥이 틀림없군.”

이렇게 단정 짓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혹시라도 그런 분이 있다면 이전에 쓴 글들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또한 필자가 자산의 거의 전부를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여러 불합리하고 비상적인 일이 있지만 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종업원으로만 살지 않기를 바란다.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자본으로 기업의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 돈이 일하게 함으로써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기 바란다. 이것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자 되는 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는 한 자본에서 경제적인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서민의 경제적인 희망인 증권시장은 몇 가지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공부하고 소통하고 동행하는, 상식적인 방식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지려면 증권시장이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역으로 증권시장이 상식적으로 바뀌면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도 바뀔 것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상식적이고 공정한 증권시장은 어떤 모습인가. 한번도 상상해본 적인 없다면 지금이라도 상상해보라.

투자하고 나면 기업이 어떻게 될까 봐 불안한가? 불안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 우리에게 경영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상은 도저히 현실이 될 수 없을까.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이 기업을 경영하고 대주주는 다른 주주와 마찬가지로 배당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모습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일인가.

주주총회가 활발한 토론의 장이 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토론을 지켜보면서 투표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유권자들의 여론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을 압박한다. 선거 기간 외에 개인투자자를 만나는 국회의원은 얼마나 될까?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입법활동을 하는 의원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여론이 되면 다르다. 자본시장이 상식대로 움직이게 하는 제도를 만들도록 할 수 있다.

불합리한 이익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나는 내가 제안한 내용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져야 되지 않느냐”는 심정으로 제안했다. 그저 방치된 주주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는 백설공주가 아니다. 권리 위에 잠자면서 백마 타고 오는 사람을 기다려봐야 그는 오지 않는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처한 환경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제안한 내용 모두가 현실화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마음에 들지 않는 제안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제안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주기 바란다.

필자는 2010년 이후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얘야, 너는 기업의 주인이다>,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돈 일하게 하라> 등 4권의 책을 냈고 칼럼을 썼고 많은 강연과 인터뷰를 했다.

농부처럼 부지런하고 담대하게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랐다. 기업과 동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랐다.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짓는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제안이다. 각자 열심히 자기 논에 물을 퍼 나를 수도 있지만 함께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면 농사짓기가 훨씬 수월하고 수확도 많이 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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