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30] 주식시장은 도박판이 절대 아니다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도 실패하는 투자자들의 특징을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 뇌동매매, 단기투자, 몰빵, 신용매수 등이 그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도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다가 전 재산을 날린 사례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혀를 찰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본래부터 어리석은 사람들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교과서적인 실패 사례를 답습할 리 없다.’

정말 실패한 개인 투자자들은 본래부터 어리석은 사람들이었을까?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행태로 투자를 해서 한심한 결과에 이른 것일까? 그들은 직장인, 자영업자, 공무원 등 우리가 주위에서 늘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직장 후배에게 따끔한 충고도 할 줄 아는 과장님이었고, 손님이 점점 늘고 있는 식당의 사장님이었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똑똑한 젊은이였다.

특별히 현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주식투자를 하면서 어리석어졌을 뿐이다. 어리석음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은 탐욕이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탐욕이 아니다.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마음이 탐욕이다. 실패한 투자자들에게는 투자라는 행위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 따라 장에 가는 뇌동매매는 자기 기준이 생길 만큼 공부하지 않은 것이고, 단기투자는 투자금이 이윤을 창출하는 시간을 기

다리지 못한 것이다. 몰빵과 신용매수 역시 “위험요소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는 투자의 기본을 무시하고 한 번에 많은 수익을 내려고 한 탐욕이다.

이 탐욕의 여러 얼굴들을 자세히 봐두시기 바란다. 곧 대면할 얼굴들이다. 급등하는 관심 종목의 주가를 보면서도 매수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는 탐욕의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한다. 앞서 대표적인 얼굴들만 열거했지만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많은 얼굴을 가진 것이 탐욕이다. 언제나 그렇듯 탐욕의 속삭임은 달콤하다. 게다가 설득력도 있다. 이 유혹에 넘어가면 한때 총명했던 사람도 답답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수행이 깊은 성직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유혹의 경계에 서는 때가 온다. “나는 아냐”라며 자만하지 말고 “나는 어떻게, 얼마나 많이 흔들리게 될까?”를 생각하며 대비해야 한다.

나의 주식투자에 대한 기본입장은 ‘사업 잘할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성과를 내면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일정한 시간’이란 3~4년을 말한다. 너무 긴 기간이라고 생각하는가? 들썩거리기 시작한 종목에 잘만 들어가면 며칠 사이에 은행 이자만큼 벌 수 있는데 몇 년이라니. 그렇게 긴 기간을 기다리고도 ‘겨우’ 시장 수익률 정도만 본다니, 너무 소박하고 답답한 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좀 더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지금 포털사이트에 주식과 관련된 단어들을 검색해보시라. 참으로 다양한 투자방법이 나온다. 그중에는 단기간에 원금을 몇배로 불려준다는 투자법도 있다. 그 투자법을 개발한 사람들의 스토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돈 좀 벌어볼 생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처음에는 수익을 꽤 냈지만 욕심을 내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되었다. 절치부심하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연구한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투자법을 개발했고, 그 비법으로 몇년

만에 엄청난 자산가가 되었다.

정말 단기간에, 그것도 확실하게 수백 %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도 배우고 싶다. 그 방법들을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그 사람이 세계금융의 지배자라는 뉴스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 수익을 ‘열 번만’ 내면 원금이 500배 이상 불어난다. 이 상태에서 한번 더 100% 수익을 내면 원금의 1000배가 된다. 이런 식이면 그가 세계경제의 지배자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허황된 기법을 누가 믿겠냐고 하겠지만 탐욕의 눈으로 보면 믿지 못할 것이 없다. 인간이 탐욕을 다스리는 능력은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값에 맞먹었던 때와 비교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들썩이는 종목이 유혹하면 몇번 들썩이다가 불과 몇 주 사이에 반토막 나고 몇 개월 사이에 상장폐지된 사례들을 보라. 100억원을 벌었어도 단 한번의 실패로 제로가 되어버린다.

나는 <아시아엔> 독자들이 평생 기업에 투자하면서 그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길 바란다.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이고, 부자가 되는 목적은 행복이다. 홀짝 게임을 하듯 ‘짜릿하게’ 투자를 한다면 행복한 부자는 영영 되지 못한다. 행복한 부자는커녕 원금 손실의 씁쓸함만 남게 된다.

마음이 무너지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올라도 팔고 싶고 조금만 내려도 불안하다면, 그래서 주가 창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면 기업의 성장 여부를 떠나 여러분은 도박판에 있는 것이다. 농부는 다른 사람의 밭을 탐하지 않는다. 모든 기회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여러분 몫의 기회만 잡아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 기회를 탐하지 말고 동업자를 구하라. 동업자와 동행하는 동안 여러분만의 탄탄한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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