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31] 투자할 기업을 직접 방문해 보라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주주와의 불통이 경영방침쯤 되는 기업을 빼면 나는 주식 담당자는 물론이고 경영자까지 만날 수 있다. 연구소가 있는 기업인 경우에는 연구원들에게 기술의 원리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휴게실에서 임원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오래 머물기 때문에 당연히 화장실에도 간다. 그 사이사이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본다.

내가 경영자나 임원을 만나면 이들에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요구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없지 않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수퍼개미’쯤 되면 경영진과 내통하면서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미리 취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는 불법”이라는 점을 미리 강조한다. 그리고 나는 불공정한 방법을 쓴 적이 없다. 믿지 못하여 내게 증거를 대라고 한다면 3~4년 이상인 평균 투자기간을 내놓겠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데 몇년씩 투자할 필요가 있겠는가?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발품을 팔 필요가 있겠는가? 미공개 정보를 따로 얻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현장에 가고, 가서 무엇을 얻는가?

문자로 변환되지 않는 정보, 공개하려고 해도 공개할 수 없는 정보,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현장에 간다. 내가 주식 담당자를 만나 이렇게 질문한다고 해보자. “올해 전망은 어때요?”

전망은 공시에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주식 담당자 외에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올해의 전망에 대한 기업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올해는 모든 것이 다 좋다”는 공시는 본 적이 없다. 늘 부정적인 요인을 말해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회사는 발전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전개된다.

주주들에게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주식 담당자의 업무다. 따라서 회사 입장과 다른 개인적인 생각은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굳이 ‘일개’ 주식 담당자에게 기업의 전망을 물어보는가. 말투와 눈빛을 통해 그가 회사의 전망을 믿고 있는지, 아니면 회사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을 통해 회사의 분위기를 읽을 수도 있고, 밥 먹는 직원들의 표정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을 방문하는 것이다.

기업 내부만이 현장은 아니다. 회사 주변,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과 그 주변 역시 현장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정보가 모이고 다시 퍼지는 거점이 있다. 시골의 경우 정자나무 아래나 노인정이 그런 곳이다. 이외에도 동네 슈퍼마켓, 부동산 중개업소, 미용실, 식당, 절 등에서 여러분의 자산을 불려줄 정보를 만날 수도 있다.

절에서도 정보를 얻는다는 건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전국에서 불자가 찾아오는 유명 사찰은 일단 제외된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자그마한 사찰이 그 대상이다. 그런 절의 주지스님은 어느 집의 시어머니가 며느리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는지 안다. 상담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서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저건 뭐 만드는 공장이에요?”

입심 좋고 오지랖 넓은 식당주인을 만나면 최근에 선을 본 노총각 직원의 애환을 들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면 마트, 백화점 등에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볼 수 있다. 매장 직원은 어떤 브랜드를 추천하는가. 그 기업의 상품이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는가. 가격과 디자인 등에서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핸드폰만 열면 전 세계의 공개된 정보가 내 손안에 들어온다. 언어 장벽이 없다면 중동의 한 개인이 만들어내는 정보도 손에 넣을 수 있다. 기업의 이름을 검색창에 넣고 엔터키를 치면 공식적인 자료뿐 아니라 개인이 작성한 글까지 모조리 나타난다. 스트리트 뷰를 이용하면 어느 골목에 미용실이 몇 개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현장에 갈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투자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편리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힘들고 느리게 정보를 얻는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을까?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미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현장에 가는 것이 힘들어지면 이와 같은 핑계를 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이라면 주식투자와는 일단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웹서핑으로 얻은 정보로만 투자하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그래서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 넘은 지금까지 현장에 가서 피곤하게, 비효율적으로, 느리게 정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출퇴근할 때는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하고, 퇴근 후에는 친구를 만나거나 드라마를 봐야 하고, 주말에는 체력 보충을 하거나 놀러 다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다. 어쩌다 남는 시간에 웹서핑해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투자를 하겠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되도록 적은 손실을 입고 그만두기를 바랄 수밖에···.

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겠다. 주방과 홀에 각각 한 명씩 일하는 식당을 개업할 때도 반드시 현장에 가본다. 스트리트뷰로 거리를 보고 동사무소 홈페이지에서 그 지역의 인구를 조사한 뒤 등기부등본만 열람한 채로 개업하지는 않는다. 유동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그중에서 점심, 저녁을 사 먹을 실질적인 고객은 얼마나 되는지, 비슷한 음식을 파는 다른 식당의 손님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한다.

식당을 경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이외에도 현장에서 조사해야 할 정보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투자할 기업이다. 수백, 수천명이 근무하고, 자본 규모도 식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런 기업을 서류로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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