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⑮] 공정경쟁 해치는 공매도 폐지를···

공정위는 이 말을 늘 염두에 두길…“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의 봉 아냐”

“개인투자자는 기관·외국인의 봉 아냐”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 2013년 A 종목의 공매도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적으면 1만 주 남짓, 많으면 10만 주 남짓이던 1일 공매도 수량이 20만 주, 50만 주를 넘어서더니 100만 주가 넘어가기도 한다. 우연히도 그 사이에 신주를 발행한다는 공시가 나온다. 그리고 신주 발행 이후에는 다시 우연히 공매도 수량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물론 공매도의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공매도 급증과 신주발행이라는 ‘우연’은 외국인과 기관에게 대단한 행운이다. 어떤 기업이 신주발행 또는 CB, BW를 발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하락시킨다. 그러면 신주발행가액은 더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20~3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니까 공매도를 한 가격보다 압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받고 그것으로 공매도한 주식을 상환한다.

해당 기업에 재앙적인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이들은 편안하게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편안한 수익을 낼 수 있어서 좋고 주식을 빌려준 기관은 수수료를 벌어서 좋다. 다만 이들만 좋다는 것, 그리고 너무 자주 동일한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공매도 누구에겐 행운, 누구에겐 불운

그들이 누리는 행운의 크기는 누군가의 불운에 비례한다. 유상증자를 받은 기업의 대주주는 한동안 주가가 낮은 상태에 머물러도 별 고통이 없다. 주식을 빌려준 쪽은 당분간 주식을 팔 일이 없으므로(그래서 수수료를 벌기 위해 주식을 빌려준다고 한다) 이들 역시 손해 볼 일이 없다. 남은 투자자는 개인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보다 턱없이 낮은 주가를 보면서 고통을 받아야 한다. 더 긴 시간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사정이 생기면 눈물을 삼키고 매도해야 한다. 기관과 외국인의 행운은 개인들의 불운을 먹고 자란 것이다. 행운이나 불운은 본래 어쩌다가 벌어지는 일을 뜻한다. 자주 반복된다면 행운, 불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면 개인도 공매도를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이고 이게 상식의 발로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공매도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개인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자 등 조달 비용도 크다. 축구 경기에서 한 팀에게만 골 에어리어 안에서 손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불공정하다.

공매도의 본래 취지는 시장의 유동성을 증대시켜 가격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다. 쉽게 말해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 공매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반면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자본시장을 잘 돌아가게 하라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역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공매도가 본래의 취지대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 공매도가 순기능을 발휘하게 하려면 당장은 최소한 신주발행, CB, BW 발행 공시가 된 기업의 경우 그것이 완료될 때까지는 공매도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반론이 가능할지 상상할 수 없다. 다만 “불공정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이익을 보고 있으므로 그냥 두자”라는 황당한 답변만 아니라면. 공매도로 인해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아지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공매도의 영향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신주발행이 없더라도 거대한 자본을 가진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가를 망가뜨릴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을 흔들기는 더욱 쉽다. 따라서 유통 주식의 일부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그 비율을 확정해야 한다. 또한 상환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공매도는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이므로 허용 범위를 좁히고 기간을 줄여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구체적인 범위와 기간은 증권시장을 잘 돌아가게 하라고 수수료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분들이 제시할 일이다.

공매도의 부작용이 반복해서 나타나자 금융위원회도 몇 가지 대책을 내놨다. 2017년 9월부터 당일 거래 중 공매도의 비중이 코스피는 18퍼센트, 코스닥은 12퍼센트를 넘으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각각 20퍼센트와 15퍼센트였다. 규제 위반에 대한 과태료도 750만~1,500만 원이던 것을 4,500만~5,400만 원으로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공매도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디 주가라는 숫자 뒤에 평범한 개인의 삶, 우리 이웃의 삶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언젠가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2014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건수는 1만 6,421건, 금액으로는 974조 2,830억 원이었다. 그로 인해 받은 수수료는 716억 원이었다. 투자를 하라고 전문가들에게 맡겨뒀더니 대여를 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것이다. 주식을 대여해주는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라면 투자를 해야 한다.

사실 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잘 모르겠다. 나라면 폐지하는 쪽을 선택하겠다. 그게 안 된다면 개인들에게도 공매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공정한 룰을 적용해도 개인은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 진짜 공정하게 하려면 오히려 개인들이 더 유리하게 해야 한다. 더 약한 쪽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 상식이다.

법과 제도는 세상을 더 합리적이고 합당하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세력이 있다면 이를 보완해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수정해야 한다.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고 기업이 성장할 때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다’는 투자의 본질을 해치는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현금인출기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이 불공정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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