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20] 폭락·폭등 롤러코스트 증시 불공정 공시 엄벌을

코로나사태 속 증시가 폭락장세를 잇는 가운데 간간히 폭등하는 등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롤러코스트 장세에선 특히 정보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 시간여행은 영화의 단골소재다. 미래의 사람이 현재로 오기도 하고 현재의 사람이 과거로 가기도 하고 과거의 사람이 현재로 오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영화도 있다. 투자자라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선 주식투자로 돈을 좀 벌어놓고 그 힘으로 세상을 구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공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만일 어느 특정 시점의 미래만을 알 수 있다면 언제가 좋을까? 나는 10분 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장이 열리고 10분 동안 가장 높게 상승할 종목을 사고, 또 그 다음 10분 동안 올라갈 종목을 매수하면 된다. 쉬어가면서 해도 하루 10배의 수익은 우습게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초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곤 한다. 여러분도 며칠, 몇 시간, 몇 분 후의 미래를 보고 온 사람들의 행동을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2016년에도 미래를 본 초능력자들이 떠들썩하게 등장한 적이 있다.

내부정보 이용한 불공정 거래

9월의 어느 날 한 기업이 장 마감 후 좋은 소식을 알렸다. 1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큰 액수의 기술 수출계약을 성사시켰고 그때마다 주가는 상승했다. 수출 규모도 그렇지만 기술력을 재차 삼차 확인시켜 주었다는 면에서도 그 의미가 컸다.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증권사들 역시 당시 가격의 2배에 이르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음날 장이 열리자 현재에 묶여 있던 투자자들이 매수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5퍼센트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 초능력자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매도했고 그렇지 않았던 쪽은 대규모 공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그리고 9시 29분, 과거에 큰 호재가 됐던 다른 기술 수출계약이 해지되었다는 공시가 떴다. 급등하던 주가는 평소의 17배가 넘는 거래량을 보이며 18퍼센트 급락했다.

30분 후의 미래를 보여준 사람은 기업의 내부자들이었다. 정보를 유출한 이 기업의 임원과 직원들은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기소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례을 많이 본다.

‘별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올라가지?’ ‘별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떨어지지?’ 하는 의문 뒤에 공시가 따라오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누군가 먼저 알았으리라는 확신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간다.

공시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전달돼야

현재의 정보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투자다. 따라서 투자의 세계에서 미래는 모든 것이다. 단 1분이라도 먼저 알고 매도 혹은 매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낸다.

공시보다 빨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익은 곧 공시 이후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해다. 호재가 있는 줄 모르고 매도하는 사람도 있고 악재가 있는 줄 모르고 매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미공개정보를 유출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는 사기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엄중한 범죄지만 저지르기는 너무 쉽다. 전화 한통, 문자 한통이면 된다. 그래서일까? 금융감독원이 2017년 불공정거래행위로 검찰에 고발한 77건 중 미공개정보 이용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2014년 26.7퍼센트, 2015년 38.2퍼센트, 2016년 32.6퍼센트였던 것이 2017년에는 45퍼센트로 다시 증가했다.

앞서 예로 든 기업의 경우 30분 동안 개인은 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했다. 그리고 정보를 유출한 임직원은 벌금과 추징금, 집행유예 등의 처분을 받았다. 사전에 정보를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기관과 외국인은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공시의 정의는 이렇다. ‘사업 내용이나 재무 상황, 영업 실적 등 기업의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주식시장에서 가격과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사항에 관한 정보를 알림으로써 공정한 가격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다른 정의도 있다. ‘이해관계자를 위해 해당 기업의 재무 내용 등 권리행사나 투자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기업에 투자를 할 때 공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정보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불공정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처벌해야 하는지는 앞에서 충분히 말했다.

불성실 공시에 대한 처벌

공시와 관련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다. 불성실 공시에 대한 처벌이 그것이다. 신고기한까지 공시를 이행하지 않는 공시 불이행, 이미 공시한 것을 취소하거나 부인하는 공시 번복, 기존 공시 내용을 일정 비율 이상 변경하는 공시 변동 등이 불성실 공시에 해당된다. 불성실 공시를 하면 벌금, 거래 정지,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제재는 정당한가.

예를 들어 어떤 건설사가 공사를 수주했다. 담당자는 곧바로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상사에게 보고할 것이고 곧 경영자에게도 보고될 것이다. 공시담당 이사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 불성실 공시가 된다.

벌금은 기업에서 나가므로 주주들의 재산에 손실이 발생한다. 거래정지,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역시 주주들의 재산에 피해를 주게 된다. 불성실 공시가 발생하는 과정 중 주주들에게 책임을 물을 개연성은 조금도 없다. 권리행사나 투자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공할 때 1차적인 피해자는 주주들이다. 그런데도 주주들은 벌금, 거래정지,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으로 인해 이중삼중의 피해를 본다.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묻는 형국이다.

공시담당 이사의 실수 혹은 고의로 공시가 불성실해졌다면 벌금은 그가 내도록 해야 한다. 고의이고 거기에 경영자가 연루되었다면 그 역시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 돈이 나가는 일이라면 정확한 공시를 제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불성실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성이 있다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대신 그 책임자를 교체하면 된다. 책임자는 당연히 담당자와 경영자다. 경영자가 대주주여도 달라질 것은 없다. 지분을 인정해주고 의결권을 제한하면 된다. 심각한 불성실 공시가 실수로 발생할 리 없다. 실수였다고 해도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의결권을 박탈해도 된다. 가혹하다고 할지 몰라도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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