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23] 증권사는 본업에 충실하라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스마트인컴 대표,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코스피지수를 예측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인지 알기 위해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몇 년간의 공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수차례 기업 탐방도 간다. 그것도 모자라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전화로 물어본다. 이런 일을 1~2년은 해야 ‘이 기업은 투자가치가 있구나’ 하면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다. 그러고서 2~3년을 더 기다린다.”
필자가 2012년에 냈던 <주식투자자의 시선>이라는 책의 머리말에 썼던 내용이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 투자법이다.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후 빚이 아닌 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는, 특별할 것도 없는 상식이다. 기업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없고, 가까운 장래에 써야 할 돈이나 빚을 이용해 단기투자를 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당연한 상식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현주소를 보자.
깡통계좌 될 위험 안고 있는 신용거래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주식을 팔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주식을 더 사기 위한 대출이다. 이른바 신용융자다. 한 증권사의 2017년 신용융자 이자율은 대단하다.
15일 안에 갚으면 연 11.8퍼센트, 30일은 연 9.8퍼센트, 60일은 연 8.8퍼센트이고 그 이상은 연 8.8퍼센트다. 이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해주고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은 1분기에만 200억원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순이익의 30퍼센트를 넘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다른 증권사의 이율도 만만치 않다. 가장 낮은 곳은 5퍼센트였고 평균 7퍼센트였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책정한 이율인지 알 수 없다. 어떤 증권사는 기간이 짧을수록 이율이 높고 어떤 곳은 길수록 높다. 자기들 마음대로 정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이 신용융자일 뿐 주식이라는 담보를 잡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회수하는 데 시간이라도 걸리지 주식담보대출은 반대매매라는 강력한 자금 회수 도구를 갖고 있다. 이율은 자금 회수에 대한 위험에 비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니 투자자를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신용거래는 깡통계좌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에 수렴하지만 시차는 분명 존재한다. 어떤 경우 수급에 따라 일시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 때문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해야 한다. 여유자금일 경우 기다릴 수 있지만 신용거래는 곧바로 반대매매가 나온다. 단기간에 이자율보다 훨씬 높게 상승할 거라는 무모한 확신이 탐욕을 만들어낸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는 동시에 위험한 투자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변명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라는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담대한 투자문화 위한 증권사의 역할
앞서도 말했듯이, 증권사들은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말 좋은 상품이라며 팔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이름만 달랐지 본질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또 다른 상품을 유행처럼 내놓는다.
주식투자는 주식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기업에 대한 투자다. 기업이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나의 돈이 일을 한 대가가 투자수익이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숫자놀음에 가깝다. ‘주식투자=기업에 대한 투자’라는 등식에 동의한다면, 그렇게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모든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투자 실패를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이익과 그들의 고객인 투자자들의 이익이 배치되는 정말 해괴한 그림이다.
증권시장이 서로의 돈을 탐하는 이전투구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눈물이 누군가의 웃음이 되어서도 안 된다. 기업은 성장을 위한 자본을 조달받고 투자자들은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장이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 그리고 자본시장이 서민의 희망이 되는 그림이다. 이를 위해 대주주와 투자자들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증권사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증권사의 기본 역할은 기업과 투자자의 연결이다. 기업이 투자자들을 만나도록 도와주고 투자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증권사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보유자금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다. 이것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딜링(자기매매), 언더라이팅(인수주선)이라는 증권사의 사업 영역이다.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돈을 버는 것도, 그것이 전체 수익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나는 증권사가 딜링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30~40퍼센트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스스로도 투자를 하는 것이다. 증권사가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의 투자를 한다면, 그렇게 해서 단기매매보다 더 나은 수익을 보여준다면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대한 투자문화가 정착될 거라고 생각한다.
박영옥 대표님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평소 제가 궁금했던건데 혹시 대표님이 대학교수를 하시거나 제자를 양성하시려는 계획이 있으신가 여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