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32] 주식농부가 제안하는 농심투자의 원칙

농부의 마음엔 요행도, 속임수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꾸준히 나아갈 뿐입니다. 주식투자는 바로 농심으로 할 때 빛을 발합니다. <사진 해인사 홈페이지>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필자는 투자의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답한다. 농부의 마음으로 농부처럼 투자하라고. 간단한 말로 ‘농심투자’다.

그러나 논밭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농부 흉내를 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투자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원칙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앞서 이미 강조한 바 있지만, <아시아엔> 독자들께선 이 정도만큼은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투자를 잘하고 싶은 당신에게는 물론 우리 기업, 나아가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본시장은 우리의 희망임을 잊지말자

여전히 자본시장이 우리 희망이라는 명제는 낯설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는 서민의 가벼운 지갑까지 털어가는 악랄한 제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감싸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는 데는 나도 동의한다. 중요한 건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과정이든, 간 이후든 우리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돈과 관련된 희망은 자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

정년이 보장되고 검소하게 살면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부모 봉양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투자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대상이었다. 가계의 부와 기업의 부가 비슷하게 성장하던 시기에도 투자는 선택의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노후는 길어졌다. 부모 봉양은커녕 성인이 된 자녀를 봉양하는 부모가 더 많은 것 같다.

앞으로의 수입과 지출, 여기에 소득 없이 보내야 하는 긴 노후에 쓸 자금까지 계산했을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계획이 나온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계획 자체가 서지 않는다면 길을 찾아야 한다.

투자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단기간이 아니라 평생 투자자로서 살아야 한다면 자본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돈이 될까 싶어 그냥 한번 해보는 사람과 수업료를 치르더라도 어쨌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당신의 돈은 좀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지금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곳은 기업이다. IMF 이후 모든 돈이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돈이 일할 곳은 정해져 있다. 바로 기업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일하게 하면 자본시장은 당신의 희망이 되지만 어설프게 뛰어들면 악몽이 된다. 돈이 당신의 일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돈을 당신을 일꾼으로 쓰겠다고 선택했다면 투자하지 않고 지냈던 시간이 억울하더라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우리의 투자를 기다리는 기업들은 늘 거기에 있다. 이제부터라도 자본주의에 이리저리 치이는 인생이 아닌 자본주의를 잘 이용하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 그러자면 뭘 좀 알아야 하고 깊이 공부해야 한다.

오늘의 위기는 내일의 기회

뭔가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면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전에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재앙인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간 경제 기사를 뒤져보면 위기, 불안, 우려 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과거의 위기가 오늘까지 오는 과정이었다면 오늘의 위기도 미래로 가는 과정이다.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그러니 위기가 올 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딱 올해까지만 투자를 하고 내년부터는 하지 않을 거라면 몰라도 노후에도 기업과 동행하는 삶을 살 거라면 출렁이는 파도를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다. 단순히 지켜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다. 하나의 기업에 최소한 4~5년을 투자한다면 사람들이 재앙이라고 부르는 거친 파도가 잔물결처럼 보일 것이다.

투자기회는 우리 일상 속에 숨어 있다

많은 사람이 투자할 기업을 너무 어렵게 혹은 너무 쉽게 찾으려고 한다. 어렵게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 투자할 기업을 평생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너무 쉽게 찾으려 하는 사람들은 HTS에서 찾는다. 이평선, 신고가, 볼린저 밴드 등 주가와 거래량의 지표만으로 투자할 기업을 고른다. 기업이라는 실체의 그림자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니 불안이 떠나지 않는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지 못하면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기업은 우리 삶의 터전이다.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우리의 생활기반을 만들어준다. 기업이 만든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기업이 만든 옷을 입고 기업이 만든 차를 타고 기업으로 출근을 한다.

아파트 하나에만도 건설사가 있고 콘크리트 생산 기업이 있고 철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고 승강기를 만드는 기업이 있고 승강기를 지탱하는 와이어를 만드는 기업이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투자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늘 주변에 있었는데도 우리가 알지 못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습관적으로 지나쳐서 보지 못한 일상의 물건들에서 투자기회가 발견된다. 작정하고 찾는다면 오늘 하루에도 상장사 숫자보다 더 많은 기업을 만날 수 있다.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끈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바로 투자기회다.

덧붙여, 주식과 관련한 말을 바꿔보기를 권한다. 나 역시 편의상 주식투자라고 하지만 ‘기업에 대한 투자’가 올바른 표현이다. “종목을 발굴한다”가 아니라 “동행할 기업을 찾는다”는 말이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다.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뀐다. 투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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