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33] 매수·매도 시점 잘 잡는 법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나는 <아시아엔> 독자들이 정보매매, 뇌동매매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식임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에서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과 투자 이후에도 관찰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점도 말씀드렸다. 이제 매도가 남았다.
투자한 어떤 기업의 주가가 최근 2~3개월 사이에 50% 상승했다고 하자. 더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매도할 것인가. 매도하자니 이후에 더 오를 것이, 더 기다리자니 하락할까 봐 걱정된다. 이런 걱정들이 현실로 나타날 확률은 언제나 50%다.
“단기간에 급상승했으니 조정기를 거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매도한 다음 조정을 받을 때 다시 매수하자.”
스스로는 기막힌 전략이라고 감탄할지 몰라도 누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최초에 매수한 가격보다 50% 상승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락해도 비싸게 느껴진다. 싸게 느껴질 만큼 하락한다면? 그때는 과감하게 매수할 수 있을까? 이제는 더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매수하지 못한다.
일부는 매도하고 일부는 보유하는 방법도 있다.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매도한 뒤에 주가가 더 올라도 남겨둔 물량이 있으니 좋고, 하락하면 고점(高點)에서 일부 매도했으니 억울하지 않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투자라기보다는 확률 게임이다.
더 오르면 남겨둔 물량을 매도할 것인가? 하락하면 또 남겨둔 물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매도한 직후에 쭉 상승하면 그때는 또 어떤 감정에 사로잡힐 것인가? 주가에 따라 갈팡질팡하게 되는 근본원인은 투자를 매매 게임으로 보는 데 있다. 흔히 ‘주식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명쾌한 듯 보이지만 사실 말장난에 불과하다.
‘싸다’와 ‘비싸다’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2001년에 나는 고려개발에 투자하고 있었다. 3월에 3000원대부터 매수하기 시작했는데 6월말에 7000원대 중반까지 갔다. 100% 넘는 수익률이다. 3000원대였던 주식이 7000원대까지 올랐으니 3개월 만에 대단히 비싸진 것일까?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시라. 지금부터 변화된 주가를 알려드릴 테니 이 가격이 비싼지 싼지 판단해보시라. 고려개발 주가는 이후 4900원까지 내려앉았다. 3000원보다는 비싸고 7000원보다는 싸다. 주가는 다시 7000원대 중반까지 재상승했다. 그리고 9.11 테러가 터지면서 다시 4900원대로 떨어졌다.
그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매수했지만 이때는 자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매수를 했다. 2002년 초 주가는 8350원을 찍었다. 그리고 2003년 봄에는 400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2004년 1만2000원~1만5000원대에 매도했다. 평균 매수단가는 5000원이었다. 나는 고려개발 주식을 ‘비쌀 때’ 매도한 것일까?
많게는 300%까지 수익을 냈으니 비쌀 때 매도한 게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고려개발은 내가 매도한 후 1년쯤 지났을 때 최고 4만2400원까지 올랐다. 그러면 나는 ‘쌀 때’ 매도한 것일까?
당신은 등락을 거듭했던 고려개발의 주가가 싼지, 비싼지 판단할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당신은 당시 고려개발이라는 기업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판단했던 고려개발의 적정주가는 2만원이었다. 여기까지가 고려개발에 대한 나의 농사 계획이었는데, 유상증자를 하는 바람에 조금 일찍 매도했다.
고려개발보다 더 좋아 보이는 KCC건설을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KCC건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보유기간을 더 길게 잡았을 것이다.
실패하는 투자 유형 중 ‘짧게 먹고 길게 손실 보는 유형’이 많다고 한다. 몇 % 오르면 기분이 좋아서, 얼른 현금으로 만들고 싶어서, 다시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매도한다. 손실이 나면 팔지 못하고 길게 가지고 있다가 본전 근처에 오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팔아버린다. 놀랍도록 긴 기간 동안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보유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막연하게, 아무 기준도 없이 ‘10% 오르거나 내리면 판다’는 생각으로 매수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오르면 재빨리 팔고 떨어지면 아까워서 팔지 못한다. 나는 1~2년을 지켜본 뒤에 그 기업의 적정 주가를 판단한다. 그리고 목표 주가에 도달했을 때 매도하는데, 기업의 전망이 긍정적이면 더 보유하기도 한다. 상승하는 주가는 기준이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목표가를 임의로 정하고 수시로 변경한다. 기업의 가치는 보지 않고 “나의 목표 수익률이 얼마니까 그때가 되면 매도한다”는 기상천외한 기준을 적용하려고 한다. 그래도 확률은 반반이다. 목표가에 도달하거나 도달하지 않거나. 어느 경우든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주가의 등락은 매매의 기준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 농심투자를 하려고 해도 자주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판단해서 매수했는데 하락 폭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면 불안해진다. 목표가에 도달했을 때는 주가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자신의 판단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 판단의 권한을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마음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나는 아니다’라며 자만하지 말고 ‘나는 어떻게, 얼마나 많이 흔들릴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탐욕과 공포라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감정이 생겼음을 알아차리고 올바른 대응을 하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올바른 대응 기준은 늘 기업 그 자체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