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⑤] 무능하고 불성실한 경영자는 어떻게?
[아시아엔=박영옥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주식농부] 신입사원의 월급이 왜 적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같은 회사 내의 같은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면 조직원 중 신입사원의 월급이 가장 적다. 나는 아직까지 어느 신입사원이 “저는 왜 대리님보다 월급이 적습니까?”라고 물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신입사원은 바쁘다. 같은 공간에 있는 모두가 그의 상사이며, 상사들은 그에게 온갖 일을 다 시킨다. 그가 없을 때 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궁금할 만큼 많은 일을 하지만 월급은 가장 적다. 누구도 왜 적은지 묻지 않는 것은 신입사원에게 부여된 책임과 권한이 적기 때문이다. 그가 바쁜 이유는 상사들의 업무를 보조하기 때문이지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잘못되었을 때 신입사원에게 책임을 묻는 예가 없고,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둔다한들 큰 공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올라갈수록 하는 일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월급도 올라간다. 그 정점에 경영자가 있다.
최고경영자는 막강한 권한만큼 책임을 지고 있는가? 경영자는 기업 내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는 보고서를 쓰지 않지만 올라오는 모든 결재서류에 퇴짜를 놓을 수 있다. 신입사원은 눈도 맞추기 어려운 부장들을 ‘혼낼’ 수도 있다. 모든 구성원은 그가 지시한 내용을 따라야 하고, 그가 사인한 결재서류를 포함해 그 입을 통해 나온 모든 말이 실무진의 업무 지침이 된다. 월급을 제일 많이 받아도, 넓은 사무실을 혼자 써도, 비서와 자동차, 운전기사까지 제공받아도 문제 삼지 않는다. 나 역시 문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권한과 동의어에 가까운 책임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 정말 무능력한 과장이 있다고 하자. 만년과장인 그는 입사동기 중 가장 늦게 과장이 됐을 뿐 아니라 지금은 후배들에게도 뒤처지는 중이다. 입사동기인 부장들도 그의 무능을 잘 알고 있고 부하들은 의사소통에 방해가 되는 그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는 어떻게 될까? 이미 그렇겠지만 점점 덜 중요한 부서로 발령받을 것이다. 더 이상 승진도 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결국에는 사표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영업 1팀, 영업 2팀처럼 경쟁관계에 있는 팀의 팀장이라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당락이 결정된다. 이렇듯 기업의 모든 구성원은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는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승진에서 반복적으로 누락될 것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만약 어떤 대주주가 다른 기업에서 큰 성과를 거둔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고 하자. 하지만 그 전문경영인이 운이 다한 건지 총기가 떨어진 건지 여하튼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몇 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다면 대주주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만일 흑자를 내긴 하지만 유지만 하는 수준이라면, 즉 기업을 더 이상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대주주는 어떻게 할까? 업종과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그 전문경영인은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권한만 누렸을 뿐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지분으로, 경영자는 경영으로
똑같은 경영자인데 만일 그가 대주주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막막하다! 그는 스스로를 경영자로 임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고작해야 1년에 한 번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잠깐 소리 지르는 게 전부다. 그가 그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
적자를 냈다고 사무실 크기를 줄이지 않고 비서를 해고하지도 않으며 자동차를 빼앗기지도 않는다. 권한에 따른 혜택은 명백한데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지 알 수 없다. 주주들의 재산이 반토막 나도 대주주이자 경영자의 월급은 줄어들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실적이 좀 안 좋다고 주인을 쫓아낼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까지 주식회사의 정의를 잘 모르는 거다.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주인이 되는 건 아니다. 주식회사는 어디까지나 동업으로 운영된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공동으로 이익을 보고 적자를 내면 공동으로 손해 보자는 약속을 전제로 한 것이 주식회사다. 여전히 생각의 전환이 어렵다면 앞서 예로 든 공동 투자한 식당을 떠올려 보라. 주방장 출신의 친구와 51 대 49로 자금을 투자하고 운영은 친구가 하는 대신 수익의 20퍼센트를 받기로 한 식당 말이다.
그 식당이 매달 적자를 내고 있다면 어떨까? 적자를 낸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 친구는 매달 적지 않은 월급을 가져가고 식당 명의로 자가용까지 사서 타고 다닌다. 기름 역시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이 적자를 내고 있으니 수익을 보기는커녕 투자한 자본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당신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 동업자는 편안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러면서 적자를 해소할 비전을 찾지도 않고 만나기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 그것은 상식에 부합하는가?
나는 지금 합법과 불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무능하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든 1주 1표의 원칙에 따른 표결로 경영자가 되었으니 틀림없는 합법이다. 그러나 법은 상식을 명문화한 것이다. 상식에 위배되는 법은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견제 받지 않는 무능한 대주주가 경영자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기업을 망하게 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적자 운영을 지속하면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자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다면 주식회사 한진해운을 비롯한 많은 기업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많은 지분=경영자’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영 능력=경영자’라는 등식이 상식이다. 이 상식을 어떻게 제도로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아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동일하다는 것은 알겠다.
‘무능하고 불성실한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능하고 불성실한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영자도 직원 중 한 사람이니 결국 답은 같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투자햇다가 70프로 손실 보고있는분이 박영옥님 아니신가요? 투자란말은 이제는 안꺼내시는게 좋을듯좋을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