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⑧] 대주주의 연봉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가

작년 3월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정기 주주총회 장면 <연합뉴스>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스마트인컴 대표,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상당수 영화는 수익은커녕 투자금조차 건지지 못한다. 유명 배우와 감독이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었지만 끝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또 어떤 영화는 조연급 배우들을 쓰고 짧은 기간 촬영을 하고도 투자금의 몇 배를 벌기도 한다. 기업의 제품도 그렇다. 그야말로 전사적으로, 회사의 명운을 걸고 막대한 자본과 인력, 시간을 투입하고도 실패하는가 하면 기발하고 간단한 아이디어 제품이 히트 상품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여러 사람이 투입된 공동의 업무가 성공 혹은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영화의 경우 흥행에 실패하면 감독에게 1차적인 화살이 날아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제작자의 지나친 간섭, 유명 배우의 갑질, 경쟁 영화 등이 원인일 수 있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어떤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기획이나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마케팅 부서를 탓하기 쉽고 마케팅 부서는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제품이었다는 말로 일정 부분 책임을 면하려 든다. 즉 어떤 프로젝트의 성패에 따라 본인이 내세우는 관여도에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같은 기업에서도 영업직은 조금 다르다. 대리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개인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사무직이나 생산직과 달리 업무 성과가 명확하기 때문에 실적에 따라 돈을 받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또 마땅하다. 그래서 같은 지점에 있는 보험설계사라도 능력에 따라 어떤 사람은 겨우 기본급만 받고 어떤 사람은 억대 연봉을 챙겨간다.

경영자 연봉은 업무 능력에 따라

경영자의 업무성격은 어떤가? 생산직에 가까운가, 사무직에 가까운가, 아니면 영업직에 가까운가. 나는 영업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는 각 부서의 공과가 얼마인지 불명확하다. 그러나 기획, 생산, 마케팅, 지원 등 모든 부서의 합이 기업 경영의 최종 결과물이고 이는 각 분기별 재무제표에 드러난다.

물론 숫자만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미래를 위한 준비 역시 경영자의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이 역시 해당 사안을 내부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경영자가 외부에 있는 동업자(주주)들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보험설계사처럼, 자동차 판매사원처럼 경영자는 자신의 업무 성과에 비례하는 연봉을 받고 있을까?

2013년까지 한국의 주주들은 자신의 동업자가 연봉을 얼마 받는지 알지 못했다. 임원 보수의 총액만 공개하면 됐기 때문이다. 2014년 3월부터는 연봉이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와 구체적 산정 기준을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자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는 방법으로 보수 공개를 피했다.

그래서 2018년부터는 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총액 기준 상위 5명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바꿨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사생활 침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들며 반대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를 들어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보다는 ‘미등기 임원의 보수에 대한 주주 및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여 회사 경영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함’이라는 법 개정 목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보수를 공개하라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매년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대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기업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데 “기업의 이익에 기여한 만큼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모든 주식회사 임원의 보수는 공개되어야 한다.

한 발 양보해 임원 보수는 총액만 공시하더라도 경영자 개인의 연봉은 단독으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주주들은 동업자의 연봉이 얼마인지 알 권리가 있다. 최소한 그것이라도 알아야 능력과 대비해 적정한 보수를 받고 있는지 따져볼 게 아닌가.

경영자의 연봉은 얼마가 적당할까? 예전에 이와 관련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다소 중복되는 내용이 있지만 맥락상 전문을 싣는다.

►대주주의 연봉이 배당에 비례한다면 기업에 투자해서 먹고사는 전업투자자로서 나는 기업가들을 존경한다. 한 기업이 탄생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를 생산해냈다는 뜻이다. 어떤 재화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청춘을 좀 더 멋져 보이게 만들었고 또 어떤 재화는 가족들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고 또 다른 어떤 재화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만족시켰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투자의 판단을 내릴 때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기업의 수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존경이라는 단어가 과하게 느껴진다면 존중이라고 해도 좋다. 이 존중의 마음을 기본으로 두고 경영자의 연봉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경영자는 많은 연봉을 받는다. 경영자라는 자리에 따라오는 크고 작은 혜택들은 논외로 하자. 경영자가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원들에 비해 얼마나 많이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직원들보다 많이 받아야 한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은 대주주가 기업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은 기업의 성과가 좋지 않으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 하지만 대주주는 아니다. 기업이 적자를 봤다고 자기 연봉을 깎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매년 실적에 따라 경영자의 연봉을 올리거나 깎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식회사에 어울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다. 바로 배당이다.

만약 대주주가 많은 연봉으로 윤택한 생활을 누리면서 배당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나머지 주주들은 자신의 자본을 기업에 투자한 의미가 없다. 투자는 성과가 났을 때 그만큼의 이익을 돌려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것이 주식회사제도의 기본 개념이다.

연봉을 적게 받는 대신 이익을 냈을 때 배당을 통해 성과에 대한 보답을 받으면 된다. 이익을 많이 낸 해에는 배당액을 그만큼 늘리고 적게 냈으면 배당액을 그만큼 줄이면 된다. 적자를 내면 경영자로서 성과가 없는 것이니 배당을 받지 않으면 된다. 전문경영인이면 배당에 비례하는 성과급을 주면 된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 배당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라도 경영자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므로 다른 주주들도 얼마든지 용인하고 기다려줄 수 있다.

기업에는 막대한 유보금이 쌓이고 대주주는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데 소액주주들은 투자를 해놓고도 그에 대한 보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한다면 외국 투자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 자본시장을 ‘개미’들이 든든하게 받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어졌고 계속해서 일할 수도 그렇다고 월급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도 없다. 저성장 저금리시대, 배당에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대주주의 연봉이 배당에 비례한다면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성과에서 소외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우리 자본시장이 튼튼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아시아경제>, 2016년 8월 2일자)

경영자의 연봉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가 스스로를 경영자로 임명해놓고 자신의 이익에는 충실하고 동업자들의 이익을 외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경영을 잘했다는 뜻이고, 경영을 잘했다는 것은 기업에 이익이 났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이익은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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