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⑨] 배당 잔치라니?
도 넘은 ‘배당 잔치’ 외국인·대주주 특혜 논란
서민들 피 빨아 외국인 배당 잔치하는 은행들
외국인 배당 잔치···10대 그룹서 3년간 15조 챙겨
삼성전자 사상 최대 배당에 ‘외국인 잔치’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스마트인컴 대표,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배당과 관련한 몇몇 신문기사 제목이다. 사상 최대의 배당을 했다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거하게 잔치를 했는지 들여다보자. 한 신문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2017년 삼성전자는 약 5조8000억원의 현금 배당을 했다. 그래서 전체 배당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외국인들이 배당 잔치를 벌이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도 삼성전자에서만 무려 2124억원을 배당받았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독자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이 번 돈의 절반을 외국인이 가져간다고? 국부 유출 아냐? 그런데 이건희 회장도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어? 배 아프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배당 시즌만 되면 마치 사악한 외국인들이 강압적으로 우리 기업들로부터 돈을 빼앗아가는 것처럼 표현하는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 재벌 총수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도 친절하게 알려줌으로써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은 배당금에 배당 잔치라니?
5조 8000억원. 엄청난 금액인 건 맞다. 그런데 이 금액은 배당되는 돈의 총액이다. 사상 최대라는 이 배당금을 주식 수로 나누면 고작 4만2500원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 말에 약 250만원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 1주를 샀다고 가정했을 때 받는 배당금이 4만2500원이라는 말이다.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을 시가로 나눈 비율)로 환산하면 1.7퍼센트다. 2016년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도 1.58퍼센트였다. 이자로 치면 당시의 기준금리 1.25퍼센트보다 조금 높았고 시중은행의 적금 금리보다 낮았다. 이걸 갖고 배당 잔치라고 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배당금 중 절반을 외국인이 가져간다고, 국부가 유출된다고 난리들을 치는데 눈속임에 가까운 기사들이다. 국부 유출이라니, 그들은 투자를 한 후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이윤을 내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들에게 제대로 배당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즉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서 큰일이라는 기사로 지면이 도배될 것이다.
2017년 코스피에 상장된 745개 기업 중 현금 배당을 실시한 곳은 537개사였다(12월 결산법인 기준). 이들 기업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86퍼센트였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배당으로 1만8600원을 받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세금을 제하고 나면 더 줄어든다. 나머지 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내유보금이라는 이름으로 쌓여 있다.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만도 800조원이 훌쩍 넘는다. 사상 최대 배당을 했다는 삼성전자의 유보율은 2017년 기준 무려 2만4536퍼센트에 이른다.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 돈의 액수가 적어서 그렇지 시가배당률, 배당성향, 유보율 등은 많은 상장사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주식은 시세차익만 고려하는 골동품이 아니다
기업은 자본을 투자해 돈을 버는 곳이다. 더 많은 자금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상장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본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돈을 쌓아두고만 있다고? 그건 이상한 일이다.
물론 버는 족족 배당하라는 건 아니다. 처한 상황, 속한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높일 수 있다. 성공적인 투자를 한다면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따라서 주당 순자산가치 역시 높아진다. 그런데 성장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업도,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도 배당은 똑같이 쥐꼬리만큼 한다. 사업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한 자금이라거나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자본을 비축해둬야 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로는 아까워하는 것 같다. 기업에 쌓아두면 이렇게 저렇게 해서 ‘합법적으로’ 빼돌릴 수도 있는데 배당을 해버리면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외국이라고 기업에 닥칠 위기가 전혀 없겠는가? 미국의 AT&T라는 통신사는 1980년대부터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AT&T는 연간 네 차례 배당을 하는데 배당률이 6퍼센트가 넘는다.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기업 중 25년간 배당금을 늘려온 기업의 수가 1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면 왜 그것을 발표하지 않는가?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경영자 스스로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본은 있지만 그것으로 이윤을 창출할 능력이 없다는 게 아니겠는가.
‘주주들의 자본금 덕분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지금도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주주들과 기업의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대주주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더불어 배당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금액이 많지 않다. 1000만~5000만원이 가장 많다고 한다. 1퍼센트든 2퍼센트든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어서인지 배당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나저러나 몇 푼 안 되는 배당받자고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그들 대부분은 주가가 크게 상승해야 큰돈을 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금융투자협회가 펀드, 주식 등 원금손실이 생길 수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한 23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2016년 평균 수익률은 1.15퍼센트였다.
나는 배당성향이 30퍼센트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실적이 나쁘지 않은 기업의 주가가 수급에 따라 하염없이 하락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아줄 것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수익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고질병인 단기투자도 많이 완화될 거라 생각한다.
주식은 골동품이 아니다. 소장하고 있다가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세차익만으로 투자의 결실을 보라고 하는 것은 주식을 골동품 취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