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③] 한달 커피값 아껴 주식투자 해보실래요?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몇십 년 동안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넘어지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우리 회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로써 저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세금도 많이 냈습니다.”

어떤 사업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직업인 나로서는 박수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기가 돈 벌려고 한 건데 무슨 박수냐는 심성의 소유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유용한 재화를 생산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 공로는 인정해줘야 한다. 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돈을 내고 밥을 먹었으면서도 식당에서 나올 때는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여기까지는 시비 걸 여지가 없다.

그런데 앞서 예로 든 사업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이 사회에 공헌한 바가 많은 만큼 저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상장을 하려고 합니다. 신주를 포함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만 남기고 투자자 여러분에게 모두 팔까 합니다. 현금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무척 뿌듯합니다.”

이런 발언을 듣는다면 이제야말로 격렬하게 비난할 때다. 물론 상장할 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목표한 만큼의 자본을 투자받으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포부를 밝혀줘야 한다.

“그동안 열심히 기업을 경영했고 그 결과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우리 업종은 향후에도 계속 확장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 기업도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상장을 큰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며 그 성과를 주주들과 나누겠습니다.”

성과 공유 약속 지키지 않는 대주주

상장을 통해 자본을 모은다는 것은 그 돈으로 현재보다 더 크게 성장시킬 거라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 상식을 지키지 않는 대주주가 의외로 많다. 성과의 공유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주주 역시 의외로 많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실제 행동은 상장을 한몫 챙기는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몫 두둑하게 챙겨서 자기만의 구중궁궐로 들어가 버리면 투자자들은 정말 난감하다. 이런 대주주는 1년에 딱 한번뿐인 주주총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투자 받을 것 다 받았으니 이제 주주들을 볼 일은 없다는 식이다.

이런 기업들은 실제 가진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는 이런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투자자 개인으로서는 이런 기업을 피하는 게 상책일 수 있지만 우리 자본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대주주가 끼치는 해악이 적지 않다.

어제 처음 만난 사람이 당신에게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 수 있는가? 나는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십년지기가 같은 액수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어떤가? 친동생이 그보다 더 큰 액수를 빌려달라고 하면 또 어떤가? 십년지기가 괜찮은 사업 아이템을 들고 와서 투자해달라고 하면 어떤가? 가족이 동업을 하자고 하면 또 어떤가? 그리고 시간 약속을 어기기로 정평이 나 있는 지인이 동업을 요청하면 투자하겠는가?

나는 지금 신뢰의 크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크기와 깊이에 따라 우리는 10만원도 투자하지 않을 수 있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동업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갖는 신뢰는 어느 정도일까? 한 번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 자본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에 내가 최근에 겪은 일화를 소개하겠다.

투자의 본질 말하는데 사기꾼 취급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강의에서든 인터뷰에서든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도 ‘매달 일정액을 적금 붓듯이 투자하라, 투자하기 전에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라, 도박하듯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지 말고 상식적인 기대를 하라, 동행할 기업 서너 개만 있으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러면서 좀 더 쉽게 설명하려고 커피 값을 예로 들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한 잔 사주면 대략 만원이 되는데, 매일 그 돈을 아껴서 매년 10%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30년 후에는 7억원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커피 값 자체가 아니라 월급에서 30만원을 아껴서 투자하라는 게 본질이었다. 4인 가족이 매일 2500원씩 아껴서 투자하라고 말했다면 반응이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하루 커피값 주식에 투자하면 30년 후 7억 된다’라는 제목을 달고 나간 기사에 하루 사이 수백 개의 악플이 달린 것이다.

‘서민 커피 값까지 삥 뜯냐?’, ‘개미핥기들이 개미 꼬드기는 기사, 사짜 냄새 풀풀 난다’ 등의 악플이 도배되어 있었다. 댓글을 단 사람 중 대다수는 나를 사기꾼 취급했다. ‘주식으로 1억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2억으로 시작하면 된다’, ‘강원랜드나 주식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말도 있었다. 댓글을 보면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했다. 그들에게 주식시장은 개미핥기들이 득시글거리는 개미지옥이었다. 이것이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니 손실에 대한 위험은 늘 있다. 비상식적인 수익을 노리면서 스스로 개미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업에 투자한 주변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면 어떨까? 위험을 감수한 만큼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배당을 받는 친구가 하나둘 늘어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손실을 낸 경영자가 소액주주들 앞에 직접 나서서 마치 상장할 때처럼 간절한 자세로 손실을 만회하고 더욱 성장할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 기업과 주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커질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상식적인 투자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 자본시장이 튼튼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상식을 지키지 않는 대주주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인간은 본래 자기 이익에 충실하다. 그들을 비난한다 한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비상식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의 손해가 보전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비상식적이고 자본시장을 저해하는 행동을 해도 그것이 ‘합법’이라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것들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 그것은 제도가 잘못된 것이고 그런 제도는 수정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