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생각 28] 주식투자 수익금은 불로소득이 아니다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주식투자는 치열한 노동이다. 그가 누리고 있는 지위, 명성 그리고 부까지 타인의 성공은 달콤해 보인다. ‘내가 저렇게 성공한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백일몽을 꾸기도 한다.
섬유가공 공장에서 일할 때 내가 꾸던 백일몽은 공장장이었다. 밖에 나가면 그저 늙수그레한 아저씨일 뿐인데 공장에 들어오면 달랐다. 기계가 멈춰 서면 마치 화타처럼 원인을 짚어내고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나에게는 공장장이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직업이었다. 나는 공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가서도 생산관리, 원가회계 등을 공부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공부들은 공장장이라는 일의 극히 일부였다. 얼마나 오랜 세월 화공약품 냄새를 견디면서 말 안 듣는 기계를 붙들고 씨름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매년 가을이 되면 방송에서 누렇게 익은 벼를 보여주면서 풍요의 계절을 운운한다. 그러나 시골에서 자란 나로서는 이른바 황금들녘이 풍요로만 보이지 않는다.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이 보이고, 풀물 들어 새까만 손톱 밑이 보이고, 손금보다 진하게 갈라진 거친 손바닥이 보인다. 그을린 얼굴, 새까만 손톱, 거친 손바닥의 주인이 황금 들녘이 주는 풍요로움의 진짜 주인이다. 그들만이 벼를 쓰다듬으면서 이것이 풍요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
주식투자로 번돈은 자주 불로소득으로 간주된다.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에 따르면 나는 지난 20년 가까이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여의도에 사무실도 있고 직원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나와 직원들은 여기 모여서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현장탐방이랍시고 전국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한 것일까. 새벽 일찍 일어나서 세계시황을 살피는 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눈은 자주 씀벅거리고 때로는 코피를 쏟기도 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데 그들은 도대체 왜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사람들이 내 자산을 거론하면서 부럽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운이 따라준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엎드려 절 받는 것 같아 머쓱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면-부러워하는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그에게 할 말은 이것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어요?”
부럽다는 감정만으로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아야 그것을 참고해 자신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은 사람도 자신의 고생을 알아준다는 느낌 때문에 최대한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려고 할 것이다.
혹은 이런 질문도 가능하겠다.?“여기까지 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셨어요?”
멋진 몸매를 가진 연예인들이 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뭔가 남들과 다른 성과를 내려면 그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써야 한다. 친구와의 술자리든, TV 시청이든, 게임이든, 잠자는 시간이든, 기존에 하던 뭔가를 포기해야만 새로운 뭔가를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의 성공은 그의 것이다. 함부로 부럽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아름다운 동작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발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은 개인 투자자의 절대무기이면서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시간을 절대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선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100만원이 200만원이 되고, 200만원이 400만원이 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발레리나의 발을 떠올릴 줄 아는 투자자는 ‘만만치 않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간을 인내와 노력으로 채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즐기면서 살자’는 생각이 들 때마다 결단에 결단을 거듭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매수를 클릭하면 ‘펑’하고 순식간에 수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주식투자는 나무와 같다. 나무는 온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키가 자라는지 마는지 알아챌 수 없지만 열심히 거름 주고 벌레 잡아주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자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 수익금은 불로소득이 아니다. 치열한 노동의 결과다. 주식투자에 나서는 당신, 이 말은 반드시 기억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