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⑪] ‘마음 그릇’이 돈보다 커야 한다
[아시아엔=박영옥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우리 회사는 오늘 역사적인 창업을 했습니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폐업하겠습니다. 내년에는 경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폐업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장도 없거니와 이런 사장 밑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없다. 업종에 따라, 수익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창업한 이후에 의미 있는 수익을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런저런 사정에 따라 적자를 보는 때도 있다.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경기가 나빠진다고 폐업을 할 거라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업가라면 장단기 플랜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뚝심 있게 사업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 전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사업가의 자질이다. 만약 어떤 경영자가 다음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장기적인 성장 플랜이 없다” “무리를 해서라도 얼른 키워서 팔아먹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실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익을 새로운 설비나 기술 개발에 쓰지 않고 빼쓰는 술수를 쓴다” “창업자금에 대한 본전 생각이 강하다” “작은 일만 터져도 자기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직원들을 못살게 군다” 등등.
망할 확률 99.9%다. 여러분이 다니는 직장의 사장님은 어떤가? 현장의 일은 알지도 못하면서 딴죽이나 거는 사람,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제일 큰 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그러면서 월급은 제일 많이 가져가는 사람, 조울증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많이 주지도 않으면서 월급날마다 생색내는 사람···.
직장인의 눈으로만 보면 ‘사장놈’은 이런 사람 중 하나이기 쉽다. 당신은 당신의 회사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사장님’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보시라.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는 사장, 존경할 수 있는 사장의 모습을 레고를 조립하듯 만들어보시라.
‘완성된 사장’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는가? 사업을 보는 장기적인 안목, 세상에 대한 통찰과 예측력, 직원들에게 관심은 가지되 간섭은 하지 않는 자상함, 함께하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주는 믿음직함 등의 자질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동의하시는가? 이제 됐다. 여러분이 그린 ‘완성된 사장’의 모습이 바로 여러분이 지향해야 할 ‘완성된 투자자’의 모습이다.
‘망할 확률 99.9%인 사장’을 보라. 실패하는 투자자의 전형과 너무나 닮아 있다. 기업의 성장주기를 보지 않고 단기투자를 하고, 기업의 내용과 관계없이 주가만 오르면 좋아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면서 괴로워하고, 몇 %만 떨어져도 불안해서 견디지를 못한다. 반면 ‘완성된 사장’과 같은 투자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의 성장주기에 투자한다. 정보를 쫓지 않고 세상의 흐름을 읽는다.
기업과 소통하면서 주주제안이라는 형태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큰 흐름을 보면서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찬찬히 비교해보면 이상적인 사업가와 이상적인 투자자는 서로 닮아 있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수익률만 밝히는 투자자가 바람직하지 않듯, 이윤을 너무 많이 남기는 사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적정한 수준의 이윤을 내는 기업을 좋아한다. 돈만 밝히는 기업가는 언젠가 나의 돈도 탐할지 모른다.
도박하듯이 투자하면 피폐한 정신, 망가진 몸, 텅 빈 잔고와 같은 도박의 결과를 얻게 된다. 투자하는 순간 그 기업의 경영자라고 생각하고 사업하듯이 투자를 이어 나가야 사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훗날 여러분이 주식투자로 부자가 되었을 때 당신의 자녀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아빠,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해요? 아빠는 어떻게 했어요?”
여러분의 자녀 역시 기업이 제공한 삶의 터전에서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 아들에게 “응, 주식투자는 노름하듯이 하면 된단다”라고 답해줄 수는 없다. 10만번의 행운이 따라주어서 도박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고 싶은가? 그 대답은 여러분이 어떤 투자자가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금부터 대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부자라는 목적지로 가려는 여러분 앞에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어려워 보이고 또 하나는 쉬워 보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쉬워 보이는 길에 끌린다. 그러나 그 길의 끝은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다. 기업가처럼 투자하는 길은 험난하지만, 여러분을 확실하게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다.
여러분의 목표는 쉽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는 길 중에 쉬운 길은 없다. 앞으로 여러분이 투자자로 살아가는 동안 쉬워 보이는 길,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면 그것은 길이 아니라 ‘수렁’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물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걸어가면 아무리 조심해도 물이 흘러넘친다. 그러나 동일한 양의 물을 그보다 10배쯤 큰 그릇에 담으면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물은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일이고 그릇은 여러분의 마음이다. 마음 그릇이 작은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이성을 잃는다. 이성을 잃은 상태, 다시 말해 자기 마음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행동한 사람들의 일이 종종 신문의 사회면에 등장한다. 반면 마음 그릇이 큰 사람은 어지간히 큰일을 당해도 차분하게 대처한다. 주식투자자의 마음 그릇이 이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