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⑫] 내가 연예기획사 주식을 갖지 않는 이유
단순한 기업에 주목하는 까닭 3가지
[아시아엔=박영옥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이동통신 요금제는 복잡하다.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종류는 각각 150~2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타사와의 비교는 물론 한 회사의 요금제를 놓고 비교하는 것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쓰는 요금제도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뭐가 뭔지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비자는 대리점에 월간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을 알려주고 시키는 대로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그 요금제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는 영원히 모를 가능성이 높다.
상장사들 중에도 이동통신 요금제 같은 기업들이 있다. 공부할수록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기업들이다. 우선 자회사와 지분 관계가 얽혀 있는 기업을 보자. 투자는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가 높을 때 한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예측하려면 일단은 현재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 후에 세상의 흐름에 기업의 흐름을 겹쳐 보는 방식으로 미래의 가치를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런데 자회사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기업은 현재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자회사가 서너 개인 경우에는 거대 기업을 알아가는 것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덜 들겠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자회사 중 하나가 어려워지면 장사를 잘한 다른 기업들도 덩달아 어려워진다. 쓰러져가는 자회사를 살리려다가 알토란 같은 자회사를 팔아넘기기도 한다. 본업의 영역에 속하지만 업무 스타일이 다른 경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로 분할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라면 모기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어발식의 자회사라면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단순한 기업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함’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중 첫번째가 위에서 이야기한 ‘기업 원리’의 단순함이다. 나는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의 원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까지 주로 중소, 중견 기업에 투자한 이유도 ‘단순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투자는 동업이다. 내가 주인이 되는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는 대리 경영이다.
따라서 “이 기업은 이렇게 저렇게 경영하면 성장해 나갈 수 있겠다”라는 경영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자회사가 칡넝쿨처럼 엉켜 있는 기업은 단순 명료하게 파악되지 않으므로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혹은 자회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현재의 가치를 판단하고 미래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회사가 없는 기업보다 많은 기업에서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기업의 단순성을 판단하는 두 번째 기준은 ‘수익구조’의 단순함이다. ‘수익 모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업종의 구별과는 다르다. 똑같이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회사라도 프로그램 자체를 팔아서 이윤을 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무료로 배포한 다음 플랫폼으로서 수익을 내는 기업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익구조는 얼마의 원가를 들여 제작하고, 얼마나 팔며, 얼마가 남는지를 단순 명쾌하게 볼 수 있는 구조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모든 기업은 그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은 특화된 부분 없이 여기저기서 찔끔찔끔 수익을 만들어낸다. 투자자로서 주인인 나는 “기기 임대도 좀 하고, 제조도 조금씩 하고, 건물 임대를 해서도 수익이 좀 난다”는 식의 답변은 듣고 싶지 않다. 삼천리자전거처럼 “자전거를 만들어 팔아서 이익을 낸다”고 답할 수 있는 기업이 좋다.
일반적으로 수익구조가 단순하다고 생각되는 기업이 있고 좀 복잡한 수익구조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기업이 있긴 해도, 내가 말하는 단순함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나는 증권사 직원의 투자 권유를 자주 받는 편이다. 매번 기업에 대한 설명을 다 들은 다음 내가 하는 말은 “공부해보겠다”는 것이다.
대개 일정 부분 공부를 한 다음 기업 탐방을 가는데, 담당자에게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벌어서는 먹고살기도 버겁겠다 싶은 기업도 물론 있다. 증권사 직원에게는 단순 명쾌한 수익구조가 나에게는 복잡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함의 정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내가 설명을 듣고서도 이해하지 못한 기업을 두고 여러분은 ‘이게 왜 어렵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매년 일정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있다. 재무구조도 튼튼하고 자회사도 없다. 그래서 투자를 하려는데 수익 모델이 복잡하게 여겨진다면 아직 공부가 부족한 것이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해”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한 다음에 투자해야 한다.
내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도 수익 모델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도 시청자가 많다. 그 드라마에 나온 주인공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그 배우들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있다. K-POP과 드라마를 필두로 한 한류 열풍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젊은 연예인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드라마를 챙겨 보지도 않고, 댄스곡의 박자는 내 호흡에 비해 너무 빠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상품’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면서도 투자는 하지 않는다. 감성적인 부분이기에 공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시간에 다른 기업을 공부하는 게 나에게는 더 나은 일이다. <아시아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업종, 모든 기업을 다 알 필요는 없다. 현재 종사하는 업종, 관심 분야에서 기업을 찾으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남들보다 더 단순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업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세번째 기준은 ‘독립성’이다. 독립적이지 않고 특정기업에 종속되어 있는 기업은 단순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단 한 기업에 납품한다면 원청업체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 그러면 원청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고 투자자 역시 원청업체의 눈치를 봐야 한다. 원청업체의 사정까지 파악해야 하므로 너무 복잡해진다. 나는 완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와 승부하는 기업이 좋다.
납품을 하더라도 독자적인 기술이 있어서 원청업체와 대등한 관계에 있고 납품처가 다양한 기업이라면 괜찮다. 제품의 우수성만 보면 된다.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 역시 상품의 우수성만 보면 상당 부분 해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