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 16] 증시 헛똑똑이한테 속지 않으려면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요즘은 많이 까다로워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운전면허 취득이 너무 쉬웠다. 차선을 바꾸지 못해 계속 직진 만 하는 사람도, 핸들만 잡으면 헐크로 변하는 사람도 운전면허증이 있다.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문자를 보내는 사람 역시 운전면허증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2000년~2010년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3000여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부주의가 원인이다.

주식투자 거래 역시 너무 쉽다. 증권사나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HTS(Home Trading System)만 내려받으면 된다. 그리고 몇 번 마우스 클릭 하고 수수료와 거래세를 부담하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주식투자를 섣불리 시작했다가 손실을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너무 많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주식투자 자격증을 발부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본업이 주식투자이며 전 국민이 주식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언론에서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부풀려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기본적인 공부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주식투자의 세계에 뛰어드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리려 하는 것이다.

10억원의 여윳돈이 있다고 치자. 어떻게 할까 궁리하던 차에 펀드매니저가 찾아와 자신에게 맡기면 연간 20%의 수익을 내주겠다고 한다. 매사 꼼꼼한 당신은 펀드매니저

를 돌려보낸 후 그의 이력을 조사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지난달까지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던 교사였으며 증권분석사도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일 뿐, 과학 선생님을 폄훼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다음 날 펀드매니저가 다시 찾아온다. 당신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물을 것이다.

“증권분석사도 아니고, 경력도 이제 겨우 한달밖에 안 됐으면서 무슨 근거로 20%의 수익을 내준다는 거요? 그 자신감의 근거는 뭐요?”

무슨 대답을 듣든 여러분은 그에게 단돈 만원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했고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도 그간의 수익률을 따져본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2013년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국내 개인 투자자의 직접투자 기대 수익률은 평균 18.3%였다. 2007년 30.9%, 2009년 26.9%, 2011년 19.4%였으니 그래도 많이 소박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투자를 시작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면 만족감을 느낄지 생각해보시라. 편의상 여러분도 18%의 수익률을 기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질문을 되돌려 받을 때가 되었다.

“증권분석사도 아니고 이제 겨우 투자를 시작했으면서 무슨 근거로 18%의 수익을 기대하는 거요? 그 자신감의 근거는 뭐요?”

기대 수익률을 대폭 낮추더라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주식매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수익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패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안하는 것도 그렇지만 너무 만만하게 보고 섣불리 달려드는 것 역시 말리고 싶다.

주식시장과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기업에 관해 아는 것이라곤 간략하게 정리된 재무제표밖에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지식 없는 투자자는 몽상가일 뿐이다. 주식투자 경력이 많지 않아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 투자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보면 된다. “내가 대신 투자해줄 테니까 나한테 1000만원만 맡길래?”

여러분이 입 밖으로 낸 모든 말을 실천했고 사소한 시간 약속조차 어긴 적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친구는 여러분의 제안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여러분이 신뢰의 화신이었다고 해도 서운할 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된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친구에게 당신은 1000만원을 맡길 수 있겠는가?

펀드매니저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공정함 정도는 있어야 한다. 투자하기 전에 당신 관련 지식 수준을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증권분석사이며 많은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지식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주식투자의 정의를 잘못 내린 탓이지 지식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증권분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정 수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최소한의 기준으로 볼 때, 그동안 필자가 쓴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를 포함해 10권 이상의 주식투자 관련 서적을 읽기 바란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개념을 반복적으로 익혀 주식투자 전반의 내용을 이해한 후 나서도 늦지 않다.

다만 △차트에 관련된 책 △개인의 투자 성공담 △기막힌 기법 소개와 같은 책보다는 주식투자의 본질과 경제의 원리를 다룬 책, 즉 투자의 정도(正道)를 다룬 책을 읽길 바란다.

이것으로 투자에 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자신이 뭘 모르는지는 알게 된다. 이 정도 공부도 하지 않고, 심지어 기업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나 다름없다. 그들에게는 해줄 조언이 없다. 부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손실만 입고 주식시장을 떠나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주식시장을 위해서도 좋다.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식을 쌓고 적은 금액으로 연습하면서 사업가로서의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증권시장의 숱한 헛똑똑이들처럼 지식만 있고 투자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없으면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다가 썩은 과일만 먹게 될 것이다.

반대로 올바른 가치관은 서 있지만 지식이 쌓여 있지 않으면 이상만 높고 실현할 방법은 없는 몽상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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