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⑮] 인생에 대한 치열한 통찰 없는 주식투자는 ‘백전백패’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기업에 대한 통찰은 어떻게 얻는가? 어떤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업종의 전망이 좋다는 정보를 듣고 업종 내에서 건실한 기업을 찾기도 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기업을 추천받기도 한다. 거리에서 단서를 발견하기도 하고, 신문이나 TV 혹은 일상의 대화나 SNS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눈에 띄는 기업이 생겼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순서로 공부를 해나가야 할까? 먼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는 재무제표를 확인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주당순이익 등의 지표들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면 긍정적이라 할 것이고, 반대라면 위험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일관된 흐름 없이 들쭉날쭉한 기업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면 모르는 것과 같다. 빚을 갚았거나 투자를 해서 이익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수도 있다. 출혈경쟁을 했다면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감소한다.
이유를 알려면 지난 몇 년간의 공시와 뉴스를 주가 그래프와 비교해 가면서 체크해야 한다. 꽤 지난한 작업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이 기업은 투자하기에 적절치 않다”라는 결론을 얻기도 한다. 여러분이 어떤 기업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그 기업의 내용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니 마음의 장난에 속지 말기를 바란다.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사실을 곡해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투자 대상이 아니더라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업의 홈페이지에도 방문해보시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이라면 홈페이지에서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상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후기를 보거나 직접 매장을 방문해 판매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 역시 강추다.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언론과 한 인터뷰는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될 자료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포부를 밝혔다고 하자. 그러면 현재 시점에 그것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그의 포부가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다면 그는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외에도 업종 내에서의 위치는 어떤지, 시장점유율에서 몇 위인지, 점유율의 추이는 어떤지, 주식 관련 게시판에 보이는 소액주주들의 반응은 어떤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업종의 전망도 좋고, 경영자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며, 이익은 매년 상승하고 있고, 소액주주들의 반응도 좋고…….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고, 있다면 이미 주가에 미래 가치까지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기업이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을 공부하다가 장점과 단점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수학처럼 명쾌하게 답이 나오는 공식은 없다. 부정적인 지표가 있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요인이 있다면 투자를 할 수 있다. 모든 지표가 다 좋더라도 경영자에게 신뢰가 가지 않아서 투자를 철회하기도 한다. 즉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결정이 그렇듯, 최후의 순간에는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것은 이 주관적인 판단에 확신을 갖기 위해 필요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똑같은 정보라도 어떤 사람은 의미 없이 그냥 넘기고, 어떤 사람은 미래의 전망을 발견한다. 결국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는 정보를 충실히 모으는 것만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식투자에 대한 통찰력도 치열한 삶의 자세에서 나온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모든 면에서 느긋하고 정도를 밟아온 사람이 주식투자를 할 때 조급하고 비상식적인 수익을 노릴 가능성은 낮다. 기업에 대한 통찰 역시 그간의 경험, 지식, 사고방식, 성향 등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정보를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인생에 대한 태도와 상관없이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통찰력은 경험과 지식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융합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움직인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매장을 방문하고, 기업에 가서 직원들의 표정을 본다, 인근 식당 등에서 그 기업을 아는지 물어본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기업이 소유한 땅의 가치를 물어본다, 주식 담당자에게 전화를 한다, 월차를 내서라도 주주총회에 참석한다 등등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정보들이 명쾌한 몇 마디 말로 정리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통찰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한 종목에 본격적인 투자를 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거 아냐?”
아마 열에 아홉은 이런 물음을 갖게 될 것이다. 기업을 조금씩 알아가고, 확신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주식을 매수해 나가다 보면 1년에 한 종목 투자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시작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1년에 한 종목만 발굴해도 충분하다. 전업투자자인 나도 가장 짧은 기간에 매수를 끝낸 것이 6개월이다. 2년에 한 종목이라도 나에게 확신을 주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 당신 손에 있는 돈은 확실히 당신 것이다. 그것을 불확실한 기업에 투자할 수는 없다. 주식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니 “100%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90%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나머지 10%는 투자를 한 뒤 그 기업과 동행하면서 꾸준히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 의심이다. 그렇게 조금씩 눈덩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투자해 나간다면 깜짝 놀랄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