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 18] 집, ‘짐’으로 이고 살 것인가, 기업투자로 수익을 낼 것인가?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집과 관련된 ‘선순환’ 구조는 이렇다. “돈을 한창 벌 때 집을 사둔다, 집을 사려는 신혼부부가 계속해서 공급된다, 집값은 계속해서 오른다, 신혼부부는 노부부가 된다, 그들이 살 때보다 값이 오른 집을 팔아 노후를 누린다.”
그런데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을 차치하고 이 구조만 놓고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하다. 정말 이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한 채를 팔아 지중해 어디쯤에 있는 섬을 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집 한 채를 팔아 섬을 사는 환상은 이미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지 오래다. 벌써 몇 년째 집값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하락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을 알고 있다.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점점 줄어 들고 있다. 인구도 갈수록 줄고 있고 그나마 있는 결혼 적령기의 청춘남녀들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집 가진 유권자가 몇 명인데, 정부가 집값 하락을 방관하지는 못할 거야.” 맞는 말이다. 정부는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부동산 부양책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기억하시는가. 나도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너무 자주 발표하니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말해주는 사실은 무엇인가.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부양책을 발표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월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집이 진짜 집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본다. 지금은 과도기다. 다만 집값이 폭락하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의식주다. 집도 기본에 들어간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정이 꾸려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집은 비교 불가능한 가치를 갖고 있다.
가장들이 불철주야 일을 하는 것도 집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집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돈,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돈이 집에 묶여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돈은 돌고 돌면서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기업 외적인 면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집값의 정체 현상이다. 여유자금은 수익이 나는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부동산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돈들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자금이 옮겨 오는 과정에서 받을 충격이 염려스럽지만 결국에는 주식시장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당신에게 집은 ‘사는(live) 곳’인가, ‘사는(buy) 것’인가? 진부한 질문이지만 진지하게 답을 내려야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의 환상에 젖어 ‘투자’를 하겠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집으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집은 이제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 언젠가 집값이 껑충 뛰어 보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살아야 한다는 허영심에 가득 차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집에 과도한 비용을 들여서는 안 된다.
20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매달 대출이자를 내는 것만도 버겁다면 그에게 집은 ‘짐’이다. 주소지는 강남이어야 하고, 신혼집은 최소 25평은 되어야 하고, 아이가 생기면 30평 이상으로 옮겨야 하고, 대출을 받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집은 자신의 명의여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면 된다. 집에서 사는 게 아니라 집을 모시고 살아도 좋다면 말이다.
<아시아엔> 독자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주식투자를 하려는 당신은 이를 통해 부자가 되려 하고, 매달 대출이자로 나가는 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는 분들이다. 그런 당신이 집을 모시고 살 리 없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집에 월급을 밀어 넣고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묶어두고 대출이자를 내면서 빈곤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기업은 계속 성장한다.
2013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금은 약 715억, 계열사를 포함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엄청난 금액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의 보통주 3.38%와 우선주 0.05%를 보유하고 있다. ‘고작’ 이 정도 지분으로 715억원을 받아갔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그들이 배당금을 얼마나 받아갔는지 직접 계산해 보시라. 삼성전자만 이런 건 아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상장기업 대부분이 이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을 모시고 사는 동안 우리기업이 일궈낸 과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코피 흘려가며 만든 과실의 절반을 외국인들이 수확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결산 기준(12월 결산법인 440개사)으로 외국인이 우리 기업에 투자해서 가져간 배당금은 모두 4조3600억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4년 예산(4조4000억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 돈이면 연간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는 대학생 86만여명이 1년 동안 반값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기업은 매년 10~20%씩 성장한다면 여러분의 돈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스스로 경제성장에서 소외되는 길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주식투자는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기업 성장의 열매를 공유하는 방법이고,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튼튼히 하는 길이다. 글로벌 시대에 내국인, 외국인 나누는 게 촌스럽다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봐도 된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묶여 있는 자산을 기업에 투자한다면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있어 큰일이라느니 하는 뉴스는 덜 볼 수 있다. 공유한 열매 중 일부는 소비할 테니 내수 경기도 좋아지거나 안정될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아가고 있는 배당금을 우리 국민이 받아서 소비한다면 국내 경기가 활성화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