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⑬] 주식투자 절대 실패하지 않는 법
좋은 기업 골라 인내심 갖고 기다리라···”봄 오면 재촉 안 해도 꽃은 피리”
[아시아엔=박영옥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아시아엔> 독자 여러분은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10% 하락하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오늘은 ‘물타기’라는 환상적인 투자기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는 손실 금액은 똑같지만 덜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법을 말한다. 심지어 마음의 안정까지 가져다준다. 10%가 상승해야 겨우 본전이었는데, 물타기를 하면 7%만 상승해도 본전이다. 그렇게 수차례 물타기를 해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춘다. 거기에서 더 떨어지면 더 이상 물 타기도 겁난다. 매일 주가를 보면서 기대와 좌절을 반복하다 보면 정신은 지칠 대로 지친다.
“더 이상 손해 보지 말고 이 종목에서 손해 본 걸 다른 종목에서 만회하자.” 손실이 클 때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 종목을 내버려두고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관심을 끊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어느 날 충동적으로 매도 주문을 낸다.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그 손실을 재빨리 만회해줄 종목을 찾거나. ‘주식’ 그 자체에 투자하는 사람들 유형이다.
나는 탐색을 위한 매수 이후에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1~2년 지켜보는 사이에 상승해버리면 좋은 기업의 주인이 될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전이므로 원하는 투자 액수에 훨씬 못 미친다. 좋은 기업이라는 확신이 선 시점에 돈이 없으면 속상하다. 나는 쌓아두고 있는 현금이 없다. 보유자산은 100% 투자되어 있다.
1~2년 지켜본 기업이 좋다는 확신이 드는 때에 마침 전에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시장이 인정해주어서 자금이 생기면 참 기분이 좋다.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전에 주가가 하락하면 반갑다. 물론 확신이 생기기 이전이면 하락했다고 해서 급하게 매수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으니 기분 좋은 일이다. 원하는 만큼 투자한 뒤에 드디어 때가 되어서, 그 기업에 대한 내 의견에 동의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주가가 상승하면 기분이 좋다.
때가 되기도 전에 엉뚱한 일, 예를 들면 정치 테마주에 얽힌다거나 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 기업의 본질과 관계 없는 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나면 때가 되어도 쉽사리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주가 창으로만 볼 때 물타기하는 매수와 반가워하는 나의 매수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쪽은 불안해하고 또 다른 한쪽은 흡족해한다. 정반대의 마음 상태에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원인이 ‘원칙’의 실행여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보지 않고 주가만 보고 있으면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털 신호에 돈을 거는 것과 같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에 투자했다면 기업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여러분이 기업의 가치를 확신한 상태에서 투자를 했다면 주가하락에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좋아. 제발 이번 달 월급 나올 때까지 이 상태로 있어라. 조금 더 하락해주면 더 고맙고.”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면 IMF 사태, 9·11 테러,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전 지구적인 위기 앞에서도 담대할 수 있다. 장기적인 불경기가 예상되더라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불경기면 불경기인 대로 사람들에게 유익한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는 기업이 있으니까 말이다.
주식시장에는 정말로 많은 비기(秘技)들이 존재한다. 그 기법들의 이름은 어찌나 달콤한지 귀에서 녹고 입에서 한 번 더 녹는다. 새롭기는 또 얼마나 새로운지,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만큼 매력적이다. 그래서 덥석 잡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반면 원칙은 조금씩 다르다. 뻔하고 지루한 ‘말씀’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아시아엔> 독자들께 제안하는 주식투자 원칙도 지루하다.
“농부처럼 투자하라. 주식에 투자하지 말고 기업에 투자하라. 대리 경영을 통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라.”
최신 기법 같지도 않고 달콤하게 녹는 맛도 없다. 가끔 생각한다. ‘농심투자’ 대신 좀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다면 어땠을까.
영어도 좀 섞어 넣고 해서 뭔지 모르게 최첨단 이론의 냄새가 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이 방식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을까. 작명에 대한 노하우도 없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어떤 분야에서건 우리가 원칙이라고 부르는 명제들은, 말은 참 멋진데 실행하기엔 힘들고 지루하다. 다른 사람이 원칙을 지키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왜 원칙대로 하지 않느냐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기업’, ‘사업가 정신’, ‘시간’은 성공적인 주식투자의 3대 요건이다. 좋은 기업을 발굴하여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의 가치를 읽어내는 안목을 갖추고, 동업자의 마음으로 잠재 가치를 가진 기업과 소통하며,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주는 인내심을 기른다면 성공 투자는 바로 당신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원칙을 버렸던 사람들은 결국 비기로부터 버림받는다. 부디, 긴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멋진 투자자가 되시라.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재촉하지 않아도 봄이 되면 꽃은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