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돈 생각 17] 3~5년 공 들여 ‘주식 두뇌’ 생기면 성공확률 ‘Up’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주식, 농부처럼 투자하라> 저자]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시라.
“크루즈 여행을 홀로 떠난다. 배는 항구를 떠나 망망대해로 며칠간 계속 항해한다. 캄캄한 바다, 그 위에 보석처럼 박힌 별을 본 당신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가볍게 술 한잔 한다. 그러다 아뿔싸,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고 만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딘지 알 수 없는 무인도다.”
당신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할 것이다. 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해야 한다. 섬에 있는 모든 것들은 여러분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위틈을 잘 관찰해야 조개류를 채집할 수 있고, 물고기가 많이 노는 곳을 알아야 생선을 먹을 수 있다. 숲 속을 걸을 때는 머리 위부터 땅까지 관찰하면서 걸어야 한다. 땅에는 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마냥 겁만 먹을 일은 아니다. 머지않아 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저장될 것이고,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을 이해하면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한번 해볼 만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도저히 생존할 수 없을 것 같은가.
나는 당신이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관찰한다면 반드시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여기서 정보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다. 따라서 눈과 귀를 닫지 않는 한 정보의 홍수를 피할 길은 없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정보들을 보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습관적으로 지나쳐 버린다. 해당 정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정보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도, 또 그럴 필요도 없다. 한두 가지만 잘 잡아서 파고 들어도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이나 대규모 공급계약을 했다는 공시 등이 그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이런 정보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여간 많지 않다.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있는지 기사가 나오자마자, 혹은 공시가 뜨자마자 주가가 들썩들썩한다.
이런 정보들을 열심히 쫓아다니면 몇번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매수 주문을 낸다면 몇분 사이에 꽤 많은 수익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주식투자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 안목을 요구하는 것일까. 이렇게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말이다. 정보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주식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의 의미도 모르면서, 공시가 기업의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사면 사고, 팔면 파는 투자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말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서 ‘미래’는 3~5년 후를 말한다.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면 어떤 업종에 볕이 들지 알 수 있다. 물론 볕이 든다고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건 아니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런 기업을 찾고 지켜보는 시간이 1~2년이고, 확신이 들었을 때 투자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다시 2~3년이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마음이 평화로운, 행복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가령, ‘자전거의 레저화’만 해도 이제는 누구가 알고 있는 정보지만 자전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초창기에 이 현상에서 투자정보를 읽어낸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당신은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파트 현관마다 자물쇠가 걸려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헬멧을 비롯한 각종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살짝 민망해 보이는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혹시 “대충 타면 되지, 뭘 저렇게 유난을 떨까” 하며 혀를 차지는 않았는가. 나는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전거라는 상품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아챘다.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가 레저스포츠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판단에 따라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했고 큰 수익을 냈다.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을 입고 등산하는 걸 보면서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옷만 보면 안나푸르나 등반하는 줄 알겠어. 대충 입으면 되지. 하여튼 한국 사람들 큰일이야”라며 과소비를 걱정하지는 않았는가. 최근 몇년 사이 영원무역, 한세실업, 태평양물산의 주가를 직접 확인해보시라.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모두가 알고 있었던 정보가 얼마나 큰 기회였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정보들은 ‘공부의 시작’이 되어야지 ‘투자의 시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활황인 업종 내에서도 성장하지 않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좋은 업종 내에서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자가 됐다면 이제 당신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저 자전거는 누가 만들까? 자전거 인구는 앞으로 늘어날까, 줄어들까? 부모가 자녀에게 사주는 자전거의 교체 주기는 몇년이나 될까? 땀은 배출하고 체온은 지켜준다는 아웃도어 제품 중 소비자들이 선호는 건 어떤 기업의 제품일까? 여중생인 조카의 방에서 미소 짓고 있는 연예인의 소속사는 어디일까?
이처럼 일상 속에서 투자기회를 발굴해내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습관적으로 보고 넘기던 것들을 다시 짚어보고 질문하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지만 의도적인 훈련을 통해 뇌의 회로를 투자자의 그것으로 바꿔야 한다.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려면 한 달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치고는 약소하지 않은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무덤덤하던 세상만사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일주일에 하나, 그것이 무리라면 2주에 하나의 질문만 해결해도 좋다. 물론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든다.
관련 정보를 찾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투자자는 늘 세상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 변화가 본격화될 때 어떤 기업의 상품이 더 많이 팔릴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상품을 가장 잘 생산하고 잘 파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기회는 모든 사람의 눈앞을 지나다니지만 미리 식견을 쌓아둔 사람만이 그것이 기회임을 알아본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시세’라는 창으로는 세상의 변화가
절대 보이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는 남만 따라 가다가는 막차 탈 가능성만 높아진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투자자의 두뇌 회로로 바꿔 나간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