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김무성·문재인, 김종필 내각제 제언 귀 기울여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7세기 영국의 스튜어드 왕조를 이은 것은 독일의 하노버에서 온 조지 1세였다. 그는 영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무를 수상 로버트 월폴에게 대부분 위임하였고 이로부터 수상이 중심이 된 내각이 정치의 중추가 되었다. 때문에 월폴은 영국의 초대 수상으로 불리고 있다. 영국이 수상이 중심이 되는 내각제가 이루어진 것은 이처럼 우연한 ‘理性의 奸智’에서 비롯되었다.(2차대전 중 영국 공군이 하노바를 폭격하지 않은 이유다.)
김종필 전 총리가 빈소에서 “내각제를 하면 17년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야당의 문재인 대표에 다시 생각해볼 것을 주문하였다. 내각제를 고리로 DJP연합을 이루었던 JP로서는 내각제 실현이 필생의 염원일 것이다. 이제 5년 단임의 대통령제로서는 유의미한 일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데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임제로 개헌을 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대통령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때가 되었는데, 현재 대권 주자들 가운데서는 내각제를 추진할 의지도 능력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2017년 선출된 대통령은 ‘대통령직선제가 본질’인 1987년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소명을 가져볼만 하다.
우리는 2공화국에서 실패한 경험으로 내각제라면 고개를 흔든다. 그러나 내각제가 불안하고 유약하다고 보는 것은 천만에 말씀이다. 처칠 수상은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대처도 12년 넘게 집권하면서 영국의 부활을 이끌어내었다. 문제는 우리 국회가 영국의회 수준이 되는가에 달려 있다. 영국의회의 양당정치의 역사는 우리 국회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장구하고 게임의 룰이 정착되어 있다. 국민들은 선동정치가를 엄격히 표로써 심판한다. 불안한 것은 내각제 자체가 아니라 국회수준과 국민의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수준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은 不知何歲月이다. 우선 공천이 보스의 자의가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 등으로 국민공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위헌 소지가 있는 장치부터 처분해야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것 하나하나를 통해 국회가 정상화되면 다음 정부에서는 내각제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내각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리를 놓는 기간이다. 국가를 생각하는 큰 뜻이 있는 정치가라면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뜻을 모아나가야 한다. 의원내각제에서는 국회는 집권자를 선출하는 광장만이 아니라 의원들이 정치를 배우는 학교다. 영국에서는 초선의원들에게는 거의 발언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그들은 내각과 새도우 캐비넷(shadow cabinet)의 날선 공방을 경청하면서 정치를 배워간다. 3선 정도가 되어야 정무차관으로 내각에 진출한다. 白面書生 교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JP가 우리 정치에 던지는 훈수 하나하나가 천금 같은 귀한 것이다. 부인 박영옥 여사의 별세를 계기로 여야 정치인들이 모여 한국 현대사의 집약인 김종필의 고언과 조언을 듣고 있다.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와 민주화, 특히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에게 다 같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김종필의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들어 모든 문제의 출발이요, 해결의 지름길인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이성의 간지’가 작동되는가를 지켜보자.
잘못하는 한 사람에게 5년은 너무 길고, 잘하는 한 사람에게 5년은 너무 짧다.
내각제에서는 총리를 지낸 사람에게 다시 국정을 맡겨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의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가? MB가 논란이 있음에도 자서전을 내고 JP가 빈소에서도 고언을 하는 것들이 얼마나 귀중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