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의 주식이야기 27] 증권방송 시청자에 필요한 건 ‘기업분석’

증권방송이 투자자들에게 종목선택보다 기업정보를 보다 정확히 집중해야 한다는 게 필자 박영옥 주식농부의 오랜 주장이다. <사진 한국방송>

[아시아엔=박영옥 주식농부,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만사형통일 때 점쟁이를 찾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현재 어떤 일이 꼬일 때 점쟁이를 찾는다. 마음에 드는 말을 들을 때까지 점집 투어는 계속된다. 드디어 수긍할 만한 이유를 대는 점쟁이를 만난다. 억울하게 죽은 조상이 붙었다거나(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가 어디 한둘일까?), 묘를 잘못 썼다거나(일찍 죽거나 왕위를 빼앗긴 조선의 왕들도 조상 묘를 잘못 쓴 탓일까?) 하는 원인으로 일이 꼬이는 거란다. 그러면서 부적을 쓰거나 굿을 하거나 묘를 옮기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쯤 되면 “이 점쟁이 참 용하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대부분의 정보는 자기가 주었고 점쟁이는 자진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했을 뿐이라는 건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점쟁이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어쨌거나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 이왕 액운을 막는 비용을 쓸 거라면 강력하게 믿는 게 좋다. 그대로만 된다면 선거나 법은 필요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만사형통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 않은가.

전지전능(?)한 전문가들

이와 유사한 사태가 증권방송에서 버젓이 목격되고 있다. 투자가 꼬인 시청자가 전문가에게 전화로 상담을 받는다. 대부분 손실을 본 사람이다(수익이 많이 났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문가는 먼저 꼬인 종목과 평균매수단가 그리고 비중을 묻는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해당종목의 차트를 띄우면 이것으로 ‘종목 상담’을 위한 준비는 마무리된다. 천기누설의 용어는 그리 많지 않다.

“손실이 너무 크면 이미 늦었으니 그냥 보유, 손실이 적으면 일단 환매 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재매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단 보유, 급하게 써야 할 자금이라면 매도. 얼마까지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비중 축소, 손절가는 얼마.” 여기에 차트를 해석하는 전문용어 몇 개를 곁들여 알려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수 있다.

자신하건대 나는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자산이 있고 이 자산은 누적된 투자수익의 결과다. 투자를 도와주는 직원들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아는 종목이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즉석에서 종목 상담을 할 수 있을까. 2000개 기업을 모두 알고 있는 걸까.

얼마가 되면 손절하라는 종목에 대해 다른 내담자가 “그 종목을 살까요, 말까요?”묻는 일이 생긴다면 뭐라고 답할지가 제일 궁금하다.

손실이 크더라도 망할 기업이라면 매도해야 한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고 자금 여력이 있다면 더 매수해야 한다. 많이 올랐더라도 아직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매도할 까닭이 없다. 상담이라는 걸 진행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시청자님’에게 필요한 건 종목상담이 아닌 기업분석

사실 점쟁이식 종목 상담이라면 상담하지 못할 기업이 없다. 이 말은 곧 상담해주는 전문가들이 실은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곤란에 빠진 투자자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골라서 들을 뿐이다.

모든 종목을 상담해줄 정도라면 방송할 시간에 투자에 전념하는 편이 수익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굳이 방송에 나와 시간낭비를 하는 걸까. 방송사는 왜 무의미한 상담 프로그램을 계속 내보내는 걸까. 답변을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추측은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종목을 추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회원을 모집하려면 일단 좀 유명해지고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방송만한 게 없다. 방송 덕분에 유명해진 전문가들이 은혜를 잊을 리 없다. 회원 모집광고를 함으로써 방송국에 신세를 갚는다. 회원들의 수수료를 놓고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종목 상담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증권방송 전체를 매도할 의사는 없다. 다만 즉석에서 문답형식으로 진행하는 종목 상담만은 제발 없애라고 말하고 싶다. 대신 기업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을 늘렸으면 좋겠다(이런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미리 상담신청을 받아 조사한 다음 전문가들이 기업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현재 이 기업의 상태는 어떤가, 이 기업과 이 기업이 속한 업종의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재무상태는 어떠하며 대주주는 어떤 사람이며 주주들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

전문가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정말 많다. 가끔은 탄탄한 기업인데 주목받지 못하는 기업을 소개해주고, 그 소개를 거부하는 기업의 경우 어떤 속내가 있는지도 알려주면 좋겠다.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이미 투자한 투자자들이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보다 밝혀서 개선하도록 하는 게 좋다.

“시청자님!”이라는 이상한 극존칭을 쓰는 대신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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