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 칼럼] 주식시장, 공포의 파도에 휩싸일 것인가?
[아시아엔=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사, <주식, 투자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저자] 답답하고 서글픈 나날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불안하다. 여기에 필자에 대한 루머도 한 몫을 했다. 지난 20일 오후 필자가 검찰 혹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보유주식을 팔아치웠다는 루머가 돈 것이다.
루머는 이튿날까지 위력을 발휘해 내가 보유한 일부 종목들이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제대로 계산을 해보지 않았지만 이틀 사이에 자산평가액이 약 4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답답함과 서글픔은 필자의 자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헛소문에 의한 하락이니 곧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오히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몇년 동안 필자는 4권의 책을 냈다. 그 시간에 ‘평범한 투자자’처럼 기업을 공부하고 방문하는 등의 투자활동을 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책을 쓰고 수많은 강연을 다닌 것은 우리나라의 투자문화가 바뀌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개미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부화뇌동하는 투자 △도박하듯이 하는 투자 △주가만 바라보는 투자 대신 ▲주가 등락에 담대한 투자 ▲주가의 본질인 기업을 보는 투자 ▲기업의 성장 과실을 공유하겠다는 투자 ▲기업의 성장을 바라보는 투자를 하기를 바랐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주식투자를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필자의 뜻을 알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찻잔 속의 태풍이었던 것 같다.
루머를 퍼뜨린 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동안 필자가 해왔던 선의의 활동을 악용했다는 점은 괘씸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필자에게는 막을 힘이 없다. 꼭 필자를 걸고 넘어지지 않더라도 루머로 주가하락을 유도하는 시도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루머 유포자를 찾아내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하지만 그러한 범죄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투자자들이다. 필자가 투자를 했다고 기업이 갑자기 좋아지는가? 필자가 투자를 철회했다고 기업이 갑자기 나빠지는가? 필자는 기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가 신뢰했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덩달아 신뢰해서는 안 된다. 동행하고 소통하면서 기업을 신뢰해야지 필자를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본시장이 서민의 희망이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노후는 길어지고 있다. 자영업은 퇴직금의 무덤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와중에 기업으로 부가 몰리고 있고 대다수 서민들은 기업의 성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과실에만 눈이 멀어 그것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을 보지 않는다. 이것이 루머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이다.
솔직히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면, 필자는 자산이 많아서 주가하락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남북은 급한 불은 껐지만 이 불안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우리 국민들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불안하게 보는 것 같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외국 자본을 빠져나가게 할 것이다. 더불어 유럽연합도 바람 잘 날 없다. 이것이 지금 우리 눈앞에 닥친 위기다.
그렇다면 모든 보유 주식을 팔아서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까. 산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자본시장이 서민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눈앞에 닥친 위기는 언제나 과대평가되기 마련이다. 위기 그 자체는 기회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다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없다.
필자는 사람들이 위기상황이라고 부르는 것을 대외변수라고 말한다. 바다에 파도가 없었던 적은 없다. 긴 항해를 하면서 파도를 만나지 않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핵심은 파도가 아니라 배다. 파도를 이길 배를 탔다면 불안해 할 까닭이 없다. 파도를 이길 수 있는 배, 대외변수를 이길 수 있는 기업에 승선하라는 말이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한낱 루머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시장이 서민의 희망으로 기능하는 투자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도 찻잔 속의 태풍일지언정 찻잔의 수를 늘려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