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칼럼] 투자위험보다 ‘투자않는 위험’이 더 크다
증시에는 진리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맞다 하더라도 과도할 정도로 부풀려져 왜곡된 속설들이 있다. 주식이 위험자산이라거나 개인투자자는 항상 손해를 본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런 속설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우량기업까지 멀리 하며 스스로 주인되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단순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삼성전자나 현대차같은 글로벌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40~50%선에 이른다. 서민금융기관이라는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5%선을 오가고 있다. 이런 우량기업의 배당률이 높다 보니 외국인은 증시 전체 배당액의 40% 이상을 가져간다. 자신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런 주식을 들고 있지 않는 한 그는 외국인 주주의 고용인에 불과한 셈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치부하고 멀리 한다. 심지어 증권사 CEO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투자자산 중 위험하지 않은 것은 없고, 주식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주식투자는 직접 사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특히 기대수익이 큰 우량기업 주식을 외면하면 계산에 넣지 않은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수명은 거래소시장이 25년, 코스닥시장이 13년이라고 한다. 직접 사업을 하면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자영업이나 벤처기업으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금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고,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월평균소득은 2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그럴 바에야 잘 나가는 기업에 투자해 대리경영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 투자자는 성장기에 있는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누리고 적절한 시기에 팔면 된다.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 생기는 리스크 역시 엄청나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이익은 연평균 16.5%로 늘었는데 가계소득은 2.3%씩 성장하는데 그쳤다.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개인들의 자산은 상대적으로 대폭 위축됐다.
수익률 높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노령화 리스크도 커진다. 평균수명이 대폭 늘어난 지금 80대 후반까지 노동으로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나의 노후를 위해 일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주식투자는 최고의 대안이다.
투자자는 항상 유리하다
여기서 주식 투자자는 항상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사업을 하거나 집을 산다면 스스로 모든 리스크를 끌어안아야 한다. 사업이 망할 수도 있고 집값이 떨어져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증시에선 2000여 상장기업 중 좋은 기업만 찾아 투자하면 된다. 투자한 기업이 어려워질 조짐이 보이면 그냥 빼내면 된다. 증시 전문가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다.
게다가 인터넷 덕분에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다. 옛날엔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이 이익을 독점했으나 지금은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됐다는 얘기다. 그게 자본주의의 꽃인 증시다.
그런데도 한국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외면해 가계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이나 채권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 자산의 70% 이상 부동산에 넣고 있고 나머지 30% 자산마저 70% 이상을 수익률이 저조한 확정금리부 상품에 넣어두고 있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투자자와 기업이 서로를 불신해 시장에서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이제 투자자도 바뀌어야 하고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증권회사나 거래소 감독기관도 좋은 기업에 장기간 투자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의 본질은 잘 되는 기업에 주인으로 참여해 회사 성장을 돕고 그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주창한 ‘농심투자’ 철학의 본질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자금을 빼서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 게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이것이 내가 성공한 비결이다. 단기적 시각에서 사고팔면 적은 돈은 몰라도 큰돈은 벌지 못한다. 살아가는 동안 동행할 우량기업 5개만 찾으면 평생을 대리경영하면서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다.
우량기업, 어떻게 찾을 것인가
좋은 기업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위해, 소비자를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인지, 또 장기간 성장을 이어갈 기업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바람지하지 않다. 좋은 기업을 찾는 능력은 책이나 분석 자료를 읽어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발품을 파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많은 독서와 여행을 통해 미래의 트렌드를 예상하고 그 트렌드를 주도할 기업을 찾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식은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다는 것은 투자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한국에도 우량한 기업, 양심적 기업가가 운영하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삼성이나 현대 LG 같은 그룹이 단지 사익만 추구해서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그만한 기업을 키워왔다면 마땅히 대접을 받아야 한다.
이제 투자자는 일확천금을 꿈꾸지 말고 기업의 성과를 함께 누리며 공금리 이상의 수익을 낸다면 만족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 역시 투자자를 동업자로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권업계의 시각 전환이다.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단지 수수료 따먹는데 급급해선 곤란하다.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본연의 서비스에 충실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단지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만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 잘 사는 터전을 닦는 길이기도 하다. 개인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내는 우리 기업에 투자를 해줘야 설비투자를 늘리고 경제를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