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찬’반’] 김영명 교수 “다문화가 단일민족보다 나을 것 없다”
*지난 11일 이자스민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정책 세미나에 외국인노동자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우리의 의견도 들어달라”며??해프닝을 일으킨 바 있다. 아시아엔(The AsiaN)은 일간지 기고를 통해 반다문화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를 만났다.?이어 다음 날 차윤경 다문화교육학회장을 만나 김 교수 주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인터뷰>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반다문화주의 단체, 개인들의 카페나 블로그에 가면 김영명(57) 한림대 교수의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이론적 논거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사회 공론장(언론)에서 다문화 반대론은 발도 못 부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16일 오후 서울 종합운동장 인근 카페에서 김영명 교수를 만났다.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의 다문화담론은 너무 단순한 논리와 온정주의에 입각해 있다. 다문화보다는 다민족이 올바른 말일텐데, 다민족화가 바람직한지, 다민족사회로 가는 과정의 사회 갈등은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민족국가의 미래상에 대해 안 좋게 보기 때문에 반대한다.”
다문화 경도 현상에 대해 그는 “한국인의 조급함, 집단 쏠림, 어처구니없는 만용과 기적처럼 갑자기 무엇을 이뤄내는 역동성, 한쪽으로만 치우친 편중성” 등의 특징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자스민 국회의원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도 금기시 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문하며 많은 엘리트들이 개방 콤플렉스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자스민의 학력 거짓 발언에 대해 의혹은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굳이 문대성, 김형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몇 해 전에 학력 위조가 여러 유명 인사들을 괴롭힌 사실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 왜 이자스민에 대한 비슷한 의혹 제기는 인종차별주의자가 돼버릴까?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경력의 이주자가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이민 150년, 재일 일본인 역사 100년에도 한인 출신이 상원의원이나 중의원이 되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다. 내한한지 18년 만에 별다른 경력도 없이 집권 여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부여받았다는 점은 한국 엘리트층의 다문화 경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미 다문화는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찬성과 반대 쪽이 토론을 해야 한다. 침묵하고 있는 반대파가 많다고 생각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 나라들이 인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지금까지 고수해온 다문화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 수를 줄이자는 건가.
“한국의 이주외국인 중 다수는 외국인노동자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주여성이 아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사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의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일본의 보수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는데, 그럼 이 자리는 어떻게 할 거냐는 반문이 있을텐데, 장기적으로 내국인들이 이 업종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는 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 외국의 다문화담론이 이식돼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문화담론이나 정책은 고용구조와 인력 수급, 외국인의 처우와 복지, 사회통합이라는 세 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의 다문화담론은 두 번째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외국의 다문화담론을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1민족국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주외국인 중 조선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독특한 국가다. 이들 국가의 경험과 이론을 대입해 마치 한국이 다민족 국가인 양 이들 국가의 다문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어긋난다.”
-한국도 고대부터 남방계, 북방계 민족의 혈통이 이어진 다민족국가였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우리 겨레는 북방 인종, 남방 인종이 뒤섞여 만들어졌다. 그렇게 뒤섞여서 한민족이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형성됐다. 인종이나 종족은 생물학적인 개념이고 민족은 문화적 정치적인 개념이다. 한국 민족이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주장은 인종과 민족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식의 소치다.”
김영명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렇게 나가면 내가 외국인혐오주의자로 낙인찍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무슨 일이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인 김 교수는 25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과학대학장, 국제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좌우파가 논쟁하는 대한민국사 62>, <한국의 정치변동>, <나는 고발한다>, <단일 사회 한국 그 빛과 그림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