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칼럼] ‘우리만의 울타리’, 이제 넘어설 때 되지 않았나?
호남의 편향된 지역주의 성향을 두고 과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과학은 지리산을 넘으면 영남에도 있다. 과학이란 의미는 DNA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요체는 그 호남의 과학이 좀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지역주의 성향이 이웃 사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의
공동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한 울타리를 치고 그 울타리 속의 이해에만 집착하는 듯한 행태가 빈번히 일어나는 데 따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3대 불가사의라고 농(弄)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호남향우회다. 고려대교우회, 해병대 전우회도 그 3대에 포함되지만 그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보다 긍정이 더 많다.
나에게도 대학, 직장, 그리고 사회 친구 가운데 호남 출신이 꽤 많다. 내가 친구라고 믿는 사람 중에는 지금까지 단절한 친구가 거의 없다. 물론 사람을 사귀면서 몇 번 만나고 뜻이 맞지 않으면 처음부터 친구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친구가 된 이후에 변함없는 인성과 행동이 깊은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우리만의 울타리’를 선동하면서 그 울타리의 힘으로 특혜적 대우를 도모하는 태도이다. 솔직히 말해서 호남 주민들의 속마음으로 그런 선동에 모두 동조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분들의 속마음은 안타깝고 억울함일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지금 쓰는 이런 글조차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섞이고 싶지 않은 동물적 느낌일 것이다.
어제 아침 조선일보의 Opinion란에 실린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의사)의 호남통신 글 “새만금 공항부터 취소합시다”는 그런 호남에 대한 인식을 시인하면서 그 대안을 제시한 참된 소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그 문제를 만든 잘못을 시인하고 나서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박은식 대표는 6가지를 제안했다. 글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호남인 여러분.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습니까. 광주가 고향인 저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실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남 탓을 할 때는 더욱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이 스스로 변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서 조목조목 6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수천억원 가치의 재경 학숙(學宿)을 없애고, 그 부동산을 팔아 호남 지역에 뿌리 내린 청년을 위해 쓰자..
둘째, 세금 낭비하는 사업들을 호남이 솔선수범해서 정리하자.
군산공항, 광주공항 등 불과 몇 km에 있는 만년 적자 공항옆에
짓는다는 새만금 공항 계획을 취소하고 한전공대는 타 대학에 합병해야 한다.
셋째, 기업을 우대하자. 입주하려는 기업을 우대하고 무리한 기부채납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반(反)대한민국 세력과 역사적 상징 인물을 단호히 배격하자.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정당 정치인을 뽑아주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와 북한 인민군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의 이름을 딴 길을 만들고 동상을 세워서야 되겠는가? 호남도 대한민국 아닌가?
다섯째, 호남에 ‘민주화의 성지’라는 단어를 그만 붙이자. 이것은 호남을 특정 정당에 가두고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여섯째, 호남인이 진정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호남인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여긴다.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이제 좀 바꿔보자.
박은식 대표의 이런 글에 대해 대부분 적극적인 지지, 찬성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막상 호남의 주도세력에선 강한 거부감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요체는 호남의 미래세대들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꿈을 펼치며 비상하고 싶은데, 호남의 강한 지역주의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왕건의 훈요 10조가 잘못된 인식임을 지금에라도 고쳐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충정으로 보인다. 호남 기반인 민주당부터 박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