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칼럼] ‘한동훈 신드롬’과 ‘시대교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동훈 장관 인기가 대단하다. 특히 여성들의 팬덤이 그렇다. 가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여성들이 대거 몰려와서 사진 찍고 사인 받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여성들의 열풍은 아이돌이나 트로트 스타들에 대한 것 못지않다.

행사는 보통 30~60분 남짓인데 사인과 사진찍기 행사가 한 시간을 넘기기 예사다. 한동훈 장관은 그걸 일일이 다 받아준다. 이건 무슨 뜻일까? 정치하겠다는, 아니 이미 시작했다는 것을 은유(隱喩)하는 것이라고 본다.

시민들은 종이뿐 아니라 가방, 옷, 핸드폰, 급하면 옷에라도 사인을 받는다. 사인 대기행렬이 끝이 없다. 이미 대구, 울산에서 그런 적이 있지만, 코엑스, 여의도에서도 마치 최고 인기 연예인이 등장한 것과 같이 북새통을 이뤘다. 며칠 전 성남시청에 갔을 때도 팬덤이 끝 없이 몰려와서 부득이 도중에 끊고 “한동훈 파이팅!” 외침을 뒤로하고 간신히 퇴장했다.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이렇게 아이돌 만난 듯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이런저런 인기스타가 많았다. 대중은 그런 스타에 열광하면서 즐기고 위로받고 꿈을 이룬다. 팬덤이 되는 것이다. 대체로 사춘기 고교 시절, 또는 대학 시절에 흠모하고 열광하는 자기만의 우상을 가진다. 하지만 국민을 열광케 하는 정치 스타나 영웅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물도 없고 정치권은 전체를 완전 물갈이를 해야 할 만큼 모두가 곪았다. 이런 곳에서 정치 스타의 탄생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듯 도저히 불가능하고 요원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런 허탈 속에서도 선량한 국민은 소망해 왔다. 국민은 한동훈이 이 나라 미래의 대안임을 간파하고 있다. 그의 인기는 누군가가 뒤를 밀어줘서 생긴 것이 아니다. 장관으로서의 소신 있는 언행, 특히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황당하고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조리있고 현명하게 응수하는 모습, 국민이 지금까지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쾌감,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 결과다.

한동훈에게는 귀공자풍이 보인다. 여유 있는 집에서 곱게 자란 우등생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일부는 그가 서울 압구정동에서 성장한 ‘금수저’라며 은근히 비아냥댄다. 시대를 모르는 착각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비록 소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두가 자식을 금수저로 키운다. 요즘 부모들의 가장 큰 꿈은 자식이 남자아이라면 한동훈같이 되기를 소망한다. 한동훈은 그런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이상형이다. 그래서 열광하는 팬덤이 되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미래지향적인 세대의 시대다. 소득 3만달러 시대의 한국의 중심세대라 할 수 있는 20~40대를 보면 그들은 과거에 관심이 많지 않다. 오로지 미래의 자신만 생각하고 그것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 개성이 뚜렷하고 주위의 흐름에 잘 휩쓸리지도 않는다. “No”라고 할 수 있는 세대다. 그들의 컨셉은 첫째 공정이다. 그들에게 공정은 평등이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이 그 가치대로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둘째, 정직이다. 거짓을 싫어한다. 정직하지 않은 거짓 자체가 ‘조작된 평등’이며, ‘왜곡된 공정’이란 것이다.

국민은 이런 세대가 주도하는 ‘시대교체’(時代交替)를 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시점은 ‘정권교체’나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가 필요한 분기점에 있다. 여야, 진보 보수의 교체라거나 신구세대의 교체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대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미 몇 번의 시대교체를 경험한 바 있다. 박정희 정권은 농업국가 시대를 산업·공업국가 시대로 교체하는 대변혁을 이뤘다. 김영상·김대중 때 이 나라가 민주화 시대로 교체되었다.

문제는 관료주의 풍토와 그 민주화가 잘못 ‘왜곡된 흐름’이 우리의 정치 현장에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는 5류로 추락하면서 시대정신은 물론 정치 철학, 미래를 향한 비전도 없이, 오로지 과거를 파먹으면서, 그 과거에서 위세(威勢)를 부렸던 자신들을 지워버리며 역사를 왜곡하는 정치인들, 소위 말하는 586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가난과 핍박, 저항, 투쟁의 스펙(spec)으로 한 시대 거의 30여 년을 586 운동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정치다. 이 시대에서 미래지향적인 세대가 주축이 되는 시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은 이미 한동훈 장관이 그런 시대교체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알아버린 것이다. 구태의연하게 보신주의에 빠져 허덕거리는 현 정치인 기득권 세력만 시대교체의 거대한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이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할 만하다고 보는 것은, 그는 우선 거리낄 게 없다. 그래서 그는 당당히 할 말을 하고 그 말도 한마디 한마디 정치 수사(修辭)를 쓰지 않는 직설로 사실을 얘기한다. 한동훈은 자아가 분명하다. 못 나오게 하려고 억지 핑계를 대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니 뭐니 하며 은근히 폄훼한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동훈이 운석열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해서 인기를 얻었는가? 필자가 듣기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기지 못한 유일한 검사가 한동훈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국가 운영이 대통령 리더십에 따르지만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언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로 유희하는 몇몇 국민의힘 의원들이 “아까운 자원을 너무 일찍부터 소모할 필요가 있나, 아껴뒀다가 쓰자”고 했다. 아끼자는 얘기가 아니다. 뒤로 계속 밀어서 결국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한동훈이 나설 때는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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