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칼럼] ‘정치 아이돌’ 한동훈…시대가 요청하는 인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지지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얼굴 보려고 나왔던 사람들조차 어리둥절 해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현상일까?
한동훈 신드롬이 고조되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지만 엊그제 부산과 창원에서의 지지 인파와, 이전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수천명의 불교신자들이 보여준 환호의 열기는 우리의 정치현장에선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10일 오전 경남 창원 컨벤션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도착해서 행사장으로 가는데 열렬한 지지 환영인파에 파묻혀 도저히 걸을 수도 없었다. 간신히 인파를 헤치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계속해서 “한동훈! 한동훈!” 연호가 폭발했다.
그런 창원에서 그가 떠날 때, 차량을 쫓아가며 한동훈의 손을 만지는 듯이 차를 쓰다듬는 여성들을 뒤로하고 한동훈 위원장은 부산으로 향했다.
창원이 폭풍이라면 부산은 태풍이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자갈치시장, 남포동, 광복동 일대는 몰려든 인파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도로가 마비됐다. 하늘에서 영웅이 떨어진 듯했다. 이런 현상이 한국 정치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앞으로도 또 이런 신드롬을 일으키는 정치인이 또 있을까 싶다.
사인 받고 셀카 찍으러 왔다는 창원의 한 중년여성은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줄 것같은 믿음 때문에 한동훈을 좋아한다”고 했다. 한동훈을 자식들의 이상적 롤모델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기사에 어느 댓글은 이렇게 썼다. “이런 보석이 어디 갔다 이제 왔노?” 한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이런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특정 정당의 행사라며 공정보도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동훈의 어마어마한 신드롬은 그 자체가 기사 아닌가? 이 열기가 총선의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인간 한동훈은 이미 국민의 가슴에 또렷하게 새겨졌다. 총선 결과에 따라 당내에서 또는 언론들이 한동훈을 난도질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국민들은 한동훈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동훈은 이미 그런 국민, 유권자의 심중을 헤아리고 행보를 하고 있다. 강렬한 메시지로 국민을 묶어버리고 있다. 그 메시지는 그의 총명하고 겸손하며, 무엇에든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신세대의 당당함과 함께 겉만 신세대로 행세하면서 상한 우유 같은 구세대가 돼버린 동년배 기성 정치꾼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여의도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는 5천만의 언어를 여의도에 새롭게 이식하려 한다. 새로운 여의도 언어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언어는 진실을 말하는 당당함과 솔직함이다. 그는 기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이 나와도 망설임 없이 길어야 1~2초면 답을 한다.
피해 가는 질문이 결코 없다. 그 자체부터 윤석열 대통령이나 그 이전의 어떤 대통령, 어떤 정치인과도 차별화된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윤대통령이 기자들을 기피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답변을 못 해서가 아니다. 기자들이 대통령의 말까지 곧이곧대로 쓰질 않는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런 것까지도 나서서 당당히 얘길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현안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하고 입장과 주장이 있어야 한다. 한동훈은 어디서든 무슨 현안이든 어던 질문이 나와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입장을 밝힌다. 기자들에게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한동훈은 그 정신 없는 와중에도 별도의 기자 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은 자기가 쓸 기사를 미리 염두에 두고 질문한다. 어떤 여기자가 “이준석 신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동훈은 이렇게 답변했다. “해설을 물으셨는데 저는 해설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만 애기합니다.”
또 다른 기자가 김건희 특검에 대해 대통령실에 공식적으로 전할 입장이 없느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말이 제 공식입장 아닙니까?”라고 대답했다. 기자들이 머쓱해졌다.
이런 것이 한동훈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한동훈은 시대가 요청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