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단반발’과 이상민의 스타장관 강박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아시아엔=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ᆢ많은 하위직 경찰관들이…장관이 게거품을 물면서 경찰을 조롱하고 무시하고, 본인이 실세라고 떠들고 다니고 14만 경찰과 그 가족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경찰서장을 지내고 민간인이 된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앞서 친구는 전화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독불 리더십을 비판했다. 총경은 경찰의 별인 경무관 직전, 14만 경찰의 실질적 지휘관들이다. 지난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새가슴’ 혹은 ‘실리주의자’ 400여명 중 절대 다수도 사상 초유의 총경 회의에 마음은 왔을 법하다.

7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들이 걷는 길 양쪽엔 전국에서 보내온 격려화분이 꽉 차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장관’ 주문에 각 부처들 고민이 깊어진다. 대통령 ‘지시’니 뭔가를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처럼 요란하게 소리를 내는 게 옳은가? 한동훈 법무장관처럼 용각산으로 소리없이 조직 쇄신을 몬 하나?

이상민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고딩-대학 후배라 끼고 사는지 모른다. 그러나 초장에 그 기대의 큰 부분이 어그러지고 있다. 이 장관처럼 아랫 사람 마음을 사지 못하고 징벌로 다스리면 실패다. 스타장관은 경찰 개혁으로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조직을 과거의 타성에서 탈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저 요란한 쇼윙(Showing)으로 인지도만 높이거나 폼 잡는다고 스타? 이상민 장관은 이미 ‘셀럽’(Celeb·유명인)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경찰 사기가 떨어지고 심리적 저항까지 간 걸 보면 이 장관 벌써부터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듯하다. 윤석열 정부 아이콘 중 한명이 벌써 삐걱거리다니.

스타장관은 결코 쉽지 않은 난제임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세종의 A부처에선 ‘파파라치가 붙는 장관’ 화두까지 있다 한다. 마치 연예인에게 파파라치가 사진기를 들이밀듯 하라는 주문까지 한단다. 눈길 끄는 정책 홍보로 장관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미디어 노출을 빈번하게 만들고, 참신한 소통 방안을 찾는데도 혈안이다. B장관은 “스타 실·국장이 있어야 스타 장관도 만들어진다”고 독려한다.

실국장들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언론과 접촉면도 넓히라는 거다. 문재인 정부 때도 유튜브 채널을 열거나 페북 계정에 글을 남기며 요란 떨기도 했다. SNS 등을 통한 홍보 활동이 지난 정부 때 봇물을 이뤘지만 효과는 별로였다. 많은 부처에서 홍보용 SNS을 운영했고, 홈쇼핑에 나온 세일즈맨 장관도 있었다. 하지만 팬덤은커녕 국민 뇌리에 이름 석자라도 각인시킨 장관은 극소수에 그친다. ‘조국사태’ 주인공인 조국만 유명세를 치렀다.

정부가 바뀌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고루한 이미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의 장관들로 스타라? 딱딱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인간형들로 채워져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와중에 이상민은 반기를 드는 경찰 장악에 실패하면 책임성 경질도 우려된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의 마음을 살 수 있도록 조롱·경멸성 발언부터 중단하길 바란다. 경찰은 몸으로, 또 발로 뛰면서 국민과 접촉하는 가장 현장형 공직자들이다.

윤 정부의 성패가 검찰 주도의 사정정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경찰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에게 다가가고 격려하면서 쇄신해야 한다.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스타장관 같은 일회성 이벤트에 골몰할 때가 아니다.

내실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과감하게 집행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은 뒷전에 있으면서 스타 CEO를 다수 배출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건희가 은둔형 천재라서 그렇게 일이 돌아갔을 뿐이다. 삼성이 그런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건 사실이지만 국정은 다르다.

대통령은 이건희처럼 은둔형 리더로 숨을 수가 없다. 대통령실의 비서진이나 내각의 장관들, 진정한 비서(Secretary)들을 잘 부려야 한다. 그들이 사고 치지 못하게 감독하고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적극 지원해야 한다.

스타장관은 인위적인 노력을 한다고 쉽게 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시대가 만들기 때문이다. 시대정신(Zeitgeist)이 뭔지도 모르는 청맹과니들은 스타로 될 순 없다. 대통령실이 확 바뀌고, 장관들 성적도 단단히 매겨둬야 한다. 그래서 취임 100일 전후해 심기일전 차원의 물갈이를 단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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