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주의가 부른 ‘경란’···’국기문란 상습범’ 규정 온당한가?


“정부에서 경찰을? 정치경찰이라 칭한다면 경무관 이상 80여명, 총경을 포함하면 700명? 전체 경찰 14만명 중 고작 0.5%뿐…”

전직 경찰간부가 푸념하는 카톡을 보냈다. 경찰 전체를 무시하고 경멸한 장관의 언행이 경찰의 등을 돌리게 한다는 거다. 경찰은 태생적으로 보수이고,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많이 찍었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오른팔을 자처한 장관의 경거망동 탓에 부글부글 끓는다. “150만 경우회까지 나선다고 한다. 뭘 어쩌자는 건지 참 답답하다.”

오만방자·기고만장·방약무도로는 결코 아랫사람 마음을 얻기 힘들다. 겸손은 하늘도 백성도 국민도 감동하게 만든다. 우리는 공복의 오만불손을 눈뜨고 못 봐준다. 군림하고 내리 누르려는 자세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판사를 하다보면 거친 성정도 다듬어진다. 근데 이상민 장관·이수진 의원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권력이나 금력은 악마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손에 쥐는 순간 이성을 상실하고 휘둘러 본다.

사람이 아니라 권력 자체가, 돈이 사람을 그렇게 조종하는 거다. 멀쩡하던 자도 눈이 뒤집혀 눈을 내리깔고 거품을 물곤 한다. 대다수 경찰 공무원들의 흉중에 비친 이상민 장관의 모습은 어떨까? ‘국기문란 2범’으로 규정당한 일부 경찰간부들의 심경은 어떨까? 난폭한 언사는 만가지 화의 근본임을 모르는가? 청맹과니나 천둥벌거숭이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작금의 경란은 이상민 장관의 거친 언행 탓도 크다고 한다. 경찰대 출신 정치경찰의 밥그릇 다툼으로만 볼 순 없다는 거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30일 실무팀장 회의를 전체경찰 회의로 확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경란의 분수령이 아닐 수 없다.

이상민 장관의 언행은 초보운전사의 난폭운전을 보는 듯해 영 불안하다. 경찰이 돌아서면, 그들의 심리적 불복종이 만연해지면 국민 여론 또한 돌아선다. 전국 경찰서에는 관할 지역의 유지들로 구성된 이런저런 협조단체들이 많다.

경찰서장이나 간부들이 이들과 정기적 접촉을 함으로써 정부 시책을 홍보하며 협조를 당부하기도 한다. 또한 모범운전자회나 녹색어머니, 치안자문위원, 자율방범대, 경발위 등 지구대별 협조 단체들도 있다. 관내 중소규모 사업가나 자영업자,  택배노동자에게까지 주요 시책을 경찰이 앞장서 설명해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장관, 국민의힘까지 경찰을 벌레 보듯 한다면…그 결말은 “암울하다”고 뜻 있는 전직 경찰간부들은 개탄한다.

사조직화한 경찰대 개편과 순경에서 시작한 하위직 경찰의 승진 및 고위직 문호를 넖히는 건 잘하는 일이다. 국가경찰의 사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에 앞서 이상민 장관은 전체 경찰을 하대하고 조롱하는 듯한 언행을 사과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경찰국 신설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권한이 너무 커져버린 경찰조직의 민주적 통제는 꼭 필요하다. 그 방법이 경찰국 신설뿐인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말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건 진보건 대통령이 청와대 치안비서관의 보좌를 받아 경찰청장을 임명한 뒤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총경 이상 경찰관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윤 정부가 경찰국을 신설한 것은 민정수석실 폐지와 그에따라 치안비서관 자리를 없앤 데 따른 조치다. 이유야 어떻든 경찰을 더 철저히 장악하는 결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정권이 또 바뀌었을 때까지 고려에 넣고 그 시스템의 부작용은 없는 건지도 따져봤어야 한다.

경찰은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물고 늘어질 대상과 알아서 기어야할 쪽을 영악하게 알아챈다. 그것까지 고려에 넣지는 않았을 거다. 당장 경찰권을 장악하기 쉽게 만드는 데만 꽂혀 제도를 신설한 게 아닌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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