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시중’ 김혜경, ‘대장동’ 이재명, 어떤 게 더 치명타?

이재명 김혜경씨 부부

‘경기도 법카’ 부정사용, 파렴치한 사선공후(私先公後)

[아시아엔=최영훈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 카톡에 누군가 ‘혜경궁의 황제 시중’ 관련 글을 금방 올렸다. “김혜경 아랫 것 시켜 초밥 먹던 날, 이재명이 황교익과 떡뽂이 먹던 날…”

우리 민초들은 대장동게이트니 성남FC 후원금 의혹에는 오히려 관대한 편이다. 이 대형비리들에 이재명 후보가 연루된 정황은 너무 많지만 “꼼짝마라!” 할 양심선언은 아직 안 나와 더 그렇다.

왜 그런지 몰라도 천문학적 거액을 사기친 데는 관대하고, 오히려 짜장면 값 몇푼 떼먹는 치사한 꼴은 못 본다. 이재명 부부가 국민 성감대를 건드렸다. 요 며칠 간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소식들을 ‘거짓뉴스’라고 하다 점점 군색하게 약세로 바뀌어 갔다. 선대위 공보라인은 “사실관계가 미처 확인이 안 돼 말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A씨로 알려진 7급 공무원이 배모 사무관 지시로 한우 쇠고기를 사고 약, 속옷 심부름까지 한 전말은 참 치사하고 아니꼽다. 그런데 대중의 분노는 정확히 이 지점에서 폭발한다.

송영길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놀라 이재명 방어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송영길은 이재명의 라이벌인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한 말씀했다. “(김혜경 여사보다) 한동훈에게 연락한 김건희씨가 더 문제가 많은 것 아니냐?”

A씨가 한우값을 치르면서 무슨 카드를 사용했는지도 여당 관계자들은 몰랐다. 알아야 어디까지 인정하고 여기부터는 콘크리트 방어막을 치자고 작전이라도 짤 수 있는데 말이다. 어제(2일)까지 여당 선대위 누구도 여기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KBS의 첫 보도를 채널A가 확인해 추가 후속보도에 나서고 SBS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고 나왔다. KBS가 이 보도를 스쿠프(특종)로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 이재명이 비세인 게 확실하구나.”

대략 첫 보도 후 4~5일 정도 지나고서야 이재명측의 사실 관계에 대한 인정 및 사과가 나온 셈이다. 오늘 여야 후보 4명의 TV토론이 있지 않았더라면 좀더 뭉개고 갔을지도 모른다. 토론 때 이 얘기가 안 나올 리 없고, 어느 후보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 테니 난감했을 거다.

그래서 김혜경씨가 먼저 “불찰” 운운의 짤막한 사과를 낸데 이어 이재명도 공식사과 멘트를 내놓았다.

“(배우자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 빼도박도 못할 ‘빼박 사실’ 관계 중 일부만 인정하고 두루뭉술한 사과를 한 거다.

‘미리 감지’는 나는 몰랐다는 것, ‘사전 차단 못한…’  알았으면 제지를 했을 거라는 말이다. 역시 이재명은 ‘사과의 달인’이다. 최근 성남에서 유세를 하면서 가족사를 회고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

친형에게 쌍욕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여러 번 사과했고 눈물도 흘렸다. 앞으론 울지 않겠다면서.

동아일보 대기자 김순덕은 ‘이재명의 신뢰 위기’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오늘(3일자) 썼다.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다.

“…만일 또 운다면 자기 말을 또 뒤집는 것이고 그 눈물조차 거짓처럼 보일 수가 있다.”

거짓 눈물의 대명사가 악어의 눈물이다. 악어는 파충류인가 포유류인가? 냉혈의 파충류일 거다. 이재명도 냉혈한이라는 점에서 닮았는지 모른다. 그 눈물마저 거짓이 아니길 빈다.

이 사건을 다시 짚어보자.

배씨(5급 사무관)가 7급 A를 통해 김혜경씨 약을 타오게 하거나 옷 정리(속옷가지 포함), 음식 심부름 등을 시켰다. 비싼 한우값 결제도 A가 자기 카드로 먼저 결제한 뒤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수법을 썼다. 한마디로 ‘법카(법인카드)’ 바꿔치기로 사기의 일종이다.

배씨나 A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 후 5급, 7급 별정직 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둘 다 작년 9월까지 다니다 퇴사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이 후보로 나오면서 동반사퇴한 거다.

배씨는 성남시장 때도 별정직으로 일한 바 있다. 그는 이재명이 변호사 때부터 직원으로 일했다. 이재명이 성남시장이 됐을 땐 시청 7급공무원으로, 경기도지사가 되니 일약 5급공무원으로 발탁됐다.

7급에서 5급 되려면 늘공(정규 공무원)은 10년 걸리는데,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그런지 초고속 승진이다.

그러니까 배씨가 이재명에게 잘 보이려고 “상식 밖 요구를 직원에게 했다”는 해명도 일리가 없지는 않은가?

그럼 부인 김혜경씨는 이런 사실을 잘 몰랐단 말인가? 성남시장 재직 때도 과잉 의전 논란이 불거졌다. 2012년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한 시의원의 질의-답변이 그대로 있다.

“배씨가 하는 일이 대체 뭐냐? 의전 수행이냐, 외국인 의전도 했느냐.” 그때 성남시측은 ‘(배씨가) 두 가지 일을 다 한다”고 답한 걸로 나온다.

문제는 이번에 ‘집안 일 해주기’ 차원을 넘는 ‘카드 부정’ 내역까지 나오면서 일이 훨씬 커져버렸다. 아들 의혹 때도 그랬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재명이 사과 하나는 신속하게 했다.

이번에는 ‘몽골기병’ 답지 않게 너덧 새나 끌었다. “이재명이 꼬인 이유가 뭘까?”

머리가 좋은 이재명이 이번 사안을 ‘사소해 보이지만, 대중은 이런 데 꽂히고 폭발한다’는 감을 잡은 거다. 역시 이재명은 영리하고 판단도 빠르다. 이런 공력에도 불구하고 저지른 일들이 많아 다 치우지를 못하는 거다.

특히 약 대리 처방 논란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배씨가 “내가 먹기 위해서 그랬다”고 무조건 김혜경씨 방어에 급급했다. 하지만 다소라도 상식에 맞아야지 ‘얼토당토 않은 해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A가 배씨 명의로 사온 것이고, 자기가 실제로 먹으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호르몬제인 그 약은 폐경기 여성들이 처방을 받아서 먹는 것이다. 2016년 결혼한 배씨가 폐경기도 아닌데 그 약을 먹을 이유가 도통 없다. 배씨 결혼식에는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부부도 참석해 축복을 빌어줬다.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약 대리 처방은 호사가들의 흥미거리일 뿐이다. 법인카드 부정사용이 법적으로도 심각한 사안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법으로는 입증 가능한 부정사용 액수가 수백만원대에 그쳐 별 거 아니다.

그보다는 민초들의 가슴에 불을 확 질러 한시가 급한 이재명이 ‘분노의 주먹’ 세례를 받게 생겼다. 돈 많은 자가 놀부 심보로 중국집 짜장면 값 떼먹는 걸 목격한 실제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가 될 거다.

배씨는 일단 “잘 보이려고 내가 다 한 일이다”라고 몸통 보호를 위해 예리한 칼로 도마뱀 꼬리를 잘랐다. ‘꿩잡는 매’인 윤희숙 전 의원의 저격이 날카롭다.

“나랏돈 훔쳐 한우 사먹는 자세로 대장동 개발 호재를 그냥 지나쳤다고? 기본소득 떠들면서 기본횡령이냐?”

윤희숙은 “지도자의 덕목 중 가장 무거운 것이 공사구분”이라며 이재명의 급소를 찔렀다. 이재명은 몰랐다고 하지만, 경기도 7급 공무원을 가사도우미로 써온 건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탈이다.

더욱이 김혜경씨의 오리발 탓에 한우 안심 값과 초밥 샐러드를 ‘경기도 법카’로 지불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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