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순방 마친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이 첫 NATO 순방을 성공리에 마치고 귀국했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밖에 나가면 기분이 좋다. 정치 9단인 DJ YS도 순방을 좋아했을 것이다. 밖에선 골치 아프고 답도 안 보이는 내치에서 훌훌 벗어난다.
대통령 중에는 한심하게도 ‘는 잘 하는데, 나라도 괜찮게 평가받는데…’라고 착각도 했다. 그래서 탑승한 공군1호기가 서울로 접근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단다.
취임한 지 두 달도 안 되니 윤통은 그랬을 리는 만무했으리라고 본다. 뱃심도 있다. 검찰 때로 돌아가서 보면 왠만한 일로 신음은커녕 눈 하나 깜짝 않는다.
도어스테핑(Door stepping), 일단 신선한 시도라고 판단한다. 탈 청와대 감행의 후속 조치로 국민을 대신한 언론과의 소통 확대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같이 공부를 잘한 이들은 정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이 심하다. 출근 길의 잠깐 질의응답이니 다행히 몇 가지로 그친다.
취재진 질문은 대체로 주요 현안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답변을 위해 사전 준비야 하겠지만 결코 완벽할 순 없다.
대통령의 말, 권위주의 정권 때 그건 바로 정책이요 가이드라인이다. 지금도 언론은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출근길 답을 여과없이 보도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그대로 정책의 방향으로, 해당 부처나 기관이 떠받들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보도를 한다. 언론이 그렇게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다. 일종의 ‘휘슬 블로어(Whistle blow)’ 역할을 자임하는 게 언론이니까.
제왕적 대통령제, 진짜 제왕이던 박정희 전두환 같은 권력자에 비하면 지금은 100분의 1 권력도 못 휘두른다. 그런데 국민과 소통을 매개하는 언론도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도 자주 혼선을 일으킨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한 윤통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쳤지 않는가?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때로 선포하고, 참모들에게도 변화를 깊이 인식해 자신을 보좌할 것을 주문하기 바란다.
신선하지만 도어 스테핑을 지속하려면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먼저, 모든 질문에 반드시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때로는 “그것은 해당 장관에게 출입기자가 묻는 게 더 낫겠다”라는 식의 변주도 필요하다. 또는 “어제 밤 늦게까지…” 준비 부족을 이유로든 건너뛸 수도 있다.
오후에 짬이 나면 불시에 대통령실 출입기자 대표들과 차 한잔도 한다. 수석들을 배석시켜 오프 더 레코드로 백 브리핑을 해줄 수도 있는 거다. 지금 도어 스테핑의 부작용으로 한덕수 총리도 장관들도 실종 상태다.
총리가 KDI 홍장표 공격성 발언을 최근 한 것 말고 언론에 언제 났지? 이정식 노동부장관 노동시간 발언을 대통령이 뒤집는 듯해, 말빨이 서지 않게 됐다. 그후 책임장관은커녕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바지저고리들로 전락했다.
앞에 거론한 것 외에도 도어 스테핑의 이런 저런 부작용들은 분명 있다. 그렇다고 안 하면 더 큰 일이다. 사나이 가는 길에 비도 오고 눈도 오는 법.
대통령의 말과 처신은 언제나 한국 사회에서 그렇듯이 파급력이 크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의 확정된 아젠다처럼 기정사실화한다. 매일 언론을 타는 윤 대통령의 소탈함과 언어 습관으로 늘 아슬아슬하다.
그렇다고 하던 것을 안 하면 겁나서 물러섰다는 비판에 휩싸일 거다. 단단히 하는 쪽으로 개선을 하되, 천편일률에서 벗어난 ‘연주’를 하시라.
귀국 후 윤통이 ‘경제 올인’을 피력한 건 동물적인 감각으로 보인다. 지표든, 체감이든 전문가 경고대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비슷한 게 올 모양이다. 물가부터 선제적으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은 잡아야 한다.
시장 왜곡은 경계하되, 경제부처와 검경, 국세청까지 동원해서라도 그렇게 해야할 시점이다. 전두환 정부 때 물가 안정을 어떻게 했는지 벤치마킹이라도 해보라. 그때는 서슬퍼런 철권 통치 때라 쉬웠을 거다. 어렵다고 해서 회피하려 들거나 회피할 수 있는 과제가 결코 아니다.
절실하고 절박한 자세로 물가와 전쟁하듯 해야 한다. 경제 위기 때 언제나 서럽고 고단하고 등이 휘는 건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무역 적자 최고’ 운운하는 언론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들을 향해 무역적자가 나라에 미칠 영향을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 경제 위기야말로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구할 수만 있다면 노동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쇄신의 적기다. 무역적자 위기를 민간에도 경고해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을 촉구하라. IT 대기업들이 선도하는 아랫목의 지나친 임금 인상도 잡아야 한다.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빠졌지만 크게 괘념치 않아도 된다. 시간은 윤 대통령의 편이다. 다만 그때까지 위기관리를 잘 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총리는 총리답게, 장관도 장관답게, 대변인 역시 대변인답게…
대통령만 보이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지금의 캐비닛은 뭔가 잘못 됐다. 스스로 약속하고 다짐한 국정운영 패러다임과도 정면 배치되지 않나? 지지율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팀 플레이가 제대로 되는지 살펴야 한다.
“실제로는 잘 굴러간다”고 정신승리를 외쳐본들, 실제가 진실이 아니다. 미디어의 창에 그렇게 비쳐져야, 그렇게 보도할 때 잘 굴러가는 거다. 미디어의 창에 투영된 진실, 비록 그것이 허구더라도, 주권자인 국민들은 그것을 진실로 여긴다. 미디어 학자들 대부분도 이러한 ‘미디어적 진실’을 나름 존중할 거다.
지지율 관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했지만, AI나 빅데이터 등 근거자료나 첨단 기법을 이용한 홍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헛발질하고 지리멸렬로 빠지기를 바라는 쪽이 47%나 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3%로 추락했건만, 갤럽조사로는 리얼미터와는 달리 아직 데드 크로스(Dead cross)는 아니다.
‘오르다 내리다’ 하는 것이 지지율이다. 정권 초반에 부진한 건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예방주사를 세게 맞으면 독감이 걸릴 모진 환경이 닥쳐도 넘길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1기 내각은 사즉생 수준의 전시 내각의 비장함을 갖기를 당부한다. 도어 스테핑도 좋지만, 대통령이 위임 않고 직접 챙기는 ‘대통령 프로젝트’(Presidential Project)를 두어 개 만들라.
가장 주요한 PP로는 단연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이라고 나는 본다. 연금 개혁은 누구에게, 또 시급한 다른 개혁은 다른 누구에게 맡겨라.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그래서 쇄신의 필요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라. 50% 전후의 지지율로 승부하는 것, 1년 10개월 간 주요 선거는 없다.
2024년 4월 총선이니 내년 연말부터 총선 시즌이 열리기 시작할 거다. 1년 6개월 간, 나라의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때다. 정권 출범 6개월간의 성적표, 그것이 5년 단임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부패한 시스템 정리와 인적 쇄신부터 깔끔하게 끝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