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자, DJ의 ‘상인 현실감각-선비 문제의식’으로
나눠먹기식 인수위 구성, 지금이 태평성대인가?
권력 탐하는 부나방들 배제할 ‘현대판 위징’을
지인이 글을 보내왔다. 인수위 구성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난다’는 게 요지다. “안철수 위원장에 교수들을 대거 넣어 만든 지극히 한가한 인수위 구성으로 뭐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누차 얘기했지만 봄맞이 대청소가 윤석열 당선자(윤당)에게 가장 큰 과제다. 문재인 정권이 망쳐놓은 대한민국을 바로 잡는다는 문제의식이야말로 절체절명의 과업이다.
청와대를 국정의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라고 상정한 것은 맞는 방향이다. 각 부처는 장관 중심으로, 윤당 지휘 아래 국정 전반을 운용한다는 것 역시 길을 바로잡은 거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 구성을 보니 태평성대인 줄 착각하고 있다는 뼈 때리는 지적이다. “(윤당이) 정치 초보인데다 0.73% 차 초박빙으로, 하늘의 점지로 겨우 당선된 데다 극도의 여소야대 정국 상황인데, 이렇게 한가로이 가도 될는지요?”
평시에는 이렇게 가도 좋겠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인데, 그에 맞는 구상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평세치어원 난세치어방’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시절에는 두루 원만하게 다스리되, 난세일수록 중심을 잡아 각을 세우라는 말이다. 안철수 정도로는, 또한 교수 출신 위원들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위기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인수위는 담대한 국정과제 도출보다는 문재인 정권이 어지럽힌 국정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당의 브랜드인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사안들을 바르게 잡는 것이 그 요체다.
그마저도 ‘가급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의제를 우선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지적을 한다. 이렇게 핀 포인트(Pin-pointing)한 사람은 물론 관료 출신이긴 하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발 퍼펙트 스톰이 우리 앞에 어른거린다. 미국의 연준이 꼼지락거리는 금리인상은 또 어쩔 건가? 침공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러시아의 국가부도사태에는…
집채만한 3각 파도가 퍼펙트 스톰으로 망망대해 일엽편주 신세인 대한민국호를 강타할지 모른다.
가장 결정적 시기가 인수위 두달과 정권초기의 반년이다. 그 기간에 진지를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허니문 기간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거야도 전열 정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78일 뒤 지방선거 대비하느라, 그 뒤는 대참패 후의 벌집을 쑤신 듯 이합집산의 과정이다. 머지 않아 닥칠 이 위기상황에 얼마나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
여소야대 정국을 MB 때의 정무장관 카드로 푼다는 착각일랑 하지 말고 더 근본적인 구상과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 정치와 우리 정치는 차이가 크지만 한국판, 윤당 식 대연정을 왜 구상하지 못하는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윤호중의 취약한 리더십으로 원리주의 강경파의 득세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되레 정의당쪽 하고 대화를 터놓고 하면서, 그들의 정책 중 정통보수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채택하라. 일종의 ‘우군화 전략’을 세워 원리주의 강경파에 휘둘릴 ‘더불민주의 고립화’로 가야만 성공의 길이 보인다.
안으로 초대 국무총리는 국민의 총리라는 큰 시야에서 접근하기 바란다. “반드시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 추천되어야 합니다.” 이 관료 출신 지인은 “절대 일을 벌리면 안 된다”고 피를 토한다.
“민감한 사안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합니다. 인사청문회 정말 잘해야 합니다. 어설픈 인사 추천은 그냥 내리막길입니다. 빌미를 주면 (강경한 진보좌파 세력이) 금방 다시 발호할 겁니다. 덜컥 수를 둬주기만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니 지금은 하심(하심)의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 고려할 것은 국익 정도일 뿐이다.
온갖 부나방 똥파리들이 권력에 줄 대며 한자리 노리고, 그 와중에 인수위 두달을 허송하면 큰 일이다.
국민의당 지분 전문위원 실무위원들까지 들어와 “니 공약, 내 공약” 운운하면 그냥 볼 것도 없다. 국힘이 잘 해서도 아니고, 윤당이 뛰어나서도 아니다.
그저 하늘이 내린 권력이라고 마음을 낮춰야만 한다. 그나마 윤당이 자유와 시장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것을 ‘뼈대(Back-born)’로 공정과 상식, 헌법정신과 법치를 복원하는 작업이 제1의 과제다.
경제정책은, 복지를 포함해 전두환이 그랬듯이 전문가들에게 온전히 맡겨라. 내치 중에는 정치와 외교안보, 지방자치와 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직할하라. 각 부 장관들을 수석비서관처럼 부려야 한다. 장관을 영어 표현 그대로 ‘비서(Secretary)’로 상정하라.
윤당은 DJ의 생가가 있는 신안군 하의도까지 방문할 정도였다. 전북에선 동학농민전쟁기념관까지 찾았다. 그런 외형적인 발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신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DJ에게선 상인의 현실감각을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비의 문제의식은 지금 윤당에게 충분할 거다. 현실감각, 물건을 손님에게 파는 사람의 자세에서 뭐가 가장 중요한지 그 원리와 본질부터 파악하라.
나라를 잘 다스리고 정치를 잘 하려면 때로는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의 자세도 배워야 한다. 내가 팔려고 하는 물건이 얼마나 좋은 건지를 고객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발품을 팔아 설득해야 한다.
윤당부터 당선의 기쁨은 이제 잊어버리고, 전화통 붙들고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나는 안 하겠다고 고사하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을 삼고초려하는 자세로 발탁해야 한다.
노른자위에 앉아 권세를 누리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섬기고 베풀려는 인물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입에 발린 충성 맹세나 하는 해바라기들이 윤당의 환심을 사 잇속이나 챙기고 야욕으로 입을 벌렁거린다.
그런 야심가들을 밝은 눈으로 가려내 배제할 수 있으려면 윤당 스스로 자세를 엄정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직언하는 사람을, 당 태종에게도 가차 없던 현대판 위징을 옆에 두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순신 장군처럼 선공후사, 멸사봉공할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감동하는 정치, 헌신과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새정부 출범에 앞서 “아! 이런 사람을 총리로, 아! 저런 사람을 장관으로…” 하는 탄성이 나오게 하라!
첫 조각 인사가 축제처럼 돼야 한다. 그러면 온 국민이 감동하게 되고 거야도 눈치를 보게 된다.
검찰이 칼을 뽑고 인위적 사정정국이 필요없게 정치하라. 갈 길이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