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중재안에 검찰수뇌 총사퇴···“부패공화국 우려”
1년6개월 뒤 ‘기소청’ 신세 전락할 검찰 70년사 최악 수치
여소야대 담합, 박병석 중재안 전격 수용 ‘묘수냐 악수냐?’
지는 권력 면죄부 얻고, 뜨는 권력 사나운 사냥개 없애고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냐?”
검찰은 22일 ‘검수완박’ 중재안에 “기존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기만 유예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재안에 따라서, 70년 검찰의 수사권은 단계적으로 다른 기관에 넘겨지고, 검찰은 ‘기소청’으로 전락한다. 여야 합의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들 2개로 줄이되,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모두 없애는 내용이다.
사실상 ‘검수완박’ 시점만 유예한 걸로 중재안이 시행되면 최종적으로 검찰은 기소 여부만 판단하게 된다. “여야가 검수완박을 강행할지 몰랐다. 중요 범죄 대응 역량이 현저히 약화되고 불법 비리가 판칠 거다.”(대검 기획조정부장)
검찰은 “선거범죄 같은 사회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는 소추권을 가진 검사가 전문성, 법리 판단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수사해야 한다”며 ‘부패 완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은 “최종 법안 통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하고, 새 정부 차원에서 관심 있으니 호소하겠다”고도 했다.
법안의 위헌 소지에 따라,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나 헌법소원을 내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자세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전국 고검장 6명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전국 평검사들도 대표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 중재안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변동시키는 개정임에도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공청회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 평검사들은 오로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국힘 원내대표 권성동은 중재안 수용에 “일선 검사들은 그래도 잘된 합의안이다, 만족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특수부 이외 검사들은 기존의 권한을 그대로 갖고 있고, 업무방식도 변함이 없어 혼란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건 총량을 따지면 0.1%의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를 못하게 된 것이다. 보완 수사권은 100% 살아있다. 전체 범죄의 99.3%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뇌부와 별개로 일선 검사들은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권이 남아있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우리가 싸운 것은 보완 수사권 때문이다. 검찰 단계에서 잘못된 수사를 바로 잡지 못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 또 경제·부패 범죄 (수사권을) 없애면 권력자의 부정·비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작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직접수사는 △부패와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같은 6대 중요 범죄로 제한됐다. 이중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수사는 경찰로 1차 수사가 넘겨졌다.
한국형 FBI에 해당할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후에 수사권 재조정이 이뤄진다. 검찰은 경찰 비리 범죄나, 경찰 1차 수사 사건 혐의와 직접 관련된 범죄에 대해선 인지해 수사할 수 있다.
검찰 수사권은 경찰 수사 역량의 향상, 혹은 한국형 FBI 중대청이 출범하면 보완수사권만 남게 된다. 경찰 공수처 공무원 등이 연루된 범죄 말고는 기소 여부만 판단하라는 게 중재안의 핵심 결론인 셈이다. 중재안은 수사권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따로 두게 해 권한 분리를 명확히 정했다.
서울지검과 대구, 광주, 부산지검에 남아있는 특별수사부서 6개도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 수도 제한된다. 또 경찰 1차 수사 후 송치 사건 역시 무분별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단일성과 동일성을 못 벗어나게 했다. 별건 수사에 대한 제동장치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검찰청법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 시행 후 검찰의 2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수사도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한될 것이다. 개정법안의 국회 통과 후 시행까지 유예기간은 애초 민주당이 계획했던 석 달에서 넉 달로 한달 늘렸다.
‘검찰의 업보’, 산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만 탐한 ‘하이에나 본성’이 결국 여야의 담합을 불렀다. 발생한 모든 결정이나 사태는 찬찬히 따져보면 조건에 따라 일어난 것에 불과하다.
‘조건-발생’이 인과법의 기본에 해당한다.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나지” 어떻게 다른 게 날 수가 있겠나. 대한민국의 70년 검찰사는 영욕(영욕)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을 4명이나 구속하고 뭔가 대단히 업적을 쌓은 듯 과거 검찰은 분칠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구 검찰의 정치화나 편파적이고 반 인권적 법집행으로 굴곡이 많은 치욕의 역사를 뉘우쳐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온상인 전관예우에서도 검찰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
별건수사의 폐해, 이리 저리 찔러보고 망신을 주고 하는 잘못된 수사관행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기소청으로 전락하게 된 것만 따지려 들 게 아니다. 그런 비루한 신세가 될만큼 선배들이 부끄러운 짓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부터 검찰은 통회해야 한다.
여야도 과연 말이 되는 짓을 했는지 곰곰이 돌이켜보고 참회하길 바란다. 할 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지는 권력은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 면죄부를 얻게 됐다. 30명이 넘는 거야의 국회의원들이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고, 이들이 검수완박을 밀어붙인 첨병들이었다.
특히 172석의 거야 지도부는 초선 강경파 몇명에게 휘둘려왔다. 무기력한 소여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도장을 찍었다.
한편 이날 검찰을 떠난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의 퇴임사는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대검차장으로 직무대행을 했다. 취임사는 꿈으로 쓰는 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쓰는 법이다.
영욕의 검찰이 수치스럽게도 기소청으로 전락하는 걸 앞둬서일까?
“결국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이 되고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여야가 담합해 강행 추진키로 한 ‘검수완박’에 대한 날이 선 비판으로 입을 뗐다. 조남관은 ‘검수완박’ 논란이 커지기 전인 지난 4월 5일 사표를 냈고 이날 퇴임식을 열었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검수완박 관련 입법 발의로 인해 우리나라 70년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위기가 초래되는 상황에서 먼저 떠나게 돼 대단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검수완박 관련 입법 발의는 제대로 된 공청회나 토론회 없이 권력을 빼앗긴 분노 속에서 전광석화와 같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조남관 원장은 “한 나라의 정의와 인권을 최고 가치로 하는 사법체계 근간을 변경하는 입법이 이념적 과잉과 권력적 탐욕 속에서 분노와 졸속으로 처리되면 정의가 뒤틀리고 국민의 기본권이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며 “수사권조정 법안이 시행된 지 불과 1년여 만에 국가수사역량 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숙고 없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면 검찰개혁은 검찰권 분산과 견제만이 남아 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수완박 관련 입법이 발의하게 된 배경에는 검찰 직접 수사의 중립성·공정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 직접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중대한 우를 범하는 것이 될 니다.”
이날 법무연수원에서는 고검장급인 구본선 연구위원도 여야의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사표를 낸 검찰총장 김오수와 대검차장 박정진, 고검장 성윤(서울)·김관정(수원)·여환섭(대전)·권순범(대구)·조종태(광주)·조재연(부산)등 검찰 수뇌부는 무대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