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손 안의 작은 미술관’···고흐·고갱·세잔 등 인상파 뒷얘기
빛을 그린 인상주의 화가 25인의 이야기
고전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후기인상주의
코로나19 이후로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자유롭게 떠나는 여행도 한동안 어려워졌고 언제부터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부 활동을 통한 취미나 다양한 문화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런 시기에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유럽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관람하며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줄어들고, 다수가 관람하는 국내 공연이나 전시회도 줄어들어 아쉬움이 남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해설과 함께 원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집에서 대신할 수는 없을까? 인터넷으로 관심 있는 작품을 단편적으로 감상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갱, 고흐, 마네와 모네, 세잔 등 우리에게 많이 알고 있고, 많은 이가 좋아하고 모사하는 작품들은 주로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이다.
인상주의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에밀 졸라와 르누아르가 있고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알프레드 시슬레가 보이는 ‘1870년 파리 라콩데민가 9번지’에 있던 프레데릭 바질의 화실(studio)로 찾아가 보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감동적이다!
미술에 깊은 조예와 관심이 없어도, 유럽을 여행할 때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단순히 작품의 색상과 구도, 주제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작가와 작가가 살던 시대의 서사까지도 읽어내는 ‘발견’과 ‘감동’을 경험하는 데 있지 않을까.
과거를 가장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들, 19세기 인상주의는 이전 시대의 고전주의와 달리 그림의 주제를 인간에게로 돌린 큰 변화였다. 인상주의를 표방하는 화가들은 신이나 신화의 종교적·권위적 주제에서 탈피해 개인의 일상과 우리 주변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특유의 색과 기법으로 그려냈다.
19세기 아카데미 중심의 제도권 미술계에 반기를 들고 모든 전통적인 회화기법과 공상적인 표현기법, 성서와 신화 중심의 주제 등을 거부하고 빛이 만들어내는 색채·색조·질감에 관심을 둔 이러한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하는데, 이들은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그림과 달리 개인의 감정과 일상의 삶, 자연과 빛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풍광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완성해가며 현대미술과 모더니즘의 길을 열었다.
화가가 살던 동시대의 평범한 이들의 삶과 19세기 격동적인 사회문화의 변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다양한 주제로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은 그 이전 미술과는 다른 화법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다.
화가 25인의 삶과 명화를 한권에 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처음부터 미술계나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상파는 자신들의 특징을 고수하고 발전시키며 현대미술과 모더니즘의 길을 열었다. 고전주의에서 인상주의가 새로이 등장하던 시기, 당대 아카데미파 화가들은 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배척했을까? 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주류의 미술로 인정하는 데 반대했을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인상주의에 관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인상파 화가들이 미술계에 등장하는 초기에 겪은 부침들과 그들이 인상주의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읽는 재미도 그림 감상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 《내 손 안의 작은 미술관》은 마치 미술관을 직접 찾아 작품 앞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직접 듣는 것처럼 아카데미파와 인상파 화가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화가와 그림 속 주인공과 배경, 그리고 그림을 그린 장소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화가들의 삶과 일생,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 인상파 화가들 간의 교유와 우정까지 마치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해설을 붙였다.
저자는 그림을 보고 느끼는 그대로 감상하고, 그다음으로 작가의 삶과 그 시대를 이해하고 반영하여 다시 감상하고, 인상주의만 기법의 특징인 빛의 표현 방법과 붓 터치 등 전문적인 미술이론까지 한 작품을 보고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감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인상파에 영감 준 여성들 뒷얘기도 풍부
저자는 그동안 다양한 전시회에서 자주 소개되어온 마네와 모네, 고흐와 고갱, 세잔, 드가, 뭉크 등의 작품 외에도 툴루즈 로트렉 그림의 모델로부터 시작해 스스로 화가로 성공한 수잔 발라둥을 비롯해 매리 캐섯, 에바 곤잘레스, 안나 앙케르 등 국내 비교적 덜 소개된 여성 작가의 작품들도 소개한다.
또한 유럽의 북단의 스칸디나비아 화가들의 모임까지 19세기에 유럽 전역에 걸쳐 퍼지는 인상주의의 새로운 시도를 젊은 작가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받아들였으며,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해냈는지도 소개한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뿐 아니라 그림 감상에 막 입문한 이들, 좀 더 새로운 작품을 보고 싶었던 이들 모두에게 《내 손 안의 작은 미술관》에 담긴 119점의 그림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가 파리에 머물면서 2년 동안 무려 26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반 고흐가 그린 그의 모습들을 보면 같은 인물로 보기 어렵다. 표정들이 모두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은 말쑥한 차림이고, 어떨 때는 그냥 단순하다. 어떤 그림에서는 여러 가지 인상이 뒤섞여 있고, 다른 모습에서는 무척 긴장된 표정이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여럿 그리면서 각기 다른 양식과 기법을 실험했다. 때로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자신만의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나갔다.
반 고흐는 왜 그렇게 많은 자화상을 그린 것일까? 그의 진정한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네덜란드의 후미진 시골에서 국제적인 대도시 파리로 온 어떤 충격에 가까운 혼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한 것은 아니었을까? 본문 174쪽, 빈센트 반 고흐
프랑스 라발에서 가난한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난 루소는, 파리 세관에서 세관원으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그림의 소재를 찾기 위해 이국적 장소와 모험으로 가득 찬 책들을 샅샅이 뒤졌다. 루소는 이질적 형태들을 결합하면서, 20세기 초반 피카소처럼 선두를 달리는 화가들만큼 주목을 받고자 많이 노력했다. 본문 281쪽, 앙리 루소
저자 김인철은 윌리암 모리스를 연구한 영문학자로 미국, 캐나다에서 영문학과 미술사와 미디어아트 등을 함께 공부했다. 캐나다의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강의한 후 지금은 충북대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건국대, 전북대, 광주대, 목원대 등에서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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