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③] 빈센트 반 고흐 ‘세인트 폴 정신병원의 정원’

세인트 폴 정신병원의 정원(The garden of St. Paul’s Hospital ). Vincent van Gogh, 1889, 73.1 x 92.6 cm, Museum Folkwang, Essen. 옥색으로 같은 녹색 계열의 하늘 역시 구름과 더불어 춤을 추는 듯하다. 배경 아래쪽에는 저녁노을과 같은 노랑색 띠와 푸른빛의 산이 보인다. 벽은 좁고 낮게 이어지며 병원 건물과 함께 그림 아래 오른쪽 한켠으로 물러나 있다.

[아시아엔=김인철 미술평론가]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잇속 챙기기에 능했던 고갱(Paul Gauguin)은 빈센트(Vincent van Gogh, 1853~1890)를 깔보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가 반 고흐 형제를 함부로 못했던 까닭은 당시 유럽 최대의 미술품 중개회사 구필(Goupil & Cie) 대주주의 큰조카(빈센트), 그리고 유능한 관리 직원(테오)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참고로 그 무렵 구필은 부소-발라둥(Boussod & Valadon) 회사로 변경되고 얼마 지난 후였다.

그랬던 고갱과 빈센트의 다툼은 결국 비참한 자해소동으로 이어지면서 반 고흐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두 사람이 자주 가던 술집 겸 유곽의 어떤 작부 하나가 평소 반 고흐를 보면 귀가 예쁘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면도칼로 자신의 한쪽 귀를 거의 자른 빈센트는 잘려진 그것을 들고 유곽으로 달려가 그녀에게 던지고 기절했다.

유곽 사람들은 빈센트가 죽은 것으로 알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때 경찰은 살인범으로 고갱을 지목하고 다음날 아침 그를 체포했다.

모든 게 밝혀진 후 고갱은 바로 아를(Arles)을 떠났고 반 고흐는 정신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

빈센트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빈센트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발적으로 정신요양소에 입소했다.

당시 그곳의 정식 지명과 명칭은 상-레미-드-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의 상-폴(Saint-Paul) 요양소로, 위치는 이미 말했듯이 상-레미(Saint-Rémy) 마을에 있었다.

반 고흐는 1889년 5월부터 1890년 5월까지 그곳에 입원했다. 그는 1층에 있는 방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고 그러는 틈틈이 입원해 있던 사람들의 간단한 모습과 앞뜰,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밀밭 등을 부지런히 그렸다.

아울러 빈센트는 담당 간호사 등과 함께 병원 밖으로도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초록색조와 갈색조의 그림 속에는 온통 춤추는 듯한 다이내믹한 붓터치로 살아 숨쉬는 듯하다.

밤색의 흙은 베어져 한 단면이 드러난 굵은 나무둥치와 함께 11월임에도 당당하게 생기를 드러낸 나뭇가지와 잎들과 함께 일렁거리는 군무(群舞)를 보여주고 있다.

옥색으로 같은 녹색 계열의 하늘 역시 구름과 더불어 춤을 추는 듯하며 배경 아래쪽에는 저녁노을과 같은 노랑색의 띠가 이어지며 멀리 푸른빛의 산이 보인다.

어떤 제한을 상징하는 벽은 좁고 낮게 이어지며 병원 건물과 함께 그림 아래와 오른쪽 한켠으로 물러나 있다.

같은 해 겨울, 그는 자신의 불후의 명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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