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②] 미국 인상파의 ‘토널리즘’

폴 코노이어 작품 ‘비 내린 후 글로우스터’

[아시아엔=김인철 미술평론가] 미술 유파를 지칭하는 말로, 생소하기만 한 토널리즘(Tonalism)은 미국의 인상파들이 만든 양식이다.

이는 1880년대 미국 풍경화 작가들이 작업하면서 배경처리에까지 구체적인 색상을 적용하거나 아니면 안개처럼 그려나간 방식을 말하는데, 1880년에서 1915년 사이에는 회색, 갈색, 또는 파란색 같은 어둡고 중간톤의 색조가 두드러졌다.

그리하여 1890년대 미국 비평가들이 ‘색조의’(tonal)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평가했는데 그중 대표적 작가가 조지 이네스(George Inness)와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였다.

이들이 채용했던 양식의 근원은 프랑스의 바르비종파(Barbizon School)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화면 속에 그림자와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아쉽게도 토널리즘은 유럽의 모더니즘과 인상주의가 대세를 이루면서 뒤로 밀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호주의 토널리즘은 멜버른(Melbourne)을 중심으로 1910년대에 크게 유행했다.

폴 코노이어(Paul Cornoyer, 1864~1923)는 미주리의 세인트 루이스(St. Louis) 출신으로 그곳 미술학교에서 배운 후 파리로 건너갔다. 그리하여 아카데미 쥴리엉(Académie Julien)에서 쥘르 르페브르(Jules Lefebvre)에게 배우면서 런던과 베니스 등지를 여행했다. 아울러 인상주의를 받아들여 바르비종파의 그림 스타일에 윤기있고 색상이 두드러지면서 서정적인 도시와 자연 풍경을 그려나갔다. 그가 나름대로 재현한 인상주의는 프랑스의 그것 보다 보수적이면서 미국적 감성이 두드러졌다.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세인트 루이스의 플랜터스호텔(Planters Hotel)의 장식화를 그렸는데 이는 매우 미국적인 토널리즘 방식이었다.

이때 파리에서부터 그의 그림을 잘 알고 있던 선배 미국 화가 윌리엄 메릿 체이스(William Merritt Chase, 나중에 이 작가의 이름을 딴 학교가 만들어지는데 그게 체이스 미술학교-Chase School-로 이곳이 다시 파슨스 디자인학교-Parsons School of Design-가 된다)가 그를 뉴욕으로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코노이어는 미국 모더니즘의 본고장이었던 뉴욕에서 자신의 세계를 보다 확실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그가 그린 거리 풍경에는 빌딩, 마차, 보행자 등 매우 구체적인데 이런 방식은 파리에서부터 제작한 것으로, 특히 비가 내리거나 내린 후의 묘사는 꽤 독특한 인상으로 되어 있다.

1908년 올브라이트-녹스 화랑(Albright-Knox Gallery)에서 그의 전시가 열렸고, 1909년 그는 미술 관련 단체(National Academy of Design as an Associate Academician)의 회원이 되어 뉴욕의 한 대학(Mechanics Institute of New York)에서 가르쳤으며 1917년 매사추세츠로 이주하여 작업과 교육을 이어갔다.

비가 내린 직후의 거리에는 빗물이 고여 있거나 그 흔적이 남아 물빛으로 번들거린다. 젖어 있는 길바닥의 표현이 매우 서정적이며 사실적, 인상적이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배경에 의하여 그곳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고 그림 속 장소에는 막 그친 후임을 알 수 있다.

비 그친 순간을 기다려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마차를 타려는 모습은 정지된 듯한 화면을 조금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작품의 제작연도와 크기 등 그림에 대한 정보를 더 찾을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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