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①] 빈첸초 킬로네 ‘물에 잠긴 산마르코광장’

물에 잠긴 산마르코광장(View of the flooded Piazza San Marco), Vincenzo Chilone, 1825, 59.7 x 79.4 cm, Sotheby’s, London

베두타(veduta)…‘보이는 대로의 풍경, 경치’

[아시아엔=김인철 미술평론가, 충북대 대학원 강사] 이탈리아어 미술 용어 베두타(veduta)는 ‘보이는 대로의 풍경, 경치’라는 뜻이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18세기 베니스파(Venetian School) 화가들이 베니스의 풍광을 원근법적 구성을 토대로 하여 사실적으로 나타낸 진경화적(眞景?的) 그림을 말한다.

대표적인 화가들로는 카날레토(Canaletto), 프란체스코 구아르디(Francesco Guardi) 등이 있다. 베두타의 근원은 플랑드르(Flanders) 화가들이 그린 풍경화로, 베르메르(Johannes Vermeer)가 그린 ‘델프트의 풍경’(View of Delft, 1660-1661, Mauritshuis, The Hague) 등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물에 잠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림을 보면, 적지 않은 수의 곤돌라(Gondola)들이 산마르코광장에 가득하며, 아울러 오른편의 건물 1층 회랑과 왼편 건물 위쪽에서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물이 가득 찬 광장을 주시하면서 곤돌라로 왕복하고자 하는, 또는 그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광경을 살펴보는 것 같다. 아래쪽을 보면 곤돌라 모습이 매우 분주하여 박진감까지 느낄 정도이다.

그런데 이 그림의 정확한 관찰 시점은 흔히 만들어졌던 바닷가 쪽이 아니라 광장 내부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그린 것이다. 그래서 산마르코의 종탑(St Mark’s Campanile)이 오른쪽에 보이며, 그 왼쪽에 아름다운 여러 개의 돔으로 이루어진 대성당(St. Mark’s Basilica)이 있고 광장도 더 넓게 보인다. 아울러 또 다른 명소인 ‘공작궁’(公爵宮, Palazzo Ducale)은 종탑 뒤편에 작은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

작가인 빈첸초 킬로네(Vincenzo Chilone, 1758~1839)는 베니스 출신의 대표적인 베두타 화가로, 카날레토의 스타일을 이어받았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매우 가난하게 살았는데 열두 살부터 실크 양말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어 목조각 도제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이웃에 살던 저명한 화가의 도움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아무 일이나 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극장의 무대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마우로(Alessandro Mauro)를 만나 본격적으로 그림과 장식미술을 배웠다. 스승 마우로가 죽은 후 그는 베니스 동쪽에 있는 우디네(Udine)로 가서 극장의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작업의 책임자가 되었고, 팔라조 마르코티(Palazzo Marcotti)의 장식 등을 완성했다.

1815년 베니스로 돌아온 그는 이미 고향에서 잊혀진 작가였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선배 작가 카날레토에 버금가는 인정을 받았고, 이에 귀족들이 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그는 가난한 작가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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