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속 매매춘 여성②] 피카소 ‘아비뇽의 아가씨들’ 아프리카 여인들 3차원 묘사
[아시아엔=김인철 <아시아엔> 미술비평가, 전주비전대 교수]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한때 “미술이란 것은 매춘이다”라고 언급했다. 회화의 역사에 있어서 작가들은 그들의 애인 또는 모델들을 매춘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했다. 대상 인물들이 누구였는지는 오랜 관행대로 대개 무시됐지만 어떤 화가들은 구체적으로 작품에 나타내면서 주제가 무엇이고 모델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기도 했다. 매춘을 주제로 이루어진 뚤루즈 로트렉의 화려한 파스텔화부터 에곤 쉴르의 에로틱한 스케치까지 그림 8점을 살펴본다.
4. 롤라, 앙리 저벡스(Rolla, Henri Gervex)
저벡스의 초기 작품 대부분은 신화의 스토리를 나타냈는데 단지 누드의 여인들을 표현하려한 의도였다. 롤라는 이를 구실로 하여 파리의 살롱에 도전했지만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무참히 거절되었다. 그러나 마침내 알프레드 드 무세(Alfred de Musset)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롤라가 전시되었을 때 이를 보려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캔들로 인하여 그는 마침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 그림에서는 젊은 쾌락주의자인 자신이 10대의 매춘부 마리와 관계를 가졌음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형식적으로 보아 19세기말의 다른 그림들과 유사해 보이지만, 미술사에서 최고의 성적 암시와 빈정거림이 이 그림에 담겨있다. 코르셋조차 걸치지 않은 나체로 강하게 유혹하는 매춘부 마리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5. 아비뇽의 아가씨들, 파블로 피카소(Les Demoiselles D’Avignon, Pablo Picasso)
피카소는 평소 라이벌로 여기던 마티스(Henry Matisse)가 당시 전위적 미학이 담긴 ‘삶의 기쁨’(Le Bonheur de Vivre)에 대한 사람들의 충격적 반응을 보고 그것을 능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1907년 이를 현실로 옮겼다. 실제로는 시간이 지나 1916년 전시되었지만 이 작품을 보고 그의 수많은 추종자들이 꽤 호감을 가졌다. 마티스는 당연히 이 아가씨들(매춘부들) 그림에 ‘나쁜 취향’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앞서 살펴본 마네와 로트렉의 그림들에서처럼 덜 자극적이지만 다른 점은 매춘부들이 시위하듯이 공격적으로 대중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여인들은 2차원의 조합 형태로 옷을 벗고 있는데 그렇게 유추해서 바라봐야 하는 미적 감상은 결코 편하지 않다. 형식적으로 보아 이들 매춘부의 형상은 피카소가 평소 관심을 가졌고, 당시 파리에서 전시된 아프리카와 이베리아의 가면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아프리카 여인들의 ‘원시적’ 모습을 3차원으로 나타낸 것이다.
6. 그랑 오달리스끄, 장 어거스트 도미니크 이그네(Grande Odalisque, Jean Auguste Dominque Ignes)
‘오달리스크’는 터키어에서 비롯된 말로, 밀실에 있는 여종을 뜻한다. 이 말은 단순히 서유럽에서 이슬람 족장의 첩들이라는 말로 쓰여졌다. 그럼에도 이그네가 이 그림(‘그랑 오달리스끄’)을 처음 그렸을 때 제목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밀실 여인의 해부학적으로 모순되고 과장된 비례가 점차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길다란 팔다리, 목, 작은 머리와 그리고 가느다란 허리와는 달리 커다란 몸집은 일반적인 여성과는 너무 달라 심지어 반발을 일으켰다. 앵그르의 고의적인 해부학적 구조 무시는 실크로 이루어진 호화로운 방과 더불어 곡선으로 강조된 육감적 몸매를 강조하려한 것이었다.
<이 글은 로우지 토벗(Rosie Tobutt)의 ‘Culture Trip’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