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미술 수메르①] 인류 최초 ‘설형문자’와 ‘길가메시 서사시’
수메르는 대체 무엇인가?
[아시아엔=김인철 전주비전대 교수,시각문화 저널리스트,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 캐나다 SFU 연구교수]?인류에 있어서 최초의 문자는 바로 쐐기문자(楔形文字)였다. 설형문자라고도 불리는 쐐기형태 글자의 발명은 고대 수메르에서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인류는 역사시대를 열게 되었다.
중동과 이슬람 미술에 대한 언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바로 수메르에 관한 것들이다.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 즉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두 개의 강 하구, 크게 발달한 비옥한 지역에 최초로 수립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된다.
수메르 문명, 즉 초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고 이를 이룩한 수메르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게다가 그들이 이후 거듭된 이웃 민족의 침략 시도 이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수메르의 시작은 대략 기원전 7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수메르 문명이 가장 융성했던 때는 기원전 3000년경으로, 이후 1000년의 기간을 초기왕조 시대(B.C. 2900~2350), 아카드왕조 시대(2350~2150 B.C.), 우르왕조 시대(2150~2000 B.C.) 세 시기로 구분한다.
그 후 기원전 2000년 경 유프라테스강의 서쪽 아라비아에서 온 셈족 계통의 아모리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하여 고대 바빌로니아를 세움으로써 수메르 문명은 국가 형태로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수메르 종교를 비롯한 여러 문화의 흔적이 바빌로니아인, 앗시리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 및 문화의 신화, 종교 그리고 문화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수메르가 남긴 대표 유물: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
길가메시 서사시는 수메르 남부의 도시 국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Gilgam??)를 노래한 것이다. 19세기 서남아시아 지방을 탐사하던 고고학자들이 수메르의 고대 도시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리스 호메로스의 서사시보다 1500년 이상 앞서 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길가메시(수메르어 이름은 빌가메시 B?l-ga-m??)는 기원전 28세기경 우루크를 126년 동안 지배한 왕을 일컫는다. 이 기록에서 길가메시라는 절대자의 일생이 신비스럽고 존엄하게 꾸며진 것을 알 수 있다. 길가메시의 일생에 관한 전설은 시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구전되어 왔는데 이렇게 이어지던 시 몇 편이 설형문자로 구체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기원전 18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가메시(빌가메시)에 관한 시 다섯 편의 일부가 현재 전해진다.
이들은 후대의 왕 슐기 왕 시대에 기록된 시들의 사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구려의 장수왕이 선왕인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거대한 비를 만들어 당시의 위대한 역사를 기록한 예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함무라비 왕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이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로 등장하며 아카드어를 사용하는 바빌로니아인들도 길가메시에 대한 전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1300~1000년 사이 신레케운니니(Sin-leqe-unnini)라는 시인이 그때까지 전해지던 길가메시 전설을 하나의 서사시로 편집했다고 하는데 이 아카드어 판본을 오늘날 표준판으로 간주한다. 그 후에 발견되는 여러 판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이 표준판을 기초로 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판본은 니네베에 있는 앗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재위 기원전 668~627년)의 서고에서 발견된 12개의 점토판에 기록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 오류가 지적되어 학자들은 부분적으로 전해지는 여러 판본으로부터 그 전체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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