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미술 수메르①] 인류 최초 ‘설형문자’와 ‘길가메시 서사시’

(왼쪽) 길가메시 서사시의 일부가 기록되어 있는 점토판. 대홍수와 방주의 건조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기원전 650년경의 것으로 확인된 아시리아의 점토판이 니네베에서 발견되어 현재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른쪽) 에안나툼의 독수리 석비(B.C. 2,450)

수메르는 대체 무엇인가?

[아시아엔=김인철 전주비전대 교수,시각문화 저널리스트,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 캐나다 SFU 연구교수]?인류에 있어서 최초의 문자는 바로 쐐기문자(楔形文字)였다. 설형문자라고도 불리는 쐐기형태 글자의 발명은 고대 수메르에서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인류는 역사시대를 열게 되었다.

중동과 이슬람 미술에 대한 언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바로 수메르에 관한 것들이다.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 즉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두 개의 강 하구, 크게 발달한 비옥한 지역에 최초로 수립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된다.

수메르 문명, 즉 초기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고 이를 이룩한 수메르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게다가 그들이 이후 거듭된 이웃 민족의 침략 시도 이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아무튼 수메르의 시작은 대략 기원전 7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수메르 문명이 가장 융성했던 때는 기원전 3000년경으로, 이후 1000년의 기간을 초기왕조 시대(B.C. 2900~2350), 아카드왕조 시대(2350~2150 B.C.), 우르왕조 시대(2150~2000 B.C.) 세 시기로 구분한다.

그 후 기원전 2000년 경 유프라테스강의 서쪽 아라비아에서 온 셈족 계통의 아모리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하여 고대 바빌로니아를 세움으로써 수메르 문명은 국가 형태로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수메르 종교를 비롯한 여러 문화의 흔적이 바빌로니아인, 앗시리아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 및 문화의 신화, 종교 그리고 문화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수메르가 남긴 대표 유물: 길가메시 서사시(Epic of Gilgamesh)

길가메시 서사시는 수메르 남부의 도시 국가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 길가메시(Gilgam??)를 노래한 것이다. 19세기 서남아시아 지방을 탐사하던 고고학자들이 수메르의 고대 도시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리스 호메로스의 서사시보다 1500년 이상 앞서 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길가메시(수메르어 이름은 빌가메시 B?l-ga-m??)는 기원전 28세기경 우루크를 126년 동안 지배한 왕을 일컫는다. 이 기록에서 길가메시라는 절대자의 일생이 신비스럽고 존엄하게 꾸며진 것을 알 수 있다. 길가메시의 일생에 관한 전설은 시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구전되어 왔는데 이렇게 이어지던 시 몇 편이 설형문자로 구체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기원전 18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가메시(빌가메시)에 관한 시 다섯 편의 일부가 현재 전해진다.

이들은 후대의 왕 슐기 왕 시대에 기록된 시들의 사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구려의 장수왕이 선왕인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거대한 비를 만들어 당시의 위대한 역사를 기록한 예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함무라비 왕의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이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로 등장하며 아카드어를 사용하는 바빌로니아인들도 길가메시에 대한 전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1300~1000년 사이 신레케운니니(Sin-leqe-unnini)라는 시인이 그때까지 전해지던 길가메시 전설을 하나의 서사시로 편집했다고 하는데 이 아카드어 판본을 오늘날 표준판으로 간주한다. 그 후에 발견되는 여러 판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이 표준판을 기초로 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판본은 니네베에 있는 앗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재위 기원전 668~627년)의 서고에서 발견된 12개의 점토판에 기록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 오류가 지적되어 학자들은 부분적으로 전해지는 여러 판본으로부터 그 전체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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