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속 매매춘 여성③] 에곤 쉴르···소녀 매춘부의 ‘음모’ 대담하게 표현

[아시아엔=김인철 <아시아엔> 미술비평가, 전주비전대 교수]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한때 “미술이란 것은 매춘이다”라고 언급했다. 회화의 역사에 있어서 작가들은 그들의 애인 또는 모델들을 매춘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했다. 대상 인물들이 누구였는지는 오랜 관행대로 대개 무시됐지만 어떤 화가들은 구체적으로 작품에 나타내면서 주제가 무엇이고 모델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기도 했다. 매춘을 주제로 이루어진 뚤루즈 로트렉의 화려한 파스텔화부터 에곤 쉴르의 에로틱한 스케치까지 그림 8점을 살펴본다.

카롤리나, 알베르토 지아코메티

7. 카롤리나, 알베르토 지아코메티(Carolina, Alberto Giacometti)

알베르토 지아코메티는 전후 시기 거의 스틱에 가까운, 가늘고 길게 이루어진 실존적 남녀를 나타냈다. 멀리서 보면 깎아낸 듯이 이루어진 단순 조형이지만 모두 사람의 모습임에는 틀림 없다. 그의 조각작품들을 위하여 모델을 섰던 여성들이 꽤 있다. 오랫동안 그가 좋아한 모델은 바로 부인 아넷(Annette)이다. 그러다가 실제 이름이 이본 브와로두(Yvonne Poiraudeau)인 카롤리나를 만났는데 그녀는 파리의 매춘부였다. 그녀가 지아코메티를 유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부인 아넷은 좋아할 리 없었다.

유혹이 되었든 아니든 지아코메티는 카롤리나와 그녀의 삶에 매료되어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다. 그의 말년 작품 모두 그녀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는 간단한 외곽선과 달리 얼굴을 자세히 그렸다. 그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징적인 것은 크게 뜬 그녀의 눈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뚜렷이 응시하고 있는 점이다. 지아코메티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카롤리나가 담배를 비벼서 껐고 그 흔적이 아직도 스케치에 남아 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검은 머리’의 소녀들, 에곤 쉴르

8. ‘검은 머리’의 소녀들, 에곤 쉴르(The ‘Black-Haired’ Girls, Egon Schiele)

에곤 쉴르는 여자들을 좋아했다. 로트렉이 매춘부들의 모습을 친밀하고 조용하게 묘사했다면 쉴르는 온갖 기법을 모두 동원하여 그녀들의 에로틱한 면을 대담하게 그렸다. 그러나 로트렉과 마찬가지로, 쉴르는 남성의 시선이 아닌 여성들도 지니고 있는 성적 욕망과 자부심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 소녀들을 포함한 여러 여인이 그려진 스케치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런 스캔들 중 하나가 바로 한쌍의 매춘부인 ‘검은 머리 소녀들’ 그림이다. 쉴르는 그녀들의 누드와 더불어 나이를 모르게끔 유도하면서 숯이 없는 음모의 모습을 가능하면 대담하게 나타내려 했다. 검은 머리 소녀는 치마를 걷어 올려 보는 이를 사타구니로 이끈다. 붉은 색으로 묘사된 가슴은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나체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녀의 자세와 표현은 어느 정도 과장되면서 기괴하기까지 하다.

이같은 그림이 지금 그려졌다고 상상해보라. 예술과 포르노그래피 사이의 경계에서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하물며 20세기 초에 나온 것이었으니 그것이 불러온 스캔들이 어땠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글은 로우지 토벗(Rosie Tobutt)의 ‘Culture Trip’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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