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미술 수메르②] 카파제 ‘조각’·우르왕묘 ‘공예’·키시궁전 ‘건축’ 등 뚜렷한 미의식
[아시아엔=김인철 전주비전대 교수, 시각문화 저널리스트,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 SFU(캐나다) 연구교수] 사뮤엘 크라머(Samuel Noah Kramer)는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History Begins at Sumer: Thirty-Nine Firsts in Recorded History. 수메르가 처음 시작한 39가지, 1981, 박성식 옮김, 2000)라는 책을 썼다. 그는 당시 메소포타미아에서 조직적인 도시문화가 이루어졌으며, 조형에 있어서 뚜렷한 미의식을 가진 형태로의 표현이 수메르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조 각
수메르 지역에 조각 유물이 적은 이유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다. 즉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두 강 하구의 대규모 삼각주에 자리잡아 농경
에 유리한 흙만 있었을 뿐 석재들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대신 멀리서 가지고 온 돌로 만든 신상과 왕의 육신을 대신하여 신전에 놓인 예배자상 등을 볼 수 있다.
카파제(Khafajah)를 비롯하여 여러 곳의 텔(Tell), 아스말, 아슈르 등지에서 발굴된 조각상들은 양손을 가슴 아래 부분에 댄 체 서있는 모습들인데, 디테일은 상감(象嵌)으로 이루어진 이상하리만큼 큰 눈과 곱슬곱슬하고 긴 구레나룻을 지닌 것이 특색이다. 오히려 아카드 시대의 나람신 전승비나 사르곤왕의 머리라 일컫는 청동으로 이루어진 우수한 작품 ‘마니스투스왕 입상’, ‘구데아 좌상’ 등에서 조형적으로 진전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공 예
현재 남아 있는 공예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 우르 왕묘에서 출토된 유물들에서 당시의 공예 감각과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다. 금속공예, 패각(조개)공예 등이 대표적인데 단조와 금속세공 등 모든 기술을 구사하여 우수한 공예 작품을 만들어냈다.
공예품들은 메소포타미아 미술 중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건축물의 세세한 부분에 살려지면서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초기왕조의 미술은 메소포타미아 미술이라는 큰 범위에 있어서 고졸기(古拙期, classic period)로 보아 무방하며 이후 이어질 앗시리아 미술의 고전기를 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건 축
수메르인들이 이룩한 도시들로는 키시(Kish 수메르어 KI?K), 우르(Ur, 아랍어: ???, 히브리어: ??? ?????), 우루크(Uruk, 수메르어: Unug
우눅, 아카드어: Uruk, 아람어: Uruk, 구약성경 히브리어: ??? Erech 에렉) 등이 있다.
키시 궁전에서는 햇볕에 말린 벽돌과 흙으로 엮어 이겨 이루어진 벽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지역 토양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앙 정원의 둘레에 기둥들을 배치한 회랑으로 이루어진 단면(plan)과, 원주가 햇볕에 말린 벽돌로 제작되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울러 벽체에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조개껍질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상감장식들을 볼 수 있다.
신전 건축은 보통 주택의 단면을 보다 확대하고 호화롭게 한 것인데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중앙 정원의 한구석에 있는 작은방에서 예배실로 통하는 가늘고 긴 형식으로 신좌(神座), 공양대(供養臺), 수반(水盤) 등의 시설을 만들었다.
이들 유적과 더불어 초기왕조를 대표하는 것은 우르의 왕묘인데 호화롭고 현란한 금으로 이루어진 부장품, 많은 공예 유품 등이 발굴되어 놀라운 모습을 하고 있다. 묘실은 석회암에 점토를 보충해 벽을 만들고 석회암 또는 구운 기와를 사용하여 까치발 천장, 궁륭천 및 돔형천장을 만들었는데 이런 기술적 진보는 후세에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구운 기와 형식은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평평한 것들로부터 한편은 평평하지만 한편은 불룩한 형태의 연와 등으로, 이는 수메르인들이 애호한 형식으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