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속 매매춘 여성①] 타락한 뮤즈(?) 8인방···마네에서 지아코메티까지

올랭삐아, 에두아르드 마네

[아시아엔=김인철 <아시아엔> 미술비평가, 전주비전대 교수]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한때 “미술이란 것은 매춘이다”라고 언급했다. 회화의 역사에 있어서 작가들은 그들의 애인 또는 모델들을 매춘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했다. 대상 인물들이 누구였는지는 오랜 관행대로 대개 무시됐지만 어떤 화가들은 구체적으로 작품에 나타내면서 주제가 무엇이고 모델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기도 했다. 매춘을 주제로 이루어진 뚤루즈 로트렉의 화려한 파스텔화부터 에곤 쉴르의 에로틱한 스케치까지 그림 8점을 살펴본다.

1. 올랭삐아, 에두아르드 마네(Olympia, Edouard Manet)

마네는 주저하지 않고 올랭삐아의 육감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그림 속의 올랭삐아는 명백한 매춘부의 모습이다. 난초로 장식되어 있는 머리와 목에 둘려진 검은 리본, 침대 위의 검은 고양이 등이 그녀의 신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제목으로 붙인 그녀의 이름조차 명백하게 매춘부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이 1865년 파리 살롱전에 처음 선보였을 때 큰 소동을 일으켰다. 당시 파리 사람들은 노골적이면서 분명한 누드에 반감을 갖지는 않고 반대로 결코 육감적이지 않은 몸매를 가졌음에도 시녀의 손에 들려진 부케에 대하여 완전히 무시하는 눈길과 시종 무관심한 표정, 아울러 냉정하면서도 어쩌면 철면피와도 같이 보는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는 시선에 큰 반발을 일으켰다.

이는 일찍이 전형적 누드화의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던 티치아노가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의 매우 유혹적이며 육감적인 모습에 대한 반항이었다. 이 작품은 매춘부라는 엄연한 실체 자체를 가감 없이 냉정하게 마주하게끔 해준다. 그런데 이렇게 마네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올랭삐아의 실제 모델은 매춘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화가이면서 자발적으로 화가들에게 모델을 했던 빅또린-루이즈 모렝(Victorine-Louise Meurent)이다.

화장하는 여인, 앙리 드 뚤르즈 로뜨렉

2. 화장, 앙리 드 뚤르즈 로뜨렉(La Toilette, Henri de Toulouse-Lautrec)

뚤르즈 로뜨렉은 매춘부들에 매료되어 몽마르뜨의 유명한 캬바레 물랭루즈와 매춘업소에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언제나 종이와 연필을 지니고 다니면서 마네처럼 매춘을 단지 색정만을 위한 것으로 여기며 비난의 대상만으로 여기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일상의 하나로 여기면서 조금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었다.

매춘부와 친하게 지내면서 목격한 여성 동성애 등을 성적 도착이나 이색 취향 같은 장면을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배제시킨 객관적 시선으로 만들어냈다. ‘화장’(Le Toiltte)은 그녀가 선호한 여성 모델이었던 까르멘 고댕(Carmen Gaudin)의 뒷모습을 파스텔로 그린 것이다. 까르멘은 처음에는 세탁부였으나 나중에 스스로 매춘부로 전락하였다.

로트렉은 그녀의 벗은 뒷모습과 헐겁게 드리워진 검점 스타킹으로 그녀의 앞날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다. 그는 그의 다른 모든 작품들에서처럼 그녀의 일상, 즉 힘들게 살고 있는 모습을 마치 열쇠구멍으로 들여다 본 것 같이 잘 포착하여 그려냈다.

3. 씨엔, 빈센트 반 고흐(‘Sien’, Vincent van Gogh)

반 고흐에 대하여 생각할 때 우선적으로 그의 그림들과 매춘 관련 주제는 꽤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논란의 대상이 된 그의 자화상들, 해바라기들 심지어 별이 빛나는 밤 등이 그의 유명한 작품 아이콘들로 여겨지고 있지만 매춘에 관한 그림은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귀를 자른 유명한 사건을 저지른 직후 잘려진 귀를 어떤 매춘부에게 건네준 일이 있음에도 말이다. 젊은 시절 고흐는 클래시나 마리아 후르니크(Clasina Maria Hoornik)라 불린 ‘씨엔’에 대한 일련의 스케치를 남겼다. 그가 씨엔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겨우 연명해가는 상태였다.

가족의 우려와 충격을 무시하고 고흐는 그녀와 그녀 가족을 데려다 보살피며 2년 넘게 함께했다. 고흐는 그녀를 헐벗음에서 구해주면서 심지어 아이들까지 살뜰하게 보살폈지만 그녀는 그런 호의들을 뻔뻔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고흐가 그녀에 대한 스케치를 한 점 남겼는데 이게 명작 ‘슬픔’(Sorrow)이다. 이 작품에는 그의 씨엔에 대한 인간적 연민이 그대로 담겨있다. 매춘부 씨엔의 처참한 모습은 그의 초창기 스케치들 속에 남아있다. <이 글은 로우지 토벗(Rosie Tobutt)의 ‘Culture Trip’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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