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문화 2.0 시대 中] 르네상스 미술, 인류사에 천지개벽 몰고오다

다 빈치(Da Vinci), 모나리자 또는 라 지오콘다(Mona Lisa or La Gioconda), 1503~1505, 루브르 박물관(Louvre, Paris, France)
다 빈치(Da Vinci), 모나리자 또는 라 지오콘다(Mona Lisa or La Gioconda), 1503~1505, 루브르 박물관(Louvre, Paris, France)

[아시아엔=김인철 전주비전대 교수] 정치적인 이유로 서유럽에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이 ‘암흑시대(dark age)’로 변하게 되었다. 즉 종교적 권위라는 어마어마한 힘에 눌려 제작자들은 숨쉬기조차 어렵던 때였다. 작가들의 생사여탈이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으니 개성을 내세운다거나 하는 시도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웠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새롭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기독교로 인하여 닫혔던 사회가 바로 그 기독교로 인하여 문이 열리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기독교의 발원지 중동 지역은 서유럽과 비교하여 꽤 발전된 사회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게 십자군 전쟁으로 인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로마 가톨릭 국가들이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대항하여 성지(聖地)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행해진 대규모의 군사 원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이슬람 세계의 여러 나라들뿐만 아니라 같은 기독교 문화권이었던 동방정교회의 나라들까지 공격해 들어간 무차별 침략 전쟁이었다.

십자군 전쟁은 처음의 순수한 열정과는 달리 점차 정치적·경제적 이권에 따라 움직이면서 순수함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교황권 강화를, 봉건 영주들은 영토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등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성향이 반영된 전쟁이었고 그 절정은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켜 같은 기독교 국가인 동로마 제국을 몰아내고 라틴 제국을 세운 제4차 십자군 원정이었다. 거듭된 원정으로부터 약탈되어 온 유물, 서적들은 무식하고 가난하기만 하던 서유럽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쳐 르네상스가 이루어진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재생, 부활이라는 의미로 당연히 고대 그리스, 로마라는 서유럽 문화의 원형에 해당하는 가치관의 재탄생을 말한다. 지역적으로 동방에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에서 시작되어 전유럽에 퍼지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당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사회적 변화들을 주목해 봐야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국가 간 경쟁 체제는 이미 종교적 권위 같은 것은 안중에 없는 상태로 진전되었다.

이들 국가의 귀족들은 권위의 과시, 탐욕적인 수집열 등의 세속적 동기로 작가들을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공적이거나 사적으로 후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공공건물과 개인 저택의 건축, 조각 및 회화 활동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피렌체를 지배한 데 메디치(de Medici) 가문을 들 수 있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 1486.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Uffizi, Florence)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 1486.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Uffizi, Florence)

피렌체, 베니스를 비롯한 도시 국가들에서는 여러 변화를 수용하면서 합리주의가 심화되었으며, 시민들의 중요성이 아울러 존중되어 시각이미지의 성격도 변화되어 갔다. 이 때부터 시각 이미지 제작자 후원과 더불어 상업화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중동 지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해외 경영은 부유한 상인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귀족화 하는 현상으로 진행되었다.

초창기 시민들은 교회나 수도원에 헌납하기 위한 예술품을 주문했으나 15세기 중엽부터 주택 장식 등 세속적 성격을 띤 공예품 주문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따라서 예술품수집가와 화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급진적 사회의 변혁으로 말미암아 시각 이미지 제작 역시 혁명적으로 발전했다. 초상화와 인체 조각 및 풍경화의 중요성은 인간에 대한 자각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함께 반영했다.

라파엘로
라파엘로(Raphael), 아테네 학당(The School of Athens), 1509~1510, 바티칸,(Vatican)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뛰어난 과학적 정신으로 많은 실험과 발명을 하였으며 인체의 구조를 탐구하여 그의 미술 작업에 반영했다.

또한 메디치 가문과 교황의 후원을 받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있었다. 그의 정렬과 투쟁적인 예술성은 그가 남긴 여러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작가들로 인하여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비롯된 예술적 기법과 정신세계를 받아들이면서 작가들의 표현이 상대적으로 급진전되었다. 기교와 정신의 합일이라는 시대적 특징이 처음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작품 주제의 80% 정도는 여전히 기독교에 머물렀다.

15세기 초에서 16세기 말에 걸쳐 일어난 문화 및 사회적 변천, 즉 인문·인본주의적 이념과 양식의 확산, 인쇄술의 발전과 시장의 형성, 새로운 이념에 동조하는 대중의 성장, 지역 격차의 해소, 문학과 예술에서의 개인주의의 강화,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예술의 세속화 및 미적 심화는 시각 문화 2.0 시대 말기의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상급문화와 하급문화 사이의 구분이 확실해지고 지역적 문화 차이가 계급적 문화 차이로 변모해갔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런 천지개벽에 가까운 혁신이 근대에 다시 한 번 거의 동일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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