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회화속 여성탐구⑨] 잔 다르크에 영감 준 순교 성녀 캐더린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캐더린(Catherine of Alexandria), Caravaggio, 1595-1596, 173 cm x 133 cm, Thyssen-Bornemisza Museum, Madrid

알렉산드리아의 캐더린 또는 카타리나(Katharine or Catharina, Catherine of Alexandria, 287~305)는 4세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한 동정녀 순교자로, 초기 기독교 14 성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로마 황제 막센티우스(Maxentius)의 기독교 박해 기간 도중에 순교를 했다. 그녀의 축일은 11월 25일인데, 카타리나는 ‘순수’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회화 작품들 속에서는 주로 호화로운 옷을 입고 책을 읽는 젊은 공주로 묘사된다.

상징물은 못이 박힌 바퀴와 칼, 그리고 신비의 결혼반지이며, 연설가, 철학자, 공증인, 재봉사, 모자 제조자, 직조가, 짐마차 제조자, 보모, 유모의 수호 성녀(聖女)이다.

카타리나는 로마 제국의 치하에서 당시 이집트를 다스리던 콘스투스(Constus) 왕의 외동딸이었다. 그녀는 공부하기를 좋아하여, 어느 날 책을 읽는 도중 성모자(Madonna and Child)가 나타나 그녀를 설득하여 기독교를 믿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막센티우스 로마 황제의 기독교도 박해가 시작되자, 그에게 달려가서 잔인한 행위를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놀란 막센티우스는 휘하의 현명한 지도자들을 보내 그녀를 회유하게끔 만들었다. 이에 50명의 철학자들과 웅변가들이 그녀를 찾아가 신앙을 단념하도록 설득했다.

그러나 카타리나는 그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여 오히려 그들을 기독교로 개종을 시켰다. 이에 분노한 황제는 개종한 저명인사들을 모두 화형에 처해 버렸다. 그리고 카타리나를 감옥으로 보내 굶어 죽게 내버려 두었다.

그녀가 투옥되었을 때 2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만나기 위하여 다녀갔는데, 그중에는 막센티우스의 부인인 발레리아 막시밀라(Valeria Maximilla)도 있었다. 이들 모두 나중에 순교하게 된다.

그녀의 12일 간의 투옥 기간에 천국과 그리스도의 명으로 비둘기들이 카타리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나중에 감옥문이 열렸을 때 하늘에서 드리운 향기가 더해져 그녀의 몸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고 한다.

드디어 막센티우스는 카타리나에게 사형을 언도했고, 많은 못이 박힌 바퀴를 돌리게 만들어 그녀의 몸을 잘라 죽이려고 했으나 그녀가 두 손으로 기도하자 하늘에서 천사가 칼을 들고 내려와 무시무시한 바퀴를 부숴버렸다. 결국 카타리나는 참수되었으며 잘려진 목에서는 피 대신 우유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카타리나의 시신은 나중에 천사가 회수하여 하얀 수의에 감은 후 시나이 산(Mount Sinai)으로 운구했고, 이후 850년 시나이 수도원(Sinai Monastery)의 한 수도사에 의하여 그녀의 몸이 발견되었다. 당시 그녀의 몸에서는 향기가 그대로 나고 있었으며, 향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하며 그 향유는 기적의 물질이 되어 많은 병자들을 고쳤다고 한다.

한편,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Emperor Justinian)에 의하여 현재의 이집트 땅인 그녀의 고향에 성 카타리나 수도원이 세워졌다. 원래 이곳은 예수현성(顯聖, Transfiguration)으로 바쳐진 곳이었다. 캐더린의 왼손과, 지금도 만져보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머리가 안치되어있다고 한다. 그녀의 몸은 물론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그녀의 자취와 함께 기적의 치유를 받고자 많은 순례자들의 방문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카타리나에 대한 본격적인 신앙과 숭배는 10세기부터 시작되었으며, 또한 그녀는 잔 다르크(Jeanne d’Arc)에게 영적인 충고를 하던 성인 가운데 한 명이기도 했다.

유명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밧지오(Caravaggio, 1571~1610)의 그림에서는 초기 바로크 작품답게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이 우선 읽히는데 캐더린과 시선을 마주치도록 광선이 그녀의 얼굴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 성인으로의 후광을 머리에 하고 있으며 뒤에는 커다란 못이 박힌 상태로 한 개의 부서진 마차 바퀴가 있다.

그리고 왕의 외동딸답게 의상에서부터 부유한 차림에 칼을 들고 있다. 이렇게 성녀 캐더린의 주요 상징들이 고루 갖추어져 있으면서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떤 위엄까지 엿볼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캐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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