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미술산책 28] 부활절에 다시보는 인상파 놀데의 ‘예수와 아이들’

그리스도와 아이들(Christ and the children), Emil Nolde, 1910,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Y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절 직전 고난주간(苦難週間, Passion Week)을 맞고 있다.

생소한 카임 수틴(Chaïm Soutine) 같은 화가처럼 에밀 놀데(Emile Nolde, 1867~1956) 역시 낯선 이름의 예술가이다. 그런 이유 역시 인상파 때문이랄 수 있는데 우리는 인상파 화가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연장이 되면서 활약한 작가들은 잘 모른다. 따라서 그렇게 인상주의 직후 활약했던 에밀 놀데의 그림을 중심으로, 그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알다시피 후기 인상파 이후 서유럽의 회화 현대 미술을 향하여, 즉 구체적인 모더니즘 철학을 위하여 부단히 변신과 분파가 이루어진다. 이때 반 고흐의 회화 세계에서 주로 영감을 받은 북유럽적 현대 회화 사조가 바로 표현주의(表現主義, Expressionism)였다.

에밀 놀데는 독일 출신의 덴마크 화가이자 판화가로 표현주의를 구현한 첫번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다리파(Die Brücke)’의 회원이었다. 자유롭고 자의적인 붓터치와 원색적 색상 사용으로 20세기 회화의 문을 연 작가였다. 그가 주로 사용한 색상은 금빛 노랑과 검붉은 빨강으로, 어두침침한 듯한 색조이면서도 이를 독특하게 빛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그린 수채화는 눈부신 꽃과 같은 색상에 폭풍우가 물결치는 듯한 생생한 모습이었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카라밧지오 같은 거장들처럼 그는 독일 표현주의의 전개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독일과 덴마크 국경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7세 무렵 플렌스부르그(Flensburg)로 와서 목각을 배웠다. 매우 성실했던 그는 가구점 같은 곳에서 낮에는 목조각을 새기고 밤에는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하여 1888년 졸업한 후 뮌헨(Munich)으로, 그리고 다시 칼스루헤(Karlsruhe)로 와서 1891년까지 목공 작업을 이어갔다. 

독일 화가 에밀 놀데(Emile Nolde)

에밀 한센(Emil Hansen)이 본명인 그는 대도시에서 세계 여러 미술 사조를 경험하면서 점차 순수미술로 관심을 돌렸다. 이름도 에밀 놀데로 바꾸었다. 그때 그에게 큰 감동을 준 작가들이 반 고흐 (Vincent van Gogh)를 필두로 렘브란트(Rembrandt)를 비롯하여 고갱(Gauguin), 도미에(Daumier), 그리고 뭉크(Munch) 등이었다.

1897년 뮌헨 전시회에 출품했던 첫 회화 작품(The Giant of the Mountains)에는 밝은 색상, 특이한 모습과 주제에 의한 마치 만화와도 같으면서 고뇌와 불안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

그후 1901년부터 1906년까지 색채 조화와 기술적 진전을 이루는 작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것들에서 바로 표현주의의 전조였던 활발하며 날카로운 붓터치, 밝은 색상 그리고 붉은 빛의 주조색 사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가 받아들였던 인상주의와 결별하면서 표현주의의 모습을 구체화된 1906년,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칼 슈미트 로틀루프(Karl Schmidt Rottluff)를 따라 다리파에 합류할 결심을 하게 된다. 단체 합류에 1년이 걸렸지만 그는 자신의 방향을 위하여 꾸준히 실험했고 그러면서 그를 지배했던 반 고흐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발전적 모습을 이루게 되었다.

한편 1909년부터 1912년까지 그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담긴 여러 장면에 따로 집중했다. 작품을 보면, 기독교 주제의 그림을 많이 남겼음에도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공간이나 시간이 근본적인 주제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대해, 특히 그것을 강렬하게 드러낸 표현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확실한 믿음에 대한 관심은 놀데식의 붓놀림이 매우 특징적으로 구현된 이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즉 그리스도와 아이들의 독특한 모습이 다른 어떤 작품들에서보다 더 분명하다.

화면 왼쪽에는 보라색 의상을 입고 모여 있는 당황한 듯한 인물들, 그리고 가운데에서 아이들을 환영하려는 자세로 몸을 구부리고 있는 그리스도는 약한 녹색 톤이 있는 푸른 외투 차림이며, 아이들은 그의 왼편에서 빨간색과 생생한 노랑색 차림으로 그를 맞고 있다. 기쁨과 함께 큰 사랑이라는 확신으로 예수께 자신을 맡기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화면 왼편의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순진하고 천진난만함이 은연중 강조되고 있다. 그림의 종교적 주제에 의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기쁘게 한 사람을 반기는 아이들의 표정, 모습을 통하여 우리 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이 그렸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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